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사상이 풍부하고 심오하지만, 그릇되고 잡스런 논리까지 불심을 닦아 증득하는 데 유익하다고 할 수는 없다.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에게는 옳으니 그르니 논쟁하는 불법보다는 일승一乘에 바로 들어가는 인간불교가 필요하다. 이해하기는 쉽지만 행하기 어려운 가르침이 바로 인간불교이다. 오늘날 불교계는 경전 강론에 있어 유창하기가 청산유수 같다. 그런데 인간불교를 설명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나 싶을 것이다. 비록 설명은 할 수 있더라도 얄팍한 구호에 머물지 않고 몸으로 힘서 행해야 한다. 인간불교는 실용적인 가르침이다. 행주좌와行住坐臥, 의식주행衣食住行, 마음과 생각을 일으키는 것, 어느 하나 생활 속 인간 불교 아닌 것이 없다. 비록 인간세계에 살고 있지만, 몸은 여산廬山에 살면서 여산의 진면목을 알지 못하니, 이제 세상 사람들이 인간 불교의 풍모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 불법의 경론이든, 고덕의 의행懿行이든 인간불교와 관련된 갖가지 실천을 정리하여 ⓵윤리관倫理觀 ‘거가지도居家之道’ ⓶도덕관道德官 ‘수양지도修養之道’ ⓷생활관生活觀 ‘자용지도資用之道’ ⓸감정관感情觀 ⓹사회관社會觀 ‘군아지도群我之道’ ⓺ 충효관忠孝觀 ‘입신지도立身之道’ ⓻재부관財富觀 ‘이재지도理財之道’ ⓼복수관福壽觀 ‘옹유지도擁有之道’ ⓽보건관保健觀 ‘의료지도醫療之道’ ⓾자비관慈悲觀 ‘결연지도結緣之道’ ⑪ 인과관因果觀 ‘연기지도緣起之道’ ⑫종교관宗敎觀 ‘신앙지도信仰之道’ ⑬생명관 生命觀 ‘생사지도生死之道 ⑭지식관知識觀 ’진수지도進修之道’ ⑮육락관育樂觀 ‘생사지도生死之道’ ⑯상경관喪慶觀 ‘정견지도正見之道’ ⑰자연관自然觀 ‘환보지도環保之道’ ⑱정치관政治觀 ‘참정지도參政之道’ ⑲국제관國際觀 ‘포용지도包容지도’ ⑳미래관未來觀 ‘발전지도發展之道’ 등으로 간략하게 논술하였다. 이로서 앞으로 인간불교의 청사진과 이념이 세워지기를 희망한다.
1. 윤리관倫理觀 : 거가지도居家之道 ‘윤리’는 사람 사이의 간계를 조화롭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고리이다. 한 가정에서 부모와 형제자매, 백부와 숙부, 부부와 동서 등이 잇더라도 장유유서長幼有序와 존비尊卑의 구분, 윗사랑은 자애로 아랫사람은 사랑으로 보답하는 윤리 관계가 조화로운 질서의 화합이 유지된다. 과거 대만은 중화문화 부흥운동을 벌이면서 특별한 과학(science), 민주(democracy), 윤리(ethics)를 제창했다. 여기서 제창된 ‘윤리’의 개념은 중국 문화 속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동한東漢 시기 불교가 중국으로 전래된 이래 사찰의 출가승이 그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오랫동안 불교가 출세간出世間 사상만을 중시하고 세간의 재가자 생활에 대해서는 등한시란다고 여겨 왔다. 사실 불교는 승려와 재가자, 즉 사부대중이 함께 하는 종교이며 가정 윤리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종교이다. 『무량수경無量壽經』은 이에 대해, 가인家人 권속은 “서로 사랑하고 공경해야 하묘, 서로 미워하거나 질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하였으며, 생활에 소요되는 물건은 “있고 없고가 서로 통하니, 인색하게 아끼고 아까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으며, 평소 지내면서 “말과 안색은 항상 부드럽게 하고 서로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 구절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이 인간의 성격과 생활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깊이 파고들었는지 느낄 수 있다. 가정은 모든 인간 생활의 중심이다. 효도는 인륜의 시작이며, 윤리 도덕 실천의 근본이다.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관계 중에서 불교는 효도를 최우선으로 중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불교는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 여긴다. 이것은 중생이 입은 네 가지이 커다란 은혜(四重恩) 중 하나이다. 반대로 부모를 해치는 행위는 참회를 해도 통하지 않는 오역대죄五逆大罪라고 말한다. 특히 『무량수경無量壽經』에서는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을 왕생하여 정토에 드는 가장 중요한 자격 요건이라 강조한다. 과거 유교에서는 ‘생전에는 편안히 모시고, 돌아가신 다음에는 장례로 모시며, 아침저녁으로 문안드리고, 안색을 부드럽고 밝게 하며, 공경하고 공손한 것이 자식 된 사람으로 부모에게 효도하는 길’이라 역설하였다. 불교의 『오분율五分律』에서도 또한 정성을 다해 돌아가시는 날까지 부모를 봉양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큰 죄를 짓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잡아함경雜阿含經』은 “부모와 집안 어른을 공양함에 유순하고 공손하게 말하고 거친 말과 이간질을 멀리해야 한다” 하였으며, 『부사의광보살소설경不思義光輔薩所說經』에서는 “음식과 보배로도 부모와 은혜에 보답할 수 없기에, 정법으로 인도하는 것이 곧 양친에게 공양하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연지蓮池 대사는 효도를 3단계로 나눠, 살아서는 봉양하고 돌아가신 뒤 장례를 치름은 작은 효도이고, 부모와 조상을 빛내는 것은 그 다음으로 나은 효도이지만, 고해를 벗어나도록 부모를 이끄는 것은 가장 큰 효도라고 말씀하셨다.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와 『부모은중난보경父母恩重難報經』에서는 “부모를 제도하여 인도하는 것이야말로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다”라고 하였으며, ‘부모가 신심信心이 없거든 신심을 일으키게 하여 편안히 거하도록 하며, 부모가 계戒를 안 지키거든 계를 지키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부모가 인색하거든 지혜를 깨우쳐 주어야 하니, 자식으로 이렇게 하면 비로소 보은報恩했다고 할 수 있다’아는 법문이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효친孝親 사상은 세속적 의미의 작은 효를 초월한다. 하지만 과거 사람들은 늘 ‘우리 센체의 터럭과 살갗(身體髮膚)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므로 함부로 훼손할 수 없다’고 여겨, 부모를 더나 머리카락을 남김없이 깎고 세속을 등진 승려는 큰 불효를 저지른 것이라 비난하였다. 그러나 불교 경전에도 부처님께서 손수 ‘아버지의 관을 들고(『불설정반왕반열반경佛說淨飯王般涅槃經』)’, ‘어머니를 위해 설법(『불승도리천위모설법경佛昇忉利天爲母說法經』)’ 하신 사실이 등장한다. 즉 부처님께서도 자식으로서 도리를 극진히 다하였으니, 후인들에게 효친의 귀감이 되셨다. 『현우경賢愚經』과 『섬자경晱子經』에도 ‘부처님께서는 인효仁孝를 두루 갖추었기에 삼계三界의 존귀한 이가 되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E한 목건련 존자가 저승에서 고통받는 어머니를 구하였으며(『우란분경盂蘭盆經』), 사리불 존자는 입적하기 전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특별히 고향으로 돌아가 어머님께 하직인사를 올렸다(『현우경賢愚經』). 명나라 때 우익蕅益 대사는 위독한 어머니를 위해 자신의 팔을 잘라 어머니의 목숨을 구하였으며(『우익대사전 蕅益大師傳』, 민국 시기의 허운虛雲 화상은 부모님의 깊은 은혜에 보답하고자 오대산까지 장장 삼 년 동안 삼보일배三步一拜로 참배를 하였다.(『허운화상연보虛雲和尙年譜』). 부들로 어머니께 신발을 지어 드린 도명道明 스님, 깨달음을 얻어 아버지의 은혜를 갚은 사비師備 선사, 효성에 감동하여 아버지의 유골을 찾게 된 도비道丕 선사, 염불로써 어머니를 제도한 종색宗賾 선사(『치문숭행록緇門崇行錄』) 등은 인륜적 관계에서는 다른 내용도 있지만, 모두 출가자로서 부모에게 효도와 공양을 다하는 자식의 도리를 내팽개치지 않았고,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혜심慧心 선사는 사미 시절 황제로부터 큰 상을 받았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는 황제가 내린 상을 영광으로 생각지 말고, 어머니 한 사람이 아닌 대중을 항상 생각하고 열심히 도업을 쌓을 것을 권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동산洞山 양개良价 선사는 「사북당서辭北堂書」에서 구도求道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밝히자, 그의 어머니는 매일 밤 슬픔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자식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억누르고 오히려 열심히 수도하여 증과를 얻도록 하라고 회신하였다니, 참으로 깊은 감명을 주는 일화들이다. 불교에서는 효도에 대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과 사문을 공양하고 범행梵行을 존중하는 것까지도 ‘인법人法’에 포함시켰다(『摩訶僧祇律마하승기율』), 특히 『心地觀經심지관경』에서는 “더욱 부지런히 수행하고 효성으로 부모를 봉양한다면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과 그 복이 다르지 않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부모의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한 『부모은중난보경』에서는 “가령 어떤 사람이 왼쪽 어깨 위에 아버지를 모시고 오른쪽 어깨 위에 어머니를 모시고서 수미산을 백천 겁을 돌되, 피부가 모두 닳아 뼈가 뚫어져 골수가 드러나고 발뒤꿈치가 닳아 없어지더라도 부모의 깊은 은혜는 마침내 다 갚지 못하느니라”고 하였는 바, 불가佛家에서 얼마나 효도를 중시하는지 이로써 충분히 알 수 있다. 사회에서는 재가자 사이의 인륜 관계가 있고, 불교의 승단은 사제 관계와 사형제 관계가 있다. 『사분율四分律』에서는 “화상이 제자를 대할 때에는 자식을 생각하듯 해야 하며, 제자는 화상 섬기기를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이와 같이 서로 공경하고 존중하여 지낸다면 정법이 오래 지속된다”고 하였다. 『太平御覽태평어람』에서는 “스승이란 그 기초를 계몽시켜 주는 사람이며, 배우는 자에게 스승이 있는 것은 나무에 뿌리가 있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충심경忠心經』에서는 “도가 이뤄져야 스승의 은혜를 안다”고 하였다. 불교에서는 사제의 정이 때론 세간의 부자의 정보다 더 두터울 때가 있다. 『西天目祖山志서천목조산지』에 의하면, 진晉나라 때 담인曇印 스님이 병으로 위독하자, 제자 법광法光 스님은 칠일 밤낮을 지성으로 예배하며 참회하였다. 『불조역대대통재佛祖歷代代通載』에 의하면, 원나라 때 인간印簡 스님은 병란을 당하고도 언제나 한결같이 스승 중관소中觀沼를 시봉하여 원나라 병사까지 스님을 존경하였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 의하면, 포모布毛 시자侍者는 조과鳥窠 선사에게 의탁해 16년이나 시봉한 뒤에 깨달음을 얻었다. 『오등회원五燈會元』에 의하면, 송나라 때 회지懷志 스님은 삼가 스승 진정眞淨 극문克文 스님의 유훈을 받들어 주지가 되기를 극구 사양하고 명리에 담백했다. 이 밖에도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스승과 제자가 함께 발전하고 서로의 사표師表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도진道眞 장로는 주지가 된 젊은 제자가 손님이 올 때마다 차를 내오고 과일을 깎아오라 명령을 하여도 항상 아무 불평 없이 그 말에 따랐다. 오늘날 대중들도 나이와 계급, 귀천을 떠나서 자신의 책무를 묵묵히 행하는 도진 장로의 정신을 배워 익힌다면 ‘세대차이’와 ‘세대 간 격차’ 문제를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