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 남걀사원 딱첸촐링에서 법문
인도 북부 다람살라의 몬순이 끝나고 가을법회의 계절이 도래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의 테라바다 수행자와 대승의 마하야나 불교도 5천여 명이 달라이라마(뗀진갸조, 89)의 법문을 청하기 위해 남걀사원 딱첸촐링을 찾았다. 사자후를 위해 법좌에 오르는 달라이라마를 향해 간절한 두 손을 모은 불자들은 삼보를 찬탄하는 게송을 시작으로 생하고 멸하는 일체 유정과 무정의 도리를 정수로 함축한 반야심경을 봉독했다.
“마음을 바르게 바라보세요”
다람살라는 달라이라마의 두 번째 고향입니다. 인도에 망명한 이래, 산골짜기 물 맑은 다람살라는 우리 티베트인들의 안식처였습니다. 지난 반세기가 넘는 시간을 거쳐 이곳 다람살라는 정치적으로나 인류학적으로 보존의 가치를 인정받은 성지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오늘 법문에 참석한 청중 가운데는 불교가 아닌 분도 상당수 있습니다. 심지어 붓다의 가르침을 오랜 신앙생활로 믿어 왔다고 하더라도 정작 불교가 무엇이고 불교도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분도 있습니다. 저는 티베트불교를 수행하는 비구 승려로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불교를 믿으라고 불법만을 따라야만 한다고 일방적으로 강요한 적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법이라고 하는 숭고한 진리는 지시 또는 명령에 따라 관심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본인 스스로가 체득한 경험을 토대로 진정성 있게 공감되었을 때 비로소 법의 논리를 사유할 준비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물에 내재한 진리의 속성을 알게 되면 우리 불교도의 관점에서 사유의 체계는 마음의 평화를 누리도록 그 방향을 올곧게 제시하게 됩니다. 이 말은 즉, 기도란 입으로 하는 맹목적인 반복이 아니라 분석적이고 합리적인 인식의 논리라는 의미입니다. 특히 현대 과학자들은 논리와 이성에 기반한 불교의 가르침에 적잖은 흥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불교에서 다루는 마음과 감정의 작용에 대한 광범위한 이론과, 마음의 평화를 얻는 방법론에 매료된 듯합니다. 역사적으로 불교는 마음에 집중하여 내면의 평화를 얻는데 주안점을 두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나란다승원의 전통에 따르면, 수행자는 마음과 감정을 자세히 살피고 마음의 평화를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단계적으로 확인했습니다. 더불어 분노와 욕망 같은 파괴적인 감정에 대처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더 나아가 불교는 우리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심리적 통찰력을 키우는데 주력했습니다. 핵심은 우리의 마음과 감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이 삶에서 분노와 질투와 같은 파괴적인 감정을 줄이는 것을 지향했습니다. 붓다의 가르침이 지향하는 목적은 무엇인가요? 부정적인 마음 상태를 줄이는 것입니다. 그것은 믿음에 관한 것이 아니라 변화를 불러오는 것입니다. 붓다는 보드가야에서 깨달음을 얻으셨고 초전 법륜인 사성제를 논하셨습니다. 법륜을 두 번째로 돌렸을 때는 지혜의 완성, 이성의 빛으로 볼 수 있는 지침을 설하셨습니다. 붓다의 가르침은 이성적 논리에 기반을 두었기에 두루 이로움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일상의 수행에 대한 습관이 있습니다. 아침에 깨어남을 지각하는 순간, 보리심과 공성이라고 하는 깨어 있는 마음에 대해 참구합니다. 붓다께서 참구하신 고통의 진실, 고통의 기원에 대한 진실, 소멸의 진실, 수행도의 진실이라는 네 가지 진리를 명상합니다. 이것들은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포괄적인 지침을 수반합니다. 저는 붓다의 평범한 추종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동시에 저와 함께 법담을 나누는 여러분은 저의 도반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논하는 가르침은 단순한 의식 이상의 것을 포함한다는 것을 명심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부디 믿음보다는 지혜에 의존하는 불교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공성을 이해하고 일상의 곳곳에 적용하는 수행을 경험하는 것 역시 권합니다. 그 수행이 무르익으면, 사람과 사물이 보이는 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삶 속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줄여가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가 편안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가르침이 불교가 되도록 현명히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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