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우주관을 근거로 불교에서는 우주의 무한한 진행과정을 설명합니다. 하나의 중생으로 태어난 뒤, 해체과정을 통해 되돌아가서, 다시 다른 중생으로 태어 납니다. 이 과정을 세 가지 세계와 관련시켜 이해해야 합니다. 티베트 불교도들은 불교의 물리학과 심리학을 다룬‘설일체부유’의‘아비다르마’논서를 배웁니다. 그 논서에 의하면, 색계(色界)안의 셋째 단계 이하는 생성과 해체과정을 반복하는 세계입니다. 물리적 우주의 진화 과정이라고 불리는 이 과정을 벗어나 있는 세계는 색계 안의 넷째 단계 이상의 세계와 무색계(無色界)입니다.
이 같은 무한한 진화과정은 현대 과학에서 말하는 빅뱅(BigBang)의 개념과 매우 비슷합니다. 빅뱅이라는 과학적 우주관이 오직 한번의 빅뱅에서 모든것이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면, 그 견해는 불교의 기본적 우주관과 어긋납니다. 그렇다면, 빅뱅이 불교에서 말하는 우주의 진화과정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손톱을 깨물며 궁리해야겠지요. 그러나 빅뱅 이론이 최초에 일어난 한 번의 빅뱅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의 빅뱅을 인정한다면, 그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진화과정과 일치할 것입니다.
설일체유부의 아비다르마 논서는 우주가 각 순환기의 끝에 어떻게 해체되는지를 자세히 설명합니다. 물리적 우주가 불에 의해 파괴될 때는 색계 안의 첫째 단계 이하만 파괴됩니다. 물에 의해 파괴될 때는 색계 안의 둘째 단계 이하가 파괴됩니다. 바람에 의해 우주가 파괴될 때는 색계 안의 셋째 단계 이하가 파괴됩니다. 이렇게 불교의 우주관은 물리적 우주의 진화를 불, 물, 바람, 흙 이라는 네 가지 요소로 이해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 네 가지 요소에 공간이라는 요소를 덧붙여서 다섯가지 요소를 말합니다. 이 요소들이 해체되는 방법들에 관해서는 아비다르마 논서만이 아니라‘보성론’에서도 설명됩니다. 그 설명들은 과학이론과 매우 비슷해 보입니다.
그러나 아비다르마 논서에 쓰인 말들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안됩니다. 예를 들어, 아비다르마 논서에 의하면, 우주의 구조는 그 중앙에 수미산이 있고 그 주위를 네 개의 대륙이 둘러싸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아비다르마 논서에서 묘사하는 해와 달의 크기도 현대 과학의 설명과 모순됩니다. 아비다르마 논서의 주장이 틀렸음이 과학 실험을 통해서 입증되었기 때문에, 그 점에 관해서는 과학자 들의 결론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여기서 잠시 불교에서는 물리적 우주 또는 넓은 의미로 자연환경의 진화과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지요. 불교에서는 이 자연 환경 속에 사는 생명체(衆生)의 종류가 다양 하다고 생각합니다. 육체적 형태를 가진 존재와 가지지 않은 존재가 있습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이 세상에도, 우리의 감각으로 느낄 수 없는 존재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 불교 수행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불교에서는 인간을 가장 이상적 형태의 존재로 생각합니다. 신들로 태어나는 것은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보다 못하다고 간주합니다. 신의 형태로 존재하면 불교 수행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신들은 인간이 갖지 못한 특별한 능력들, 예를 들면 미래를 아는 능력이나 초능력들을 갖고 있지만 신의 세계 역시 인간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일부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착각과 번뇌에 지배당합니다.
어떤 의미로는, 생명체는 착각과 번뇌가 만들어낸 산물입니다. 쫑카빠 스님은 깨달음을 얻지 못한 생명체들이 윤회하는 상황을 생생히 묘사했습니다. 그는 생명체들을 나쁜 업, 착각, 번뇌 등으로 엮인 밧줄에 단단히 묶여 있는 사람에 비유했습니다. 자아와 아집이라는 단단한 그물에 둘러싸인 생명체들은 고통으로 가득 찬 경험들로 출렁이는 물결에 떠밀려 목적 없이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습니다. 윤회 속의 삶이 그렇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