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된 통도사 자랑하고 싶다"
등록일 : 2008-05-30 동영상 

"변화된 통도사 자랑하고 싶다"
정우스님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


“종단의 뜻을 따르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화합으로 대중과 생활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통도사가 되겠다는 1년전 취임약속을 지키며 살았습니다.“


지난 27일 불지종찰 통도사 주지취임 1년을 맞은 정우스님이 교계기자들을 초청해 1년여 동안의 변화된 통도사의 모습과 미래를 이야기했다.

최근 10년 가까이 통도사는 1400년 역사를 가진 불지종가이자 국지대찰이라는 면모가 무색하리만큼 내홍과 혼란의 시간을 겪어야 했다.




월하스님 입적 후 방장을 추대하지 못해 총림지정이 해제되는 수모를 겪는가 하면, 주지 또한 상당기간을 직무대행체제로 운영해야 했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사찰로서의 면모를 잃고 헤매는 통도사 대중이 위기의식 속에 찾은‘등대’가 정우스님이었다. 그들은 그동안의 다툼과 이견을 접고 정우스님을 주지로 합의추대했다.

98년 종단사태로 징계를 받고 항상 주변부에 머물러야 했던 정우스님으로서는 그야말로 화려한 귀환이었고 통도사로서는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기자단을 맞이한 정우스님은 영축산 일대의 경내지를 직접 안내하며 변화된 사찰의 변모를 소개했다. 아침과 점심도 걸렀다는 그의 음성에는 힘과 자부심이 묻어 나왔다. 원시림 같았던 숲들이 영축산의 전통수목이요 자랑인 소나무중심으로 정리된 모습은 마치 그동안 혼돈에 빠졌던 통도사의 기운이 다시 추스려진듯 했고, 면적이 가늠되지 않는 연밭과 차밭 그리고 1년에 천석을 거둔다는 논에서는 한국불교가 준비해야 할 미래의 대안을 엿볼수도 있었다.





통도사의 변화가 단순히 외형만의 변화가 아니라는 것은 대중들의 눈빛과 몸짓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소임자들의 맡은바 일에 대한 철저함과 자부심이 묻어났고, 발우를 펴는 학인의 눈빛에서도 수행자의 진중함이 느껴졌다. 재가불자를 위한 보살선원에는 100명의 재가자가 방부를 들여 안거중이고, 365일 개방된 부처님진신사리탑에는 떨어지는 빗속에도 기도객의 탑돌이가 끊이지 않는다.



10년 남짓 기간 동안에는 맛보지 못했던 이런 변화의 중심에 정우스님이 있다. 불과 1년만에 이루어낸 변화에 대해 스님은 ‘30여년전 부터 끊임없이 통도사와 불교의 변화를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준비된 주지’가 지난 1년여 동안 변모시킨 통도사의 모습은 과히 놀라웠다. 본인도 취임초기에 내딛은 첫발의 성과가 만족스러운지 자신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랑하고 싶어 기자님들을 모셨습니다. 
10년 가까운 흔들림이 해소되고
어른 잘 모시고 공의를 모아 원융살림 사는 통도사의 모습을 세상에 알려주십시오“


경내지 정비사업은 통도사 정신을 회복하는 첫 걸음


지난 1년 동안 정우스님이  주력한 불사를 보면  주지가 아니라 ‘산감’소임자라 부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오랜만에 통도사를 찾은 내방객들이 가장 놀라워하는 것은 경내지 산림의 변화다.  통도사를 둘러싸고 빽빽하게 우거졌던 숲이 소나무 중심으로 다시 태어났다. 잡목들이 제거되자 통도사를 상징하는 금강송들이 제기운을 찾고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경내지 노거수나 잡목제거작업에 대중들의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무 문제  없어보이는 아름드리 나무를 베어내는 일은 쉽게 동의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현재의 산림을 조성하는데 관여했던 전임자들 입장에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영축산의 전통숲은 소나무입니다. 일제 강점기에도 선배스님들이 갖은 묘방을 내 무분별한 벌목을 막으며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후학들의 잘못된 조림사업으로 쇠퇴해가는 모습을 보며 늘 안타까웠습니다. 처음에는 주저하던 대중들이 소나무군락들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며 내 뜻에 동의해주었습니다”



정우스님은 대표적인 제거수목이었던 전나무들을 베어낸 그루터기에 방화수 역할도 겸할 수 있는 느티나무와 벚나무 등을 심었다. 자리에 맞는 조림과 화재예방을 겸했던 선배들의 지혜를 닮고자 함이다.



수목정리 작업과 함께 철조망과 철대문을 제거했고, 경내지 곳곳에 있는 전기시설물과 근무시설도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정비했다.



“비록 경관을 해치더라도 철조망을 동원해서 산림을 지켜내야 할 시기가 분명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연과 어우러지는 산림보호를 요구합니다.”



잡목제거와 철골구조물 철거등을 통해 새롭게 거듭난 경내의 모습을 제일 반긴것은 우려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대중들이었다. 소나무 아래 잡목들이 제거되면서 산중의 숨통이 트인것은 물론이고 밤길을 재촉해 도량을 찾는 기도객들의 발걸음도 가볍게 해주는 이중삼중의 효과를 낳았다. 대중들의 동의를 얻기도, 감당해야 할 비용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으나 정우스님은 취임 초 과감히 정비불사를 시작했고 그 결과는 대중들의 신뢰와 통도사만의 수행가풍 정신 회복으로 돌아왔다.



정우스님이 경내지 정리를 최우선 사업으로 추진한 것은 단순한 도량정비 수준을 넘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도량정비는 그동안 잊고 있던 통도사를 지켜온 선배스님들의 정신의 복원이고, 변화된 시대에 적극적으로 조우하려는 미래에 대한 준비였다. 그렇기에 통도사가 새롭게 거듭나기를 요청받으며 주지자리에 만장일치로 추대된 정우스님으로서는 무엇보다 우선했어야 할 불사였을 것이다.



 승가공동체 살림의 기본은 원융살림



통도사는 최근 큰 경사를 맞이했다.
통도사의 산 역사로 불리는 구하스님이 그동안의 친일론자 시비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이다. 통도사사적편찬실장 남현스님은 “이번 결과는 주지스님이 원융살림을 펼친 대표적 결과”라고 평가한다. 문중 어른의 명예를 지키는 것을 대중화합의 기본 덕목으로 여기는 정우스님의 관심과 지원으로 옛 사료들을 연구 발굴해 구하스님의 독립운동 행적을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원융살림을 위한 정우스님의 노력은 20여개 암자와 150여개에 이르는 말사와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정우스님은 “각각의 암자와 사찰들이 십분 자기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본사의 의무”라고 말한다. 산내 암자 ‘서운암 들꽃축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서운암의 야생화 축제가 전국적인 규모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근도로와 주차시설 확충을 지원했다. 본사와 산내암자가 서로에게 필요한 공생관계임을 느끼게 해 사중 공동의 일에는 모든 산내 암자가 동참하는 분위기 조성을 이끌었다.

▲ 일년중 몇차례 개방되지 않았던 불지사리탑이 개방됐다. 통도사는 사리탑의 불전을 모아 북한동포돕기,미얀마, 중국재난 구호금 등에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하게 신경쓴 원융살림을 위한 기본은 인사문제다. 원하는 대중보다 적은 소임자를 임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중이 공감하는 인사 실시는 원융살림의 필수다. 스님은 그동안 요식행위에 머물렀던 주지고과평가를 철저히 시행했다. 주지임명시기도 초파일 이전에 끝마치는 풍토를 마련했다. 부처님오신날이 사중 종무행정의 일관성은 물론 신도들과 호흡할 수 있는 단초가 되도록 배려함으로써 문도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원융살림의 든든한 힘이 되고있다.


일이 남아있다고 생각되면 지난 재임기간동안의 실적과 앞으로 해야 할 일의 계획과 준비상황을 현장방문을 통해 점검합니다. 또한 새롭게 소임을 맡고 싶어 하는 대중에게는 ‘내가 왜 이 일을 맡아야 하는가’에 대해 철저한 계획서를 제출하게 합니다.”


‘이해관계나 주먹구구식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은 85년 시작했던 천막포교당을 통해 얻은 자신의 산 경험이기에 정우스님의 인사원칙은 그 무엇보다 철저하다.


영농법인 설립해 생산불교 기반 다질 것




“거의 버려지다시피 방치됐던 곳입니다. 이곳에서 올 6월쯤이면 백련이 공급될 예정입니다. 뿌리까지도 그 쓰임이 다양한 품종이니 효자노릇 할 겁니다”



 


▲ 통도사는 생태계복원과 생산불교차원에서 백련를 광범위하게 재배하기 시작했다

통도사에는 주지도 어느정도 규모인지 모를 정도의 땅에 연꽃방죽이 조성되고 있다. 그야말로 연꽃나라다. 정우스님은 이곳에서 생산불교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있다. 웰빙바람을 타고 각광받는 연꽃을 재배해 수익을 창출할 뿐더러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거양득의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청둥오리가 날아들고 백로도 간간이 눈에 들어온다. 심혈을 기울이고있는 백련재배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새롭게 조성된 차밭과 일년에 1천석을 생산하는 쌀 등과 함께 통도사를 상징하는 주요 생산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단순히 새로운 수입원의 창출이 아니다. 한국불교가 새롭게 모색해야 할 아니 다시 복원해야 할 생산불교의 현장이다. 


정우스님은 향후 영농법인을 만들어 더 많은 농지와 토지를 매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도님들께 ‘성불하십시오’ 보다는 ‘고맙습니다’


정우스님이 취임 후 변모한 파격중 하나를 꼽으라면 대중들의 눈에는 부처님진신사리탑 개방이 울창하게 조성된 소나무조림보다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일년 중 부처님오신날, 보살계법회, 개산대재 때만 제한적으로 공개했던 진신사리탑이 연중 365일 대중에게 공개됐다. 대웅전에서 기도와 염불로만 수행하던 신도들에게 이제는 사리탑돌이가 필수적인 수행방법으로 더해졌다. 부처님의 위신력이 한결 더 다가옴에 환희심을 느낀 신도들의 발걸음이 예년보다 부쩍 늘어났다.

교무과장 남수스님은 “매년 조금씩 감소추세였던 신도님들이 주지스님 취임이후 눈에 띌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며“신도님들을 위해 배려를 아끼지 않으려는 노력에 화답하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 박물관 맞은편에 건립예정인 불교문화센터.다양한 규모의 수용시설과 프로그램으로 일반인들도 불교문화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화엄산림을 53일간 봉행하고 일요법회를 통해 가족이 사찰을 찾게 하는 노력등도 이제 정착단계에 이르렀다. 이밖에도 개산대제를 지역문화축제로 발전시키고 양산신도시 포교당 건립, 울산불교방송국 개국을 추진하는 것도 신도포교와 신행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서는 달라진 통도사의 모습이다. 


아침일찍부터 내리는 빗소리와 함께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진행된 지난 1년에 대한 회고는 2시간여를 지나 ‘그럼 앞으로 할 일은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마지막으로 향했다.


앞으로 할 일에 대한 질문에도 앞서 한일에 대한 소개만큼 준비된 계획들이 술술 쏱아졌다.
기존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과 함께  ▷통도사 사적 편찬과 어른들 수행이력 및 항일운동 자료 정리 ▷사찰공간을 주체적으로 국가에 제공해 국민모두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 ▷교구 말사 지원 및 통합관리 기초마련 ▷통도사 잉여시설 활용 방안 강구 ▷ 어린 시절부터 행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청소년 관련 시설 운영 방안 등 일일이 설명하기가 부족한 계획들이 즐비하게 설명됐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는 자리를 회향하는 마지막말은 그가 왜 ‘준비된 주지’이고 ‘큰 그릇’이라 불리는지를 짐작케 했다.






“나는 주지 살기위해서 주지소임 맡은 것 아닙니다.
통도사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는데 주지소임이 필요해서 하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할 일이 없으면 임기가 남았더라도 미련없이 자리 내놓을 것입니다.

후학들에게는 밑거름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울타리가 돼드리고
그늘지고 어두운 곳에 작은 보탬이 되는 곳에 내가 쓰임새가 있을 곳에
 머물러 일하는 모습으로 살 겁니다.“
 
절에 온지 40년 넘었습니다
자리에 연연하거나 좆는 인생은 접었습니다



내몰림 당한 지난 8년은 달마의 9년 면벽과 같은 엄청난 성숙을 제게 주었습니다“



신희권 기자 budgate@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