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별 종회의원수 확보 논란 다시 불붙나
등록일 : 2016-01-10 동영상 
교구별 유권자격차 최대 22배
법규위 종헌불합치 결정에도
중앙종회, 5년째 그대로 방치
국회 선거구 확정논란 판박이
일부 교구에서 불만표출 확산
대각회에 2석 배정 약속하면서
의석수 재배정 논의도 불가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최근 국회가 새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문제를 두고 공전하면서 조계종 중앙종회 의석수 배정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계종의 헌법재판소로 불리는 법규위원회도 지난 2010년 중앙종회의원 수를 교구별 재적승 수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2석으로 배정한 것은 “종도들의 평등권에 위배된다”며 ‘종헌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앙종회는 5년이 지나도록 관련 종법을 개정하지 않아 현재 중앙종회의원 의석수 배정은 ‘종헌불합치’ 상태로 남아 있다.

따라서 중앙종회가 ‘위헌’ 시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관련 종법을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조계종이 재단법인 대각회와 ‘종회의원 2석을 배정’하기로 합의하고 비구니 종회의원 의석 확대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교구별 의석수 조정논의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중앙종회의원 의석수 배정 문제는 2010년 6월 당시 불교미래사회연구소장 법안 스님이 “교구별로 재적승의 편차가 심한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2석을 배정한 것은 평등권에 위배된다”며 법규위원회에 종헌위배 심판을 청구하면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법규위는 그해 6월29일 제64차 회의를 열어 “종헌불일치”를 결정했다. 다만 법규위원회는 “15대 중앙종회의원 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관련 종법을 개정할 경우 자칫 큰 혼란을 빚을 우려가 있다”며 “중앙종회는 2년(2012년 6월28일)내에 관련 종법을 개정하라”고 단서조항을 달았다.

법규위원회의 결정은 종단을 기속(羈束)한다. 따라서 중앙종회는 법규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이에 대한 개정논의를 진행해야 했지만 교구별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더 이상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이렇다보니 다른 교구에 비해 재적승 수가 월등히 많은 통도사, 범어사, 법주사, 동화사 등의 교구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교구별 중앙종회의원 배정은 1994년 개혁회의가 종헌종법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면서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개혁회의는 각 교구의 균형발전과 지역 대표성을 반영하기 위해 중앙종회의원 의석수를 균등 배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다만 교구 재적승 규모에 따른 편차를 일부 반영해 재적승 수가 월등히 많은 교구에 대해서는 1~2석을 더 배정했다. 이에 따라 개혁회의는 교구 재적승(비구·비구니·사미·사미니 포함) 1000명을 기준으로 일괄적으로 2석을 배정하되, 1000명이 넘을 경우 1석을 추가하고, 1500명이 넘을 경우 2석을 더 주기로 했다.

그 결과 당시 재적승이 1200여명에 달했던 해인사는 3석을, 1600여명이 넘었던 직할교구는 4석을 배정했다. 비구니 종회의원의 경우 자체적으로 선출하는 권한을 주되, 중앙종회의원 선거에 대한 선거권을 제한했다. 또 의석수도 전체 의석수의 12%에 해당되는 10석을 배정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정착되면서 교구별 의석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특히 중앙종회의원 선거가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재적승 수가 월등이 많은 교구와 그렇지 않은 교구에 일률적으로 2석을 배정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들이 제기됐다. 일부 교구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공약을 내건 후보자가 나오기도 했다.

통도사 제16대 중앙종회의원 오심 스님은 “현재 재적승의 규모가 교구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2석을 배정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재적승 수가 많은 통도사는 차별을 받고 있다”며 “이 때문에 16대 중앙종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교구 유권자들에게 약속했다”고 말했다.

조계종 통계자료(2015년 12월)에 따르면 현재 교구별 재적승의 수는 가장 많은 교구가 가장 적은 교구에 비해 20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적승 가운데 중앙종회의원 선거권이 주어지는 비구스님의 수를 비교하면 교구별 재적승 규모는 더 큰 편차를 보였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교구별 비구스님의 수는 직할교구가 87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해인사(722명)·통도사(544명)·범어사(403명)·법주사(332명)·송광사(312명)·동화사(281명)·용주사(234명)·백양사(224명)·화엄사(209명)가 상위 10위를 차지했다. 또 월정사(174명)·봉선사(160명)·직지사(153명)·수덕사(152명)·마곡사(136명)·불국사(120명)·선운사(118명)·은해사(104명)·쌍계사(104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금산사(97명)·신흥사(96명)·고운사(96명)·대흥사(81명)·관음사(40명) 등의 본사는 비구스님이 채 100명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교구별로 재적승 수가 큰 차이를 보이면서 중앙종회의원 의석수 재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현행 제도가 20년 이상 지속돼 온 상태에서 현행 중앙종회의원 의석 81석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재적승의 규모에 따라 재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의석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일부 교구에서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비록 재적승의 수가 적더라도 각 교구에 대한 대표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고, 재적승의 수에 따라 의석을 반영할 경우 자칫 특정교구에만 중앙종회의원이 편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합리적인 의석수 조정을 위해서는 종헌개정을 통해 의석수를 현행보다 20석 가량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럴 경우 재적승 수가 많은 상위 10개 본사에 1석을 추가 배정하고 대각회 등 법인에 대해서도 의석수를 배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비구니 의석수도 현행 여성 국회의원 비율(15%) 수준으로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중앙종회의원 의석수를 늘리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아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앙종회 종헌개정및종법제개정특별위원장 초격 스님은 “법규위원회 결정에 따라 중앙종회의원 의석수에 대한 ‘종헌불합치’ 조항을 해소해야 하지만 교구별로 이해관계가 달라 쉽게 결정되기 어려운 문제”라며 “일단 특위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앙종회의원 의석수 재조정 논의는 올해 중앙종회의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