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보종찰 통도사 변화바람 일고 있다”
주지 정우스님 취임 1주년…“발전 기반 확립할 뿐 욕심 없다”

“‘불자, 지역주민들과 어떻게 어울림을 가질 수 있을까?’하는 화두를 들고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를 통해 통도사가 지역에서 갖는 위상을 재정립해 나가는 한편, 불교의 대사외적 위상을 정립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해 5월 29일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삼보사찰 중 한 곳인 불보종찰 통도사 주지에 취임한 정우스님<사진>을 28일 만났다. 주지실에서 만난 정우스님은 “변화해야 산다.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통도사 불자·지역민 중심 변화 진행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종단 일에 참여하지 못하고 변방에서 자숙의 시간을 가졌던 스님에게 ‘변화’라는 한 단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 했다.
“소임을 맡은지 어느덧 1년 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8년 동안의 변방생활은 힘도 들었습니다. 그나마 통도사와 어른 스님들이 있어서 불자들의 울타리에서 지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로부터 생각하던 도량정비, 포교현장 변화, 불자․지역민과 어울림 등을 취임 후 실천하고 있습니다.”
정우스님은 8년이라는 시간이 “성숙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자숙의 시간동안 구룡사, 여래사 등은 도심포교당을 운영하면서 스스로 변화를 꾀한 것이다. 그러한 변화는 주지로 취임한 통도사의 변화로 이어졌다. 1년간 정우스님의 발자취가 담긴 2장짜리 자료에는 40여 항목의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그 만큼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우선 외적인 변화가 두드러진다. 산책로, 차량 진입로, 법당 주변 50m이내의 잡목들이 말끔히 정리돼 구하스님 등 어른스님들이 일제로부터 목숨 걸고 지켜왔던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위풍당당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영축산은 구하스님을 비롯한 많은 어른스님들이 지켜온 소나무가 울창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잡목들로 인해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고, 심지어는 죽어가는 나무들도 있습니다. 처음에 사중과 지역 언론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지만, 그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한 결과 지금은 모두들 지원과 관심을 아까지 않고 있습니다.”
경내지 철조망 제거…“이질감 없앴다”
또 경내지를 둘러싸고 있었던 철조망들이 모두 제거됐다. “불자들과 지역주민들에게 이질감을 준다”는 스님의 판단에서다. 경내 노거수들도 벌목됐고, 그 자리에는 방화수 역할을 할 느티나무, 버꽃나무, 참나무, 금강송 등이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영축산 내 쓰레기 분리수거장도 설치됐고, 지장암과 백운암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불자들을 위한 대단위 연꽃 밭과 습지가 조성되고 있으며, 영농법인 설립도 추진된다.
“철조망을 걷어내고 경내에 연꽃 밭을 조성한 것은 나를 위함도 아니고, 사찰을 위함도 아닙니다. 통도사를 찾는 불자들에게 이질감을 없애고, 조화롭지 못한 부분을 조화롭게 하기 위함입니다. 불자들의 생각과 시각으로 본다면 누구든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사찰 소임자들이 조금만 나 아닌 불자들을 위해 생각한다면 한국불교가 발전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리탑 연중 개방, 불전 수입 전액 사회 환원
정우스님은 신행활성화와 신도 포교의 전형을 창출하는 일에도 진력했다. 우선 1년에 3차례정도 불자들에게 개방되던 사리탑을 연중 개방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전함 수입은 ‘나눔기금’으로 조성돼 전액 사회에 환원시키고 있다. 또 화엄산림 기간을 53일로 늘렸고 개산대제도 1주일로 늘려 지역문화축제로 승화시키고 있다. 6월 울산불교방송을 개국해 일상에서도 불자들에게 법음(法音)을 전한다. 취임 당시 약속했던 ‘지역사회 이바지’에 공약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는 사회의 비타민이자, 윤활유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보살행이고 자비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리탑 불전함을 통해 마련된 3억여 원의 기금을 태안성금, 미얀마․중국 참사 성금, 소년소녀가장 돕기 등 각종 복지기금으로 사용한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이로 인해 줄어드는 사찰 제정은 사중에서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사주지 하려면 사업계획서 제출하라”
정우스님은 지난 몇 년 동안 말사 주지 품신 및 임명과 관련해 금품수수 문제 등으로 불교의 위상이 추락했다고 판단, 말사 주지 임명의 투명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150여 말사 주지 재임 또는 신임 주지 희망자 모두에게 사업계획서를 제출토록 한 것이다. 또 신임 주지가 불자들과 안면을 익힐 수 있도록 초파일 전 공찰에 대한 주지 인수인계 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기를 조정했다.
“말사 주지 소임을 맡으려는 스님들은 임기 4년 동안 그 사찰을 어떻게 운영하고, 신도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에 대한 계획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사업계획서입니다. 재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초파일 전에 주지 인수인계를 하려는 이유는 여기서 굳이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구하스님 친일행적 이의신청…“영축총림 정신 살리겠다”
영축총림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발표한 친일반민족 명단에 포함된 구하스님의 명예회복을 위해 친일행적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그와 관련된 자료도 수집했다. 또 통도사 사적편찬실을 통한 1400년 통도사의 역사와 계단사 정리 작업에 착수했다.
“구하스님이 친일파였다면 만해 한용운스님이 통도사에서 생활했겠습니까. 저는 구하스님이 그렇지 않았다는 확신과 믿음이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행적 자료를 수집했고, 자료에 근거해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민족문제연구소가 지적한 53명의 스님이 모두 친일파가 될 것이고, ‘조선불교=친일불교’가 되어 버릴 것입니다. 그것은 현 조계종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라고 봅니다.”
이밖에도 정우스님은 △승가교육사업 △재산권 보호를 통한 발전기반 구축 △해외포교 활성화 노력 △종무원 복지증진과 사무체계 변경 등 수행환경 뿐 아니라 사찰 종무행정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과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차기 총무원장 선거 출마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다툼의 현장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 본분납자로 살아가고 싶다"고 일축한 정우스님은 마지막으로 주지 소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저는 지금까지 머슴처럼 살아왔습니다. 주지를 맡은 것은 통도사를 위해 일을 하는데 있어서 주지소임이 필요해서 맡은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언제든지 제가 이곳에서 할 일이 없다고 생각되면 떠날 것입니다. 통도사의 발전기반을 확립할 뿐 욕심은 없습니다. 꼭 내가 해야 된다는 생각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불자들을 만나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듯 그러한 마음으로 제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출처 : 불교투데이
통도사=윤승헌 기자/ dbstmdg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