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현 전 총무원장 21년 만에 ‘멸빈 굴레’ 벗어
등록일 : 2015-06-19 동영상 
재심호계원, 6월18일 심판부 결정
“재심청구권 박탈했다”재심 사유
종단을 혼란케 한 죄 작지 않지만
고령인데다 20년간 환속 않은 점
정상 참작해 ‘공권정지 3년’ 확정
94년 멸빈자 사면논의 신호탄될 듯
밀운스님 “사면 후속조치 진행해야




1994년 조계종 개혁 당시 개혁회의로부터 멸빈의 징계를 받았던 전 총무원장 의현 스님이 재심을 통해 공권정지 3년으로 감형됐다. 이에 따라 의현 스님은 21년여 만에 멸빈자의 굴레를 벗게됐다.

조계종 재심호계원(원장 자광 스님)은 6월1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회의실에서 제96차 심판부를 열고 1994년 종단개혁 당시 개혁회의로부터 멸빈징계를 받은 의현 스님의 재심신청을 받아들여 이같이 판결했다.

호계원 관계자에 따르면 재심호계원은 이날 1994년 당시 징계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의현 스님의 징계확정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심호계원은 의현 스님의 재심청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이후 재심호계원은 의현 스님이 1994년 당시 총무원장으로서 종단을 혼란케 한 점은 결코 작은 죄가 아니나,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 참회하고 20년 이상 환속하지 않고 스님의 신분으로 살아온 점 △현재 80세가 넘은 고령으로 본인이 마지막을 종단 소속 스님으로 회향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공권정지 3년을 확정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의현 스님은 재심이 확정된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조계종의 스님으로 사면복권된다.

이번 판결의 최대쟁점은 1994년 징계절차가 완료된 사건을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재심을 할 수 있느냐의 판단이었다. 의현 스님은 “1994년 개혁회의가 징계절차에서 절차상 오류가 발견된다”며 “이로 인해 재심을 받을 권한을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호계원 관계자에 따르면 의현 스님은 1994년 6월8일 초심호계위원회에서 해종행위 등의 혐의로 체탈도첩(멸빈)이 결정됐다. 이후 당시 개혁회의 호법부장 보선 스님은 6월15일 자신이 직접 재심을 신청했다가, 다시 취하함으로써 1994년 6월29일부로 의현 스님의 멸빈징계가 확정됐다.

당시 호계원법에 따르면 징계는 초심위원회의 의결을 통지받은 지 7일 이내에 재심을 청구하지 않거나 재심에서 징계의 의결이 있을 때 확정된다. 그러나 의현 스님은 종단으로부터 직접 초심위원회의 징계결정을 통보 받지 못했고, 이로 인해 자신이 재심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는 게 호계원의 설명이다. 즉 의현 스님은 1994년 6월8일 초심호계원으로부터 멸빈의 징계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통보를 받지 못해 재심을 신청하지 못했고, 결국 법리적으로는 재심절차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의현 스님은 이날 심리에 참석해 재심호계위원들에게 지난날의 과오를 눈물로 참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의현 스님은 “마지막 삶을 종단 스님으로서 회향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단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이 1994년 멸빈자 사면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1994년 종단개혁 당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의현 전 총무원장이 사실상 사면복권의 절차를 밟게 됐다는 점은 다른 징계자들의 사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94년 개혁회의가 해종행위의 책임을 물어 멸빈의 징계를 확정한 스님은 의현 스님을 비롯해 보일, 규필, 원두, 무성, 종원, 준제, 진암, 진경 스님 등 9명이다. 이 스님들의 상당수는 해종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 없이 의현 총무원장 당시 집행부에 있었거나 동조했다는이유로 징계에 회부됐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멸빈을 당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1994년 멸빈자들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자신들의 징계가 정치적 보복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이번 의현 스님의 감형 결정이 1994년 멸빈자들에 대한 재심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종단개혁 20주년 기념법회에서 유시를 통해 1994년 멸빈자들의 사면복권을 호소했던 원로의장 밀운 스님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멸빈자들에 대한 대사면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스님은 “원로회의는 그동안 ‘멸빈자 사면을 제한한 종헌 128조를 삭제해 줄 것’을 중앙종회에 수차례 건의했다”며 “종단의 화합을 위해 반드시 이 조항을 개정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