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계사 중앙종회의원 명진 스님이 돌연 종회의원직을 사퇴했다. 제16대 중앙종회의원 임기 시작 1년도 안 돼 사퇴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명진 스님은 영담 스님과 더불어 종책모임 삼화도량의 핵심 인물이라는 점에서 향후 종단 정치지형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명진 스님은 9월16일 오전 법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중앙종회의원 사퇴의 변을 따로 발표할까도 생각했지만, 이미 지난 9월13일 법회에서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한다”며 “내일이나 모레 쯤 사퇴서를 중앙종회 사무처에 접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스님은 이날 법보신문과의 통화 직후 삼화도량 관계자를 통해 중앙종회의원직 사퇴서를 종회사무처에 전달했다.
스님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탱화절도 의혹이 있는 스님이 동국대 이사장을 하고, 범계 의혹이 있는 스님이 버젓이 본사주지를 하고 있는데도 종단은 이를 비호하고 있다”며 “더 이상 (내가) 할 역할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명진 스님이 종회의원직 사퇴를 결심한 직접적인 배경은 지난 9월8일 임시종회에서 사천 다솔사 관할권이 범어사로 확정된 것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범어문중의 양대 본사로 알려진 쌍계사와 범어사는 사천 다솔사 관할권을 두고 수십 년간 갈등을 이어왔다. 쌍계사는 종단의 재산목록을 적은 공부의 기록에 따라 다솔사가 자신들의 관할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범어사는 1970년대 중앙종회에서 ‘다솔사 관할권을 범어사로 한다’는 결의가 있었고, 다솔사는 범어사 대중이 정화한 사찰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양 본사의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총무원은 지난 9월8일 203차 임시중앙종회를 앞두고 “중앙종회가 ‘다솔사 관할권’을 결정해 달라”며 안건을 발의했다.
중앙종회를 앞두고 양 본사는 주지 스님들까지 나서 적극적으로 본사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런 까닭에 본회의에서는 양 본사를 대표하는 중앙종회의원들 간의 격론이 예상됐다.
그러나 9월8일 본회의에서는 예상과 달리 범어사의 압승으로 끝을 맺었다. 이날 범어사 출신 중앙종회의원들은 적극적으로 범어사의 입장을 대변한 반면 쌍계사 중앙종회의원인 영담 스님과 명진 스님은 본회의에 불참했다. 투표결과 범어사는 49표를 얻은 반면 쌍계사는 4표를 얻는 데 그쳤다.
중앙종회에서 다솔사 관할권이 범어사로 확정되면서 쌍계사 내부에서는 영담 스님과 명진 스님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타교구 출신의 명진 스님이 쌍계사 중앙종회의원으로 선출된 것에 대한 불만이 이번 일을 계기로 곳곳에서 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명진 스님은 상당한 부담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명진 스님은 9월13일 서울 성동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법회에 나와 “쌍계사 종회의원으로서 내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며 “차라리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에 종회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이 사퇴함에 따라 쌍계사 중앙종회의원 보궐선거는 내년 2월 열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