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정 조계종 총무원장이 사실상 ‘사퇴’했다. 설정 원장은 21일 오후 1시 기자회견을 통해 재정투명화 등 종단 개혁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조계사 대웅전으로 향했다. 설정 총무원장은 대웅전 참배 후 수덕사로 내려간다. 설정 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산중으로 돌아가야 겠다"고 밝혀 사실상 사퇴했다. 설정 원장은 '사퇴'라는 용어를 피하면서 "산중으로 돌아가겠다"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퇴진 의사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종회가 부의한 총무원장 불신임 인준동의 건을 다룰 원로회의를 하루 앞두고 전격 발표됐다. 지난해 10월 31일 임기를 시작한지 295일 만에 35대 총무원장 직에서 물러났다. 이날은 중앙종회가 총무원장 불신임을 가결하지 6일째 되는 날이다. 불교시민사회의 퇴진 요구에 자승 전 원장과 그 적폐 세력에 의해 끌려 내려 온 형국이다. 자신을 총무원장에 옹립한 자승 전 원장 세력으로 대표되는 불교광장이 주도해 총무원장 불신임을 가결시켰다.
설정 원장은 중앙종회의 총무원장 불신임안이 제출된 직후인 지난 13일 “12월 30일까지 총무원장직을 유지하며 종단 개혁의 초석을 마련하겠다”고 했었다. 특히 자승 전 총무원장 등 기득권 세력을 겨냥 “종단 내부의 뿌리 깊은 세력에 의해 은밀하고도 조직적으로 견제되고 조정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종단을 위한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종단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가시 돋친 발언을 했었다.
원로회의는 22일 회의를 열어 중앙종회가 부의한 총무원장 불신임 인준 동의의 건을 다룰 예정이었다. 설정 총무원장이 원로회의를 하루 앞두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이날 원로회의에서 총무원장 불신임이 인준될 것이라는 전망과 자승 전 총무원장의 펼쳐놓은 인의 장막 쌓여 수일 동안 사퇴 압박을 받았다. 상좌들까지 돌아서 설정 원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종권 장악 세력의 사퇴 압박을 결국 견디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설정 원장의 재적본사인 수덕사는 20일 주지 정묵 스님과 원로 혜연 스님, 선덕 법정 스님 등 20여명이 설정 원장을 찾아와 사퇴를 압박했고, 21일 오전에도 3직과 말사 주지 등 40여 스님이 설정 원장을 찾아와 사퇴를 압박했다.
설정 원장은 35대 총무원장 후보 시절 ‘학력위조’, ‘막대한 사유재산 보유’, ‘친자 의혹’, ‘교통사고 과실치사’, ‘적주비구 논란’ 등으로 총무원잘 후보자격 논란이 일었다.
설정 총무원장의 퇴진으로 조계종은 선거 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36대 총무원장 선거와 17대 중앙종회의원 총선거가 맞물려 혼란이 예상된다.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는 그 임기만료일전 30일 이후 첫 번째 목요일에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궐위에 의한 선거는 궐위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따라서 36대 총무원장 선거는 설정 원장 사퇴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진행되어야 한다. 8월 21일 사퇴일 기준으로 10월 19일 이전에 총무원장 선거가 열려야 한다. 17대 중앙종회의원 선거는 16대 중앙종회의원 임기 만료 30일 전 첫 번째 목요일인 10월 11일에 열리게 된다.
36대 총무원장 선거일정은 중앙선관위원회가 회의를 열어 논의 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관위는 선거일 30일 전에 일정을 공고해야 한다. 중앙선관위원장은 공석이다. 간사인 태성 스님이 중앙선관위 회의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17대 중앙종회의원 선거 전에 총무원장 선거를 치러야 자승 전 원장 세력에게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현 16대 중앙종회의원과 교구본사주지들이 선거인단 선출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조계종 적폐청산과 자승 전 총무원장 구속을 요구해 온 불교시민사회가 선거 국면에서 어떤 대응에 나설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