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스님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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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또는 '공성'에 대한 네 가지 견해
불교경전에는, 부정할 대상인‘아(我)’에 관한 개념이 여럿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경우에는‘아’를‘실체적으로 존재하며, 우리들 안에 존재하는 영혼’이라고 말합니다. 이 경우의‘무아론’은‘실체적으로 존재하며, 독립적인 행위자인 영원한 영혼이란 것은 존재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유식학파에 의하면, 근본적인 무지란 것은‘실체적으로 존재하는 영원한 영혼이 있다
고 믿는 것’이 아니라‘물리적 세계가 실체로서 존재한다고 믿는 것’을 말합니다. 유식학파의 경우에는, 마음과 물질을 이원론적(二元論的)으로 잘못 생각하는 것이 근본적인 무지이기 때문에, 무아론에서 부정할 대상은 바로 그런 잘못된 생각입니다.

세 번째로,‘ 독립논증중관파’는 다음과 같이 해석합니다. 사물들은 원인과 조건이 결합한 결과로서 생겨나고, 사물들이 존재하는 상태는 어느 정도 우리의 지각에 달려 있다 하더라도, 사물들에게는 일종의 내재적인 존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공성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런 해석은 부처님이 말하신 무아론의 궁극적인 의미가 아니라고‘귀류논증중관파’는 주장합니다. 귀류논증중관파는 사물들 안에 내재적인 존재가 조금이라도 있다는 생각을 우리 마음에서 완전히 버리지 않는 한, 우리는 사물들이 실제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사물들에게 내재적인 존재가 있다는 것을 완전히 부정하고, 그것이‘공성’의 참된 의미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네 학파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가 아집(我執)을 부수려고 노력하는 것은 옳지만,‘ 아’를 부정한다고 해서 일상생활의 세계인 관습적인 세계까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업의 인과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면 안 된다는 것도 모든 학파가 공통적으로 강조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가장 성공적인 것은‘귀류논증중관파’인 것 같습니다. 그들은 분석을 통해서 아(我)를 철저히 부정하지만, 동시에‘연기’의 세계와‘업’의 세계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강조합니다. 나가르주나의 <근본중송(根本中頌)>에 매우 중요한 구절이 있습니다.

“의존해서 생기는 것, 즉 연기하는 것을 나는 공(空)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의존적으로 이름 붙여진 것이다.”
의존해서 생겨난 것은 무엇이든지 절대적 의미로는‘공’이며, 우리가 의존적으로 이름 붙인 것은‘공’한 현상과 다름없다는 의미입니다. 사물들이 무존재(無存在)가 아니며, 단순한‘무’가 아니라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연기법(의존발생법)에 대한 이해와 공성에 대한 이해가 결합되면, 절대주의와 허무주의라는 양극단에 빠지지 않기 때문에 중도(中道)를 걸을 수 있습니다.

‘의존적으로 이름 붙여진다’라는 중관학파의 표현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의존적으로’라는 첫 번째 말은 사물들이 다른 요소들에게 의존해서 생겨남을 뜻합니다. 즉. 사물들이 독립적이거나 절대적인 실체를 갖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첫번째 말은 절대주의를 부정합니다. ‘이름 붙여진다’는 두 번째 말은 사물들이‘없다’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두 번째 말은 현상 세계의 실재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증합니다. 붓다빨리따(Buddapalita)는 <‘근본중론’에 붙인 주석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사물들과 사건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을 그들 자체 속에 내재시키고 있어서, 다른 요소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생겨날 수 있다면, 왜 그들의 명칭이 의존적이며 서로 관련되어 있겠는가?”<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