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스스로 평범한 티베트불교 수행자라고 말하는 80세의 노장 스님이 있다. 지난 9월 아시아 연합법회 이후 영국과 미국 일정을 끝으로 올해 하반기 해외 일정을 전면 취소했지만 그의 인도 일정 역시 쉴 틈이 없어 보인다. 티베트인들의 정신적인 지도자로 추앙받으며 21세기 인류의 붓다로 칭송받는 그는 바로 14대 달라이라마 뗀진갸초다. 다람살라 주재 달라이라마 대표부는 건강상의 이유로 달라이라마의 해외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고 대변했지만 내막은 그렇지 않은 분위기다. 달라이라마는 꾸준히 다람살라를 찾는 지식인들과 대담을 열고 대중과의 회동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달라이라마의 건강 악화 설, 중국과의 비공식 대화 설도 제기되어 왔다. 일각에서는 인도 정부가 느닷없이 난민 규제 조항을 들어 달라이라마의 그간 자유로웠던 해외 순방과 법회에 제지를 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티베트인들의 난민 거주 증명서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다. ‘인도 정부는 티베트인의 해외 출입국을 3회로 제한한다.’ 달라이라마. 그도 인도에 망명한 한 명의 난민 신분임에는 예외가 없다. 달라이라마는 1959년 인도 망명 이후 여느 티베트 난민들과 같이 노란색의 여행 허가증과 녹색의 난민 등록증을 사용하고 있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명예 시민권을 비롯하여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그의 국적 신분증은 ‘인도의 티베트 난민’이다. 다시 말해 달라이라마는 무국적이다. 이는 전 티베트 망명정부 총리 삼동린포체, 네충사원의 신탁승 꾸뗀 역시 예외가 없는 상황이다. 반면 티베트 망명정부 총리 시꾱 롭상상게 박사는 미국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어 해외 출입국의 큰 제약이 없다. 이로 말미암아 우리는 짐작해 본다. 인도의 티베트 청년 난민들이 어떠한 이유로 그토록 해외로 이주하기를 갈망하는가. 인도의 척박함을 온 몸으로 개척해온 난민 정착 세대들과 2세대들은 어떠한 이유로 그들의 자손들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는가. 교육의 목적이거나 친인척의 초청을 구실로 삼거나 심지어 큰 빚을 내어 사주한 중개인을 통해서라도 그들은 인도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고 있다. 이는 티베트 본토에서 인도에 망명하는 소수의 청소년들에게 조차 예외가 없다. 오늘의 인도 다람살라는 그러한 이중적 의미의 정거장이 되었다. 망명정부 해택으로 말미암아 정규 교육을 받은 이후 복지 해택 없이 인도에서 자립할 것인가. 홀몸으로 해외에 나가 생계를 이어가더라도 인간의 가치를 보장받는 치열함에서 사는가. 실상은 그러했다. 오늘의 인도는 티베트인들의 망명지일 뿐 그 이상의 인간 기본권을 부여함에 크고 작은 제약을 두고 있다. 인도에서 출생한 티베트인은 여전히 무국적자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인도의 자국민으로 티베트인을 수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 국경 군부대에는 티베트인을 특수 배치하고 있다. 인도의 지식인들이 달라이라마를 존경하고 다양한 종교의 지도자들과 지속적인 우애를 나누지만 인도 대학교육의 장학제도나 일반 의료와 복지 해택으로부터 역시 티베트인들은 극명한 예외의 대상으로 분리된 제 3자다. 왜 젊은 티베트 난민들이 인도 밖으로 나가야만 하는가. 어떠한 이유로 우리는 그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데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근거가 구구절절하다. 오늘날 티베트인들에게 국제 난민 법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기회가 제공되고 있는 미국 캐나다 유럽과 같은 환경에서 성장할 기회를 지원하는 것은 존엄한 인간의 가치를 실현하고 증명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이는 다시 말해 달라이라마가 항시 강조해온 인류의 보편적인 책임에 동참하는 길이다.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서건 지난 10월 26일(미 현지 시각) 달라이라마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자유의 메달’ 수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필라델피아에 본부를 둔 국립헌법센터는 전 세계적으로 인권과 비폭력에 기여한 달라이라마의 공로를 인정하고 이 날을 기념했다. 이날 행사는 할리우드 영화배우 리차드기어, 마음과 생명 연구소장 리치 데이비슨 박사, 달라이라마의 수석 통역가 툽뗀진빠가 대리인의 자격으로 참석했다. 달라이라마는 영상 메시지를 빌어 시상식 불참의 유감을 밝히면서 “인류를 향한 나의 작은 봉사에 대한 공로를 인정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나의 생명이 다 하는 그 날까지 자유의 회복과 인류의 가치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리차드기어는 대리 연설을 통해 그가 느낀 달라이라마의 진솔한 위용을 대변하기도 해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았다. 티베트 망명정부 외교부는 11월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하는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 대표단을 보내 티베트의 환경 보존을 촉구하는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들의 구호는 “세계의 지붕 티베트. 기후 변화에 행동하라.” 달라이라마 역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연대에 동참할 것을 적극 격려했다. “지구는 인류의 보금자리이며 티베트는 지붕과 같습니다.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종교적인 문제 혹은 정치적인 잣대의 판가름을 넘어 인류가 함께 해결해 가야 할 직면한 현안입니다. 젊은이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희망을 실현하는 행동에 참여해야 합니다.” 이에 국제 불교도연대는 이번 당사국 총회의 참여를 결의하였다. 틱낫한 스님을 비롯한 많은 불교 지성인들도 함께 동참할 뜻을 밝혔다. 이번 총회에는 한국을 포함 195개국이 참여하여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계 수립을 놓고 협상한다. 막상 티베트 망명정부는 총회의 협약 국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장외 활동을 통해 이번 총회에 적극 동참한다는 각오다.
오늘 당신의 기분은 어느 정도 만족스럽습니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지금 상황에 불만족해합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불만족스럽다 못해 나 자신 스스로에게 조차도 매우 불쾌해합니다. 이러한 불만족이 줄어들지 않는 원인을 하나하나 헤아려 봅니다. 이러한 감정들의 가지를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듯 역으로 거슬러 가보면 그 뿌리는 만물이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무지라고 일컫는 것으로 비롯된 바였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알아차림입니다.
이 알아차림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본래 지닌 붓다의 본성을 발견해야 합니다. 우리 자신의 내면에서 사유하는 진리의 법을 달성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모범을 보이는 이들이 바로 승가 공동체입니다. 더불어 진정한 대승이란 우리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도록 최선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상황이 최악의 경우처럼 보이더라도 여전히 새로운 희망을 품고 있음을 기억하세요. 정신적인 성취가 현실과 조화로울 수 있다면 당신은 비할 바 없이 아름다운 보석을 지닌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저의 인생에서 가장 비극적인 순간을 떠올려보라고 한다면, 나의 조국 티베트를 등지고 망명길에 오르던 때일 것입니다. 그로부터 반세기의 시간이 흘렀고 티베트불교는 전 세계로 전법이 되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순간이 씨앗이 되어 인류에 유용한 공헌을 할 수 있는 자량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티베트불교 역사상 처음으로 여 학승의 박사 학위자를 배출하는 게쉬마 시험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마음과 생명연구소를 통해 시대를 이끌어 가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들과 만나왔습니다. 그들은 불교의 인식론과 논리학적 접근 방식이 심리학과 정신분석 심지어 현대 양자물리학의 영역에 상당 부분 통섭되고 있음을 입증하였습니다. 이는 불교적 과학도 아니고 과학적 불교도 아닌 말 그대로 불교과학입니다. 오늘의 젊은이들은 불교를 통해 보다 다양한 영역과 소통하고 응용할 수 있는 근간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젊은이들이 지닌 특유의 호기심이 불교를 자양분으로 다양한 지식의 영역에서 역동적으로 소통되기를 기대합니다. 부디 세상을 넓게 보고 나의 의지가 인류의 가치가 되는 길을 고민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