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인 무지가 있기 때문에 의지적인 행동이 생겨난다.
이 말씀은 ‘원인이 결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조건’을 말한다고 아상가 스님은 설명하면서, 그것을 ‘잠재력이라는 조건’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어떤 원인이 존재하고 그것이 무상하다는 이유만으로는 특정한 결과를 가져오기에 불충분하다는 말입니다. 모든 원인이 똑같이 모든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않습니다. 어떤 원인과 그 결과는 일종의 본질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음이 틀림 없습니다.
예를 들어, 삶이 본질적으로 고통스럽기 때문에 우리는 행복을 갈구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무지 때문에 스스로 더 많은 고통을 만듭니다. 우리 삶의 밑바탕에 무지가 놓여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처럼 우리가 얻는 결과는 그것의 원인과 서로 관련되어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어떤 것이 생겨나려면 앞의 세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원인이 존재하고, 그 원인이 무상하고, 그 원인이 결과와 서로 관련되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무지와 의지적 행동은 어떤 인과관계를 맺고 있을까요?
불교는 일반적으로 인과관계를 엄밀히 분석합니다. 불교경전에는 여러 종류의 원인들과 조건들에 대한 논의가 많지만, 근본적으로 원인을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물질적 원인’과 ‘보조적 원인’입니다.‘물질적 원인’이란 것은 결과로 변하는 원료 자체를 가리킵니다. 물질적 실체를 구성하는 물리적 연속체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원인과 결과 사이에 변화를 일으키려면 다른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며, 그 요소를 ‘돕는 원인들’이라고 부릅니다.
게다가, 조건들이 결과를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치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그 방법들은 주로 마음의 복잡한 작용들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불교경전은 다섯 종류의 조건들을 말합니다. 지각의 대상인 객관적 조건, 감각적 지각을 일으키는 감각기관들, 바로 이전 순간의 의식의 연속체인 ‘바로 직전의 지각’등등입니다. 이렇듯이 불교에서 말하는 인과관계는 매우 복잡합니다. 불을 예로 들어봅시다. 불을 일으키는 물질적 원인은 무엇일까요? 불을 일으키는 데 쓰이는 연료 속에는 불을 일으킬 잠재력이 있고, 그 잠재력이 나중에 불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의식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복잡합니다. 예를 들어, 감각적 지각이 일어나려면 육체적 감각기관이 필요합니다. 의식이 일어나는 기반인 육체에도 신경조직이 필요합니다. 전통적인 불교 경전에는 신경조직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지만 이제는 불교의 인식론과 심리학에 그런 논의를 첨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의식을 일으키는 실질적 원인은 그런 물리적인 실체들이 아닙니다. 의식의 원인은 잠재적인 성향으로 존재하는 의식의 연속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건 매우 어려운 주제입니다만, 의식을 일으키는 실질적 원인은 ‘미세한 의식의 연속체’라는 걸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모든 사물의 물질적 원인이 그 사물 자체와 동일하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주장은 지적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감각적 지각을 일으키는 실질적 원인이 언제나 감각적 지각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감각적 의식은 거친 단계의 의식이며, 개인의 신체기관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에, 의식의 연속체는 미세한 의식의 단계에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의식을 일으키는 실질적 원인은 현재의 의식상태로서가 아니라, 잠재된 형태로 현존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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