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스님 “종단발전 기회 준다면 외면 않겠다”
등록일 : 2017-09-10 동영상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덕숭총림 방장 설정 스님이 사실상 출마를 선언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학력의혹에 대해서도 입장을 표명했다.

설정 스님은 9월8일 예산 수덕사 취송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불교를 중흥시키고 종단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소임을 외면하지 않고 성실히 그 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종단 안팎에서 설정 스님의 유력 후보론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공개적으로 출마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정 스님은 “지난 60년간 종단에서 주요소임을 맡고 수행을 해오면서 어떤 것이 스님으로서 바른 삶인지를 고민해왔다”면서 “최근 종단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많은 종도들과 더불어 한국불교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부대중과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신망 받는 교단을 만드는 데 마지막 생을 바칠 것”이라고 밝혔다.

설정 스님은 사실상 출마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1998년 중앙종회의장에서 물러난 이후 종단의 변화를 위해 총무원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지만 뜻하지 않은 큰 병에 걸리면서 마음을 접고 살아왔다”며 “그러나 많은 스님들이 종단의 위기를 걱정하면서 외면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더 이상 외면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내가 그 길에 나서는 것은 개인 명예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내 삶의 마지막 불사라는 마음으로 사부대중과 더불어 연구하고 소통하면서 종단발전을 위해 미력하지만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출가수행자가 갖춰야 할 가장 큰 덕목은 신심과 원력, 공심”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신심은 종교인으로서의 신앙심이고 원력은 수행자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목적의식에서 기반한 것”이라며 “여기에 공심은 나보다는 대중, 사찰, 종단을 섬기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종단이 혼란스럽게 된 것은 공심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출가수행자 모두 개인의 이익보다는 대중과 사찰, 종단을 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스님은 이 시대 불교지도자에게 꼭 필요한 것은 ‘청정’과 ‘여법함’이라고 강조했다. 설정 스님은 “교단의 위의는 청정과 여법함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모든 사부대중이 부처님가르침에 맞는 삶을 살아간다면 종단은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일부 단체 등이 ‘적폐청산’을 주장하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스님은 “불교에서의 적폐는 비승가적이고 반불교적이면서 이기와 독선에 빠지는 것”이라며 “좋든 싫든 모든 것은 종헌종법의 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어 “불자 인구가 300만명이 감소했다고 하는데 그 원인은 교단의 분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며 “집안에 문제가 있다고 밖에 나가서 아버지, 어머니를 욕할 수 없듯 종단 일은 내부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 밖에 나가 이교도와 함께 종단을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이런 행위는 오히려 간접적으로 (타종교를) 선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스님은 “이 같은 현상이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것은 종단의 선거제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선거는 권력을 지향하는 행위로 반드시 상대와 대립할 수밖에 없다”며 “선거는 승단의 화합을 깨고, 위계질서를 파괴하며 삼보정재를 낭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스님은 “1994년 개혁회의에서 법제분과위원장을 맡았을 때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지만 많은 스님들의 요구에 따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종단의 선거제도는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정 스님은 또 이날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학력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스님은 “저는 1976년 서울대 부설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를 졸업한 사실이 있다”며 “그동안 많은 분들에게 제대로 알려드리지 못한 점, 그로 인해 오해가 발생하게 한 점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스님에 따르면 1970년대 사찰도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환경이었다. 사찰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선농일치’를 통해 자급자족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사찰에는 많은 농경지가 있어 그곳에서 특수작물을 재배할 경우 사찰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대 부설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에 입학했다. 그 당시 서울대 부설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는 수원에 위치한 서울대 농대캠퍼스에서 한 학기에 20일 가량 수업이 진행됐다. 그곳에서 시험도 치렀고, 졸업식도 진행됐다. 이로 인해 ‘서울대 졸업생’으로 와전됐다는 게 설정 스님의 설명이다.



스님은 “개인적으로 학력을 이용해 뭘 얻으려고 한 사실이 없다”며 “그러나 본의 아니게 이런 오해를 불러온 것은 출가자로서 불찰이고 부덕으로 생각한다. 진심으로 대중들에게 참회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끝으로 “사부대중은 모두 종단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내편’ ‘네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해 나간다면 종단은 대립과 갈등을 넘어 화합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