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이라는 이 미묘한 문제를 이해하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삶 속에서 겪는 경험들을 해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집착이나 분노처럼 강한 감정들이 우리 마음에 일어나는 동안에 그 감정을 분석해 보면, 우리가 꼭 붙들고 있으면서, 거기에 좋고 나쁜 성질들을 투사한 어떤 것이 객관적이고 실제적으로 바깥에 존재하고 있다는 가정이 그 감정의 밑바닥에 깔려 있음을 알게 됩니다. 우리가 사물이나 사건에게 투사한 성질에 따라서 우리는 그것에게 매력을 느끼든지 불쾌하게 느낍니다. 따라서, 강한 감정적 반응을 느끼는 것은 어떤 형태의 객관적인 실재가 존재한다고 가정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물이나 사건들에게 내재적인 존재가 없음을 깨닫는다면, 아무리 실제적이고 강한 감정처럼 보이는 것들도 근거 없는 환영과 같다는 것을 이해할 것입니다. 실재가 존재한다는 근본적인 착각 때문에 그런 감정들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나면, 그런 감정들 자체가 버티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반면에, 우리가 공성을 철저히 이해하지 못하고, 사물이 내재적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을 완전히 부정하지 못한다면, 감정을 대하는 태도가 애매해져서, 감정이 어떤 의미로는 타당하고 합리적이라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지성적으로나마 공성에 대해서 확실히 이해하면, 평소에 비해 새로운 관점에서 사물을 대하게 됩니다. 우리가 세상의 사물이나 사건들에게 얼마나 많은 성질들을 투사하는 버릇이 있는지를 주목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우리가 느끼는 강한 감정들 대부분은 실재하지 않는 어떤 것을 실재한다고 가정한 데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 입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사물을 지각한 사항과 사물의 실제 모습간의 차이를 체감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우리의 마음을 괴롭히는 강한 감정들은 근본적인 무지에서 생기며, 그 무지 때문에 우리는 사물들이 실제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혼란스러운 감정이나 생각들은 우리의 경험상으로든, 실제로든, 이론상으로든 근거 없는 허황된 것임을 우리는 압니다.
그와 반대로, 우리가 사물의 공성을 통찰하는 것은 논리와 경험에 입각한 것이기 때문에 타당한 근거를 갖 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물의 공성을 이해하는 것과 사물이 실재한다고 집착하는 것은 정반대이기 때문에 둘 중에 하나는 버려야 합니다. 그 둘은 반대되기 때문에, 하나가 합리적인 근거를 갖는다면, 다른 하나는 갖지 못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공성을 깊이 이해할수록 통찰력은 더 강해지고, 감정의 기만성을 간파할수록 감정은 점점 약화된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무지와 괴로운 감정들이 약화되는 반면에, 공성에 대한 통찰이 확실해 진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앞의 분석을 통해서, 우리는 착각이나 무지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남 아 있는 문제는 그것들을 우리 마음에서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 점에 관해서, 마이뜨레야의《보성론》에 나오는 몇가지 논의들이 매우 중요합니다. 보성론에 의하면, 우리가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잠재력이 우리의 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으며, 그 지혜는 마음의 본질적인 성질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마음을 괴롭히는 요소들은 마음의 본질적인 부분이 아닙니다. 정신적 괴로움들은 마음의 본질적인 성질과 구분되기 때문에 그것들을 부수적인 것들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부처님의 완전한 지혜를 얻는다고 말할 때는, 우리 자신 속에 아직 없는 성질들을 창조한다거나, 우리 밖의 어디에선가 그것들을 얻는다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완전한 부처님의 지혜’가‘앞으로 깨달 아질 잠재력’으로 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의 의식 속에 내재된 그 잠재력이 자연스럽게 표출되 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마음의 오염들입니다. 무한한 지혜를 가질 능력이 우리 마음 안에 있지만, 마음의 오염들이 방해하기 때문에 그 능력이 완전히 개발되거나 표현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본성이 순수한 명료함, 순수한 경험, 순수한 앎의 능력이라는 것을 우리가 이해하면, 부수적인 정신적 괴로움들을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