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석 법사 "사찰 등 불교지명 무더기로 사라져"
2009년 행안부 업무 편람서 "사찰이름 사용 금지"
 
정부가 추진 중인 도로명 주소 시행과정에서 사찰이름뿐 아니라 불교관련 지명이 무더기로 사라진 사실이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09년 8월 행정안전부가 전국 자자체에 시달한 '도로명주소 업무편람'에서 특정 종교시설 이름을 사용한 도로명을 부적합한 것으로 분류함에 따라 일선공무원들이 불교관련 도로명을 폐기한데 따른 것이다.
박호석 법사(전 농협대 교수)는 6일 <불교닷컴>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개운사 보문사가 문제가 아니라 전국에서 수백 개의 도로명주소에서 불교관련 지명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박호석 법사는 오랫동안 전국의 불교관련 지명을 조사해왔다. 최근 불광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관련 책 출판을 진행 중이다.
박호석 법사는 "우선 급하게 조사한 결과 90여개의 자료를 확보했다"며 "서울특별시 성동구 도선동(道詵洞), 은평구 신사동(新寺洞), 구로구 천왕동(天旺洞), 강북구 미아동(彌阿동) 등 숱하게 많으며 큰 절을 뜻하는 '대사(大寺)리'는 전국에 산재해 있으나 도로명 주소 시행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박 법사는 종단의 안일한 대응도 질타했다.
그는 "종단 소임을 맡고 있는 두 명의 스님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나 전혀 관심이 없었다"며 "무엇보다 가장 큰 포교인 지명에서의 불교이름 반영 문제를 왜 종단이 소홀히 하는 지 모르겠다. 그나마 <불교닷컴>에서 사고(社告)를 통해 사라진 불교도로명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어 다행스럽다"고 주장했다.
도로명주소 시행으로 사찰명이나 불교이름이 없어진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도로명주소 업무편람' 때문이라고 일선공무원들이 주장했다.
<불교닷컴>이 확보한 업무편람(2009년 8월부터 시행)에 따르면 도로명 부여기준 가운데 부적합한 도로명으로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특정 종교시설'을 꼽았다. 행안부는 그 예로 'ㅇㅇ교회길, ㅇㅇ절길'를 들었다. 또 추상명사를 사용한 도로명을 부적합 사례로 예시했다.
특정종교 시설 이름을 딴 도로명은 1,700년 역사를 지닌 한국불교의 특성상 대부분 사찰이름에 해당한다. 교회 이름을 딴 길이름은 거의 없다. 추상명사도 불교 지명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의 한 구청 지적과장은 "우리나라에서 종교지명은 불교지명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 때문에 개운사길, 보문로, 화계사길, 도선사길 등 기존에 사용하던 길이름을 도로명으로 차용하지 않게 된 것이다. 서울에서 봉은사로가 유일하게 남았다"라고 했다.
그는 "비록 '문화재를 보유하지 않은' 종교시설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상급기관의 명령를 따르고 윗선의 눈치를 봐야하는 일선 공무원의 입장에서 '특정종교시설' 명이 들어간 도로명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상식이다"며 "혹시 이의제기 등이 올 경우 예외조건으로 '문화재를 보유한'이라는 용어에 의지한다"고 밝혔다.
실제 개운사길의 경우 인촌로로 변경했다가 개운사신도들과 항일운동단체가 거세게 반발하자, 예외조항인 '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을 근거로 어렵사리 '개운사길'로 환원시켰다.
'그렇다면 도로명주소사업은 사실상 불교말살 정책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불교 입장에서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 업무편람의 또 다른 문제점은 도로명 부여의 일반원칙으로 제시한 '폐지된 도로명의 재사용 금지 원칙'이다. "같은 시군구 내에서 도로명의 변경으로 폐지된 도로명은 폐지한 날로부터 최소한 5년간 다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사라진 불교관련 도로명은 5년 이내 부활이 안 된다는 희한한 규제조항이다.
다음은 박호석 법사가 긴급 조사한 사라진 불교지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