성운스님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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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속에도 길이 있다
송나라 때의 명재상 범중엄(范仲淹, 989~1052)은 젊은 시절 집이 무척이나 가난하여 죽으로 매일 허기진 배를 채우며, 3년 동안 고생스럽게 공부하여 마침내 성공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죽 속에도 길이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불교의 좬마하승기율(摩訶僧祇律)좭을 살펴보면 ‘죽에도 열가지 이로움이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말은 아마도 모두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말일 것입니다. 여기서 ‘열 가지 이로움’이란 안색을 좋게 하고, 기운을 북돋우며, 원기를 보하여 수명을 연장시키고, 안락하고 부드러우며, 말소리가 시원해지고, 목과 혀가 촉촉해지며, 소화를 좋게 해주고, 아플 때 먹기에 적당하며, 갈증을 풀어주고, 대소변을 잘 조절하는 것을 말합니다.
죽과 관련된 아주 해학적인 시가 하나 있습니다.
밥을 짓는 것이 어찌 죽을 끓이는 것보다 낫겠는가?
좋아하는 자녀들과 꼼꼼히 헤아려
한 되를 세 되로 만들어 쓰니
이틀을 견디면 6일의 양식이 된다네.
손님이 있으면 단지 물과 불만 보태면
돈이 없어도 굳이 국만 끓일 일 없네.
싱겁고 맛이 없다고 싫어하지 말게나
담백한 속맛이 오래 간다네.

과거 중국의 농촌에서 가난한 집 대부분이 죽을 끓여 먹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는 흰 쌀로 죽을 끓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으며, 거의 콩류나 잡곡으로 끓여 먹었습니다.
후한(後漢) 광무제 유수(光武帝 劉秀, BC. 6~AD.57)가 요양(饒陽) 무루향(無蔞享)에서 난을 평정할 때였습니다. 엄동설한의 날씨 탓에 군량미 조달이 원활하지 못하자, 대장군 빙이가 바친 콩죽 한 그릇으로 춥고 배고픔을 일시에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천하를 얻고 난 후, 유수는 빙이에게 많은 상을 내렸다고 합니다.
요즘은 경제적 생활수준이 향상되어 집집마다 아침 식사는 우유나 빵이 아니면 과일 주스나 계란을 먹을 뿐, 죽을 먹는 사람은 일부분입니다. 가끔 먹는 죽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특히 나이가 드신 분이나 병이 쾌차한 후에 맑은 죽으로 주식을 삼는 것을 즐겨합니다. 일부 문인과 고상한 선비들까지도 ‘죽 모임’을 만들어 우아함을 즐깁니다. 그러므로 물질 자체에는 좋고 나쁜 것이 없으며, 그저 각자의 필요에 따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때에도 자신의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이따금 가벼운 질병이 생기면 사람에 따라 의약으로 치료를 하며, 물리 치료를 이용하기도 하며, 운동이나 심리치료를 방편으로 삼기도 합니다. 사실, 수많은 치료방법 중에서 식이요법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식이요법에서는 죽을 먹는 것을 가장 중요시 합니다. 전쟁이 빈번했던 중국 고대에는 전쟁으로 세상이 어지러울 때나 수해 또는 가뭄이 들면 죽을 나눠주어 사람을 구제해 주는 자선가의 자선 행위가 있었기에 중국인들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구제를 받았습니다.
현대의 부유한 가정에서는 매일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다가 가끔 장아찌와 두유를 곁들인 맑은 죽을 먹습니다. 이것은 자신의 식욕을 돋우어 줄 뿐만 아니라 죽을 먹던 고생스럽던 추억을 상기시켜 줍니다. 더구나 어려웠던 그 시절을 되돌아보게 함으로써 더 많이 베풀도록 하여 밝은 사회기풍을 진작시킬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가정이나 단체에서 죽을 먹자고 제창한다면 연회에 지출되는 비용을 절약할 뿐만 아니라 청빈하고 소박한 생활을 할 수 있으며, 인품과 덕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죽 속에도 길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