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내면에는 두 가지의 원수가 있다네. 그 하나는 나를 지극히 소중히 여긴 나머지 매사를 자기중심적인 측면에 두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내면의 무진한 자량을 부정적으로 오해하는 것이지. 이 두 가지가 궁극의 행복을 누리는 길을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이 된다네.”
달라이라마(뗀진갸초, 81)는 올해 다람살라의 몬순 동안도 어김없이 인도의 고대 불교왕국 레에서 법회를 열었다. 샨티데바의 ‘입보리행론’을 주제로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가 추구하는 행복의 척도를 존중하고 나름의 가치성을 인정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붓다의 가르침이 담긴 경전과 논서의 본질 역시 단순한 맹목적 신앙이 아닌 사회의 정의를 구현하는 지혜로써 해석되고 실천되어야 함을 당부했다. 달라이라마는 내년 7월 파키스탄과 중국의 국경지역 누브라 밸리에서의 법회를 기약하며, 8월 29~9월 1일 4일간 열리는 아시안 연합법회 일정을 위해 8월 25일 다람살라에 도착했다. 이번 연합법회에는 중국을 포함한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대거 동참했다. 태국의 유명한 토크쇼 진행자 우디는 법회 일정보다 앞서는 25일 달라이라마와 단독으로 만나 그 동영상을 인터넷 유튜브에 생중계해 화제를 불러 모았다. 한국에서도 달라이라마 방한추진회 주관 하에 200여 명의 불자들이 참여하는 등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아시아 연합법회가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했다. 올해는 한국의 일간지 언론사 10곳이 공동취재단을 기획해 다람살라를 찾았다. 법회 첫 날 8월 29일에는 티베트중앙행정부 총리 시 롭상상게 박사와 망명정부 현황에 관한 대담을 가졌다. 이어서 다음 날 30일 이른 아침에는 법회 시작에 앞서 달라이라마의 접견실에서 질의응답의 시간을 나누었다. 달라이라마는 방한추진회와 공동취재단이 함께한 자리에서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반가움을 전했다. 대화는 왜 달라이라마의 한국 방문이 성사되지 못하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되었다. 달라이라마는 수년 전부터 활성화된 달라이라마 방한추진회의 활동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서 “한국만 방문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를 방문하지 못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불교도 국가를 방문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아마도 내가 비구이기 때문이어서 인가요?”라고 되물으며 특유의 농담으로 긴장을 풀었다. 중국정부 내부의 변화를 기대한다는 달라이라마는 내년에 열리는 제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그 관계의 전환점이 될 것을 희망하면서 시간이라고 하는 바른 때의 문제일 것이라면서 언젠가는 한국에 방문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티베트망명정부가 완전한 민주주의 체제로 변화할 필요에 대한 기대도 컸다. 달라이라마는 “2001년도에 삼동린포체의 총리 직무 수반을 통해 과거 400년간 달라이라마가 지녔던 정치적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반 정도는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2011년도에 민주주의 선거 방식으로 선출된 롭상상게 박사를 위시하여 달라이라마는 정치적 지도자의 직무에서 완전히 은퇴했음을 밝혔다. “제가 2600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 가사를 수하고 있지만 나의 지성은 충분히 이 시대와 부합할 만큼 젊다.”는 것을 알아달라며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달라이라마는 오늘의 불교도들에게 21세기에 부합된 불자의 삶을 실천하며 살아달라고 당부했다. ‘체계적인 배움과 수행을 중요시하고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동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맹목적인 신심으로만 어리석은 종교를 행하지 말고 불교의 진정한 의미를 탐구하고 그 내면의 지혜를 발견하여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실제로 구현하는데 앞장설 것을 당부했다. 뿐만 아니라 급속도로 세밀하게 인간의 삶의 영역에 절대적으로 관여하는 현대 과학의 분야에 불교의 사상이 기여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0년 동안 마음과 생명연구소를 통해 인간의 마음 연구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온 달라이라마다. 이어서 달라이라마는 불교 스승에 대해 법의 스승이라는 호칭 보다 사상가라는 수식어로 불리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지난 라다크 방문 당시 방문한 한 학교에서 달라이라마의 초상화에 사인을 해 줄 것을 요청받은 달라이라마는 기존에 써 왔던 ‘석가의 비구 설법자 달라이라마’가 아닌 ‘석가의 비구 사상가 달라이라마’라고 기록하였다면서 웃음을 보였다. 달라이라마 방한추진회는 달라이라마를 한국에 모시기 위한 준비를 3년 째 이어오고 있다면서 그 간의 활동을 보고했다. 지금까지 한국불교의 원로 스님을 비롯하여 십삼만 명이 달라이라마의 한국 방문을 기원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추진회는 한국에 모실 때 사용할 초청장을 보이며 비자가 빠져 있음에 이해를 구하면서,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가운데 공성의 정수를 담은 반야심경 경판을 선물했다. 이에 대해 달라이라마는 “지금 현재 본인이 한국을 직접적으로 방문하지는 못하지만 글과 사진 등의 매체를 통한 한국 내부에서 적극적인 대외 활동으로써 달라이라마의 설법과 티베트불교가 한국에 전해지고 있음을 감사한다.”고 했다. 한국의 일간지 공동취재단의 질의응답이 시작 되었다. 약간은 난해하고 단편적인 질문의 나열에 대해 달라이라마는 명료하게 답했다. 첫 질문으로, 훗날 달라이라마가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면 어디에 가서 누구를 만나고 어디에 가고 싶으냐는 물음이 나왔다. 달라이라마는 방한 추진회가 기획한 일정에 따라 다니는 것이지 특별히 누구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김치’가 생각난다.”며 “한국에서 맛난 김치를 많이 맛보고 싶다.”고 답했다. 달라이라마의 한국김치 사랑은 변함이 없다. 매번 인터뷰 때마다 한국에 관한 대화가 오갈 때면 ‘김치’ 이야기를 빼먹지 않는 그다. 달라이라마는 “한국이 역사적으로 불교도의 나라이기 때문에 그에 기반 하는 불교도들의 과제와 역할이 크다.”고 말을 이었다. “한국은 지속적으로 불교가 부흥 되어야 할 근거지로 그 역량이 풍부하다.”면서 붓다의 말씀 속에 담긴 세상만사의 진리를 분석하고 삶에 응용하기를 바랐다. 오늘날 불법을 수학한다는 것은 오직 승가의 전유물이 아니라면서 “재가자들도 불법의 진리를 헤아려서 가족과 사회 그리고 국가를 넘어 인류의 관심사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달라이라마는 불법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오늘 선물로 받은 반야심경 팔만대장경판에 담긴 공사상의 지혜를 자신의 경험과 체험에 비추어 해석한다면 올곧은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음을 덧붙였다. 다음 질문으로 물질적으로 채울 수 없는 인간의 욕망과 행복에 대해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달라이라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행복을 지극히 감각적인 쾌락으로 지향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마음의 행복은 자신의 의지에 담겨 있음을 잘 알지 못하기에 크고 작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서 마음이 행복하고 불행한 것은 육체적인 행, 불행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예로 육체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이가 있다고 해 보자. 그러한 그가 지금의 고통으로써 더욱 큰 행복을 이루는 자량이 될 수 있다는 굳건한 마음을 일으킨다면 충분히 그가 처한 고난을 극복하고 원하는 바의 성과를 이룰 수 있다. 그러한 경우를 우리는 올림픽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결실 속에서 확인을 하기도 한다.”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달라이라마는 항시 자비로써 베풀면서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라고 조언한다. 때문에 항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다음 질문으로, 인공지능의 발달과 미래 인류 세계의 어울림의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는가를 물었다. 달라이라마는 미래 세계에도 인간의 지성은 절대 인공지능에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보였다. 인간이 기획한 컴퓨터의 프로그램에 의해 움직이면서 자체 업그레이드하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역으로 침범한다는 것은 공상 과학에서나 가능한 가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컴퓨터와 티베트 불교학자가 논리학의 대결을 펼친다면 티베트 불교학자를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마지막으로 아시아의 영토 분쟁과 핵 위험 등 불안정한 정세에 대한 조언의 말씀을 구했다. 달라이라마는 “짧은 10년 혹은 20년 안에 세상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특별히 크고 획기적인 변화를 단기간에 이루겠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임을 지적했다. 그 무엇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분야야 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사랑과 자비의 윤리와 인류애의 중요성을 과학에 근거한 논리적 접근 방식으로 올곧게 가르쳐야 한다는 대안을 보였다. 이에 준하는 바른 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이 성장하여 사회 조직을 운영하고 국가의 지도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세상은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석가 비구 수행자 달라이라마는 참된 종교의 역할에 대한 일언으로 대담을 마무리 했다.
“종교는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변함없이 오로지 사랑과 연민으로 사유되고 실천되어야 합니다. 창조주를 인정하거나 인정하지 않거나 상관없이 인간은 더불어 살아야 하는 공동체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가 더불어 살고 어울려 살 수 있는 길을 위해 고민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종교이며 성직자의 의무이자 수행자의 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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