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운스님법문
다시보기
인간불교의 청사진(3)
세간의 일체는 인연이 모여 존재한다. 인연이 모이면 생겨나고 인연이 사라지면 흩어진다. 다정한 부모와 자식 사이도 인연이 다하면 결국 헤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인연이 왔을 때 꽉 잡아 서로 이끌고 도와주어야 한다. 『심지관경心地觀經』에서는 “어머니가 계시면 부자라 하고, 어머니가 안 계시면 가난하다 하느니라. 어머니가 계시면 한낮에 해가 있음과 같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해가 사라진 것과 같다”고 하였다. 부모님이 건재하신 것이 인간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므로 자녀는 효도를 잘해야 한다. “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해도 바람이 그대로 두지 않고, 자식이 모시려 해도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처럼, 그때가 되어 후회할 짓을 해서는 안 된다.
효도는 자식이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이니, 효도하지 않는 사람을 어찌 사람이라 하겠는가? 『심지관경』의 “아버지의 은혜는 태산처럼 높고, 어머니의 은혜는 바다처럼 깊다”는 효친 사상은 불교 경전 도처에서 발견된다. 『관보현행법경觀普賢行法經』은 우리에게 “모든 사람을 부처님이라 여기고, 모든 중생을 부모라 여기라”고 하였으며, 『범망경梵網經』의 “일체의 남자는 나의 어버지이고, 일체의 여자는 나의 어머니이다”라는 구절은 가족의 범위를 일체의 중생으로까지 확대시켰다.
우리는 얕은 지혜의 범부일 뿐이다. 모든 사람이 일체의 중생을 아버지와 어머니처럼 여기고, 심지어 부처님처럼 생각하는 경지를 이룰 수는 없다. 그러나 부모와 자식, 부부, 친척, 고용인과 피고용인, 심지어 출세간의 스승과 제자 등 가족과 권속에 대해서는 적어도 『장아함경長阿含經』에서 말하는 다음 구절을 알아야 한다.

자녀는 다섯 가지 일로 부모에게 공경과 효도를 해야 하다. 첫째, 부모를 시봉하되 부족함이 없게 하고, 둘째, 무릇 모든 행동은 먼저 부모에게 아뢰어야 하며, 셋째, 부모가 시키는 행동은 공손하며 거스르지 말아야 하고, 넷째, 부모의 바른 명령은 감히 어기지 말아야 하며, 다섯째, 부모의 바른 직업은 계승하여 더욱 빛내야 한다.

부모는 또한 다섯 가지 일로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 첫째, 악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가르쳐 이끌어야 하고, 둘째, 선한 행동을 하도록 교육 지도해야 한다. 셋째, 뼈에 사무치도록 자애로써 자녀를 돌봐야 하고, 넷째, 자녀를 위해 좋은 혼처를 정해야 한다. 다섯째, 항상 물심양면으로 제공하며 정당한 용도로 사용하게 해야 한다.

남편은 다섯 가지 일로 아내를 존경해야 한다. 첫째, 예로써 상대를 하고, 둘째, 위엄을 지켜주며, 셋째, 제때에 옷과 양식을 제공하고, 넷째, 때에 맞추어 몸치장하게 하며, 다섯째, 집안일을 아내에게 맡겨야 한다.

아내는 또한 다섯 가지 일로 남편을 공경해야 한다. 첫째, 남편을 자상하게 보살피고 공경하며, 둘째, 집안을 정갈하게 하고, 셋째, 온화함으로 남편을 대하며, 넷째, 진실로 대하며 기만하지 않고, 다섯째, 항상 칭찬하는 것이다.

사람은 마땅히 다섯 가지 일로써 친족을 공경해야 한다. 첫째, 베푸는 것이며, 둘째, 착한 말을 하고, 셋째, 이익을 주며, 넷째, 더불어 이롭게 하고, 다섯째, 속이지 않는 것이다.

친족은 또한 다섯 가지 일로써 다른 이를 존경해야 한다. 첫째, 보호가 필요할 때 보호하며, 둘째, 재산을 잃지 않도록 보호하며, 셋째, 위험할 때 보호해 주고, 넷째, 서로 가르침과 충고를 아끼지 말아야 하며, 다섯째, 항상 칭찬해야 한다.

고용인은 다섯 가지 일로써 피고용인을 대해야 한다. 첫째, 능력에 맞추어 업무를 맡기고, 둘째, 보수를 넉넉하게 지급하며, 셋째, 항상 위로의 말을 건네고, 넷째, 병들었을 때 보살펴주어야 하며, 다섯째, 정기적으로 휴가를 주는 것이다.

피고용인은 또한 다섯 가지 일로써 고용인에게 봉사해야 한다. 첫째,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둘째, 빈틈없이 일 처리 하며, 셋째, 주지 않는 것을 가지지 말고, 넷째, 주어진 일을 순서대로 신속히 처리하며, 다섯째, 주인의 명성을 드높이는 것이다.

제자는 다섯 가지 일로써 스승을 존경하고 받들어야 한다. 첫째, 스승의 부름에 언제나 대비하고, 둘째, 예경하고 공양하며, 셋째, 존경하여 우러러 받들고, 넷째, 가르침이 있을 때 순종하여 어기지 않으며, 다섯째, 스승에게 배운 것을 잘 지녀 잊지 않아야 하다.

스승은 또한 다섯 가지 일로써 제자를 이끌어야 한다. 첫째, 법에 의지해 바르게 다스리고, 둘째,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며, 셋째, 물음에는 이해하기 쉽게 답하고, 넷째, 좋은 벗을 알선해주며, 다섯째, 아는 바를 가르치며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과거 유교에서는 ‘늙은이는 편안히 생生을 마치게 하고, 젊은이는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게 하며, 어린이는 보육하고, 홀아비·과부·고아·불구자도 모두 부양해야 한다’고 하였으니, 오늘날 인간불교 거가居家의 도리란 ‘지혜로 인간관계의 감정을 풀어나가면서 거기에 불법佛法을 더해 맑고, 아름답고, 이롭고, 불교화된 생활을 영위해가는 것’이다.
어른과 아이는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자애롭고 효성스러우며, 때로는 가르침과 충고를 해줄 수 있어야 한다. 가족은 서로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 부모 자식 등 일가친척은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 사슬처럼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사람이 저마다 본분에 충실하고,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화목해야 가정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가정 윤리 또한 원만하게 될 것이다.

2. 도덕관道德觀 : 수양지도修養之道
‘도덕’이란 인류 사회에서 마땅히 지녀야 할 수양 덕목이다. 인간에게는 도덕적 관념이 있어 뭇짐승과 구분된다. 도덕은 국가의 기강과 법령 수호의 역할을 한다. 국가와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도덕적 규범이 사라졌다고 가정해 보자. 공무원은 뇌물을 받고 법을 어기며 사회적 잇속을 챙길 것이다. 상공인은 가짜를 만들어 진짜처럼 속여 팔 것이고, 친구는 시기와 의심으로 중상모략과 비방을 일삼을 것이다. 이웃 간에는 이간질로 시시비비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인간들은 어리석고 삿된 견해로 가득 차 제 고집만 세우고, 자기만 옳다 다투며, 부끄러움을 모르고, 이기적이어서 자신은 털끔만큼도 손해를 안 보려 할 것이다. 이런 까닭에 도덕적 관념을 지니고 생활애햐 사회가 화목하고, 가정이 편안하며, 친구와 신의를 지키고, 타인에게는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도덕이란 무엇인가? 무릇 대중을 이롭게 하려는 생각은 모두 도덕이다. 반대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사회 안전에 위해를 끼칠 정도가 되면 부도덕하다고 한다. 불교는 인간이 중심이 되는 종교다. 불교의 도덕적 기준에는 세간의 법령이나 윤리강령도 포함된다.
『법원주림法苑珠林』은 “조정에 나아가 임금을 보필할 때는 뜻을 세우고 충성을 새긴다. 집에 돌아와 부모를 섬길 때에는 지극 정성으로 효를 다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힘써 바른 가르침을 따르면 몸을 편안히 할 수 있고, 힘써 부모와 형제에게 효와 의를 행하면 부모를 영화롭게 한다”고도 하였다.
이밖에도 『대보적경大寶積經』은 “끝내 다른 중생에게서는 보답을 바라지 않고, 헤어진 중생은 화합하에 하며 배우는 중생은 부족한 것을 채워주며 중생을 이별하지 않게 한다”고 하였으며, 『무량수불경無量壽佛經』은 “해로운 말(言)은 자신과 남을 모두 해롭게 하지만 좋은 말은 자신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해 너와 내가 모두 이롭다”라고 하였다. 또한 『출요경出曜經』은 “남을 해하면 나도 해함을 받고, 나을 원망하면 나도 원망을 받으며, 남을 욕하면 나도 욕을 먹고 남을 때리면 나도 때림을 받는다”고 하였으며, 『불설수뢰경佛說須賴經』은 “속이는 것은 모든 악의 근본이며, 스스로 선행을 끊게 한다. 이런 연고로 괴로움이 쌓이게 되니, 망언이 사람에게 어떤 이로움이 있는가?”라고 설하였다. 모두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지키고 길러야 할 덕목들이다.
불교에서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갖춰야 할 도덕적 기준으로 오계십선五戒十善을 꼽으며, “어떠한 악도 지어서는 안 되며,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해야 한다(諸惡莫作 衆善奉行)”고 제창하였다. 타인의 신체, 재물, 명예, 존엄을 해치지 말고, 마음을 변화시켜 인륜의 도리와 선량한 사회 풍토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불교에서는 도덕적 생활의 근거로 육도六度의 실천을 꼽는다. 육도 가운데 계戒·정定·혜慧 삼학三學을 제거하고 인류의 이기심을 억제시킬 수 있다. 지계하면 이기적이지 않게 되고, 이기적이지 않으니 탐욕이 생겨나지 않는다. 선정을 닦으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고, 손해를 끼치지 않으니 노여움도 생기지 않는다. 지혜를 키우면 무명에 빠지지 않고, 무명에 빠지지 않으니 더 이상 어리석지 않다. 탐·진·치를 제거한 뒤 보시를 행하면 절로 자비심이 생겨나고, 인욕을 행하면 의연하고 굳센 정신을 갖추게 되며, 정진을 행하면 용맹한 힘이 넘쳐난다.
그러므로 불교의 오계는 사람으로서 꼭 지켜야 하는 ‘근본적인 도덕’이고, 십선은 내면을 정화하고 인격을 승화시키는 ‘증상의 도덕’이다. 인과因果와 업보業報는 세간의 불변하지 않는
‘선악적 도덕’이고, 육도는 자각각타自覺覺他하고 자리이타自利利他하는 대승보살의 ‘도덕적 기초’이다.
『대대례기大戴禮記』에서는 “도道는 덕德을 밝히는 것이고, 덕은 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덕이 아니면 높일 수 없고 도가 아니면 밝힐 수 없다”라고 하였다.
중국 송나라의 유학자 주돈이(周敦., 1017~1073)는 “움직이되 바르게 처신하는 것이 도이며, 사용함에 조화로운 것이 덕”이라 말하였으며, “천지간에 지극히 높은 것은 도이고, 지극히 귀한 것은 덕일뿐!”이라 하였다.
도덕적 생활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불교는 유사하다. 공자는 괴력怪力과 난신亂神을 말하지 않았다. 불교 역시 자비와 도덕만을 중시할 뿐 신묘하고 기이한 것을 주장하지 않는다. 불교의 사섭육도四攝六度, 오계십선五戒十善, 정지정견正知正見, 불념구악(不念舊惡 : 과거의 악행을 염두에 두지 않음), 보시와 결연結緣, 이락유정(利樂有情 : 중생을 이롭고 안락하게 함), 홍법이생(弘法利生 : 법을 널리 펼쳐 중생을 이롭게 함), 참회와 감은(愛語 : 부드럽고 온화한 말)과 칭찬, 정념正念 수호, 공평무사, 기꺼운 희생, 공무 우선 수행 등이 모두 도덕적 수행과 관련된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