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부신 봄날, 이렇게 살아있는 것은 하나의 기적이며 축복입니다.”
 “맑고 향기로운 가난이 아름답다”는 가르침을 남긴 법정 스님의 추모 1주기 다례재가 엄수됐다.  
서울 길상사는 2월28일 오전 설법전에서 법정 스님 입적 1주기를 기리는 추모법회를 봉행했다. 지난해 3월11일 법정 스님이 입적했지만 불교 전통에 따라 입적한 날의 음력일인 2월28일 추모법회가 열렸다.
 
 추모법회는 다섯 번의 명종에 이어 삼귀의, 반양심경 그리고 종사영반이 거행됐다. 500여 사부대중은 법정 스님 진영에 삼배를 올렸고, 송광사 방장 보성 스님을 시작으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포교원장 혜총,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의 헌향과 헌다가 진행됐다. 또 송광사 문중 스님들과 법정 스님 상좌, 길상사 신행단체장, 맑고 향기롭게 이사들이 차례로 헌화했다.
 
 특히 맏상좌 덕조 스님을 비롯해 덕인, 덕문, 덕운, 덕진, 덕일 등 법정 스님 상좌들은 평소 법정 스님이 즐겨 먹던 국수를 공양했다. 
이어 5분 남짓의 법정 스님 추모영상이 상영됐다. 
“다시 한반도에 태어나면 출가 수행자가 돼 금생에 못다 한 일들을 하고 싶다.” “육신의 죽음이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 여기면 두려울 것이 없다.” “아무 것도 갖지 않으면 비로소 모두 갖는다.” “삶은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법구가 이운되는 장면과 다비, 법정 스님의 생전 육성과 모습들이 스쳐지나가자 대중들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송광사 방장 보성 스님은 법석에 올라 법정 스님과의 일화를 언급하며 계를 철저히 지키는 출가자의 본분을 강조했다. 
보성 스님은 “비구 법정이 쌍계사에서 노스님을 시봉하며 오후불식을 목숨처럼 지키고 있었다”며 말을 이었다. 
스님은 “고추장이 먹고 싶다던 노스님의 말씀에 20리 밖을 걸어 고추장을 구해왔으나 공양시간이 지나버렸다”며 “노스님은 법정 스님을 불러 ‘오늘은 둘 다 점심을 굶자’고 하셨다. 이 말이 무슨 말일까. 출가자는 그래야 한다”고 일갈을 한 뒤 법석을 내려왔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맑고 향기로운 스님이 오탁에서 맑은 가르침을 갈구하는 중생을 두고 가신 지 벌써 1년이 됐다”며 “스님의 삶은 출재가 모두의 사표였다. 크게 버려야 크게 얻는다는 스님의 가르침을 이제는 육성으로 못 듣게 돼 아쉬움이 가슴에 사무친다”고 법정 스님을 추모했다.
 스님은 이어 “사부대중은 법정 스님의 덕화를 되새기며 이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하는 데 매진할 것”이라며 “하루빨리 환도중생하시어 영혼의 스승이 돼 주소서”라고 덧붙였다.
 법회는 첼리스트 한양대 음대 박경옥 교수의 ‘성불사의 밤’과 법정 스님이 생전에 좋아하던 ‘청산은 나를 보고’ 헌음, 그리고 길상사 주지 직무대행 덕운 스님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덕운 스님은 이날 덕현 스님의 주지 및 맑고 향기롭게 이사장 사퇴와 관련한 세간출세간의 논란에 대해 대중들에게 참회했다. 덕운 스님은 “은사의 입적 1주기 사부대중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며 은사 스님께도 깊이 참회한다”며 “앞으로 길상사가 맑고 향기로운 도량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화합하며 수행정진하겠다”고 밝혔다.  
길상사는 법정 스님을 찾는 대중들을 위해 각 방송사에서 촬영한 내용을 편집한 스님의 추모영상을 3월1일 오후 7시까지 상영한다. 
한편 맑고 향기롭게는 덕현 스님의 이사장 사퇴와 관련 3월2일 이사회를 갖고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