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0년 발생한 10.27 법난은 자신이 지시한 책임자라고 털어놓았다.

노 전 대통령은 최근 발간한 <노태우 회고록>에서 보안사령관으로 합동수사본부장을 겸하고 있었던 자신이 “정화를 지시한 책임자”라고 밝혔다. 법난 기획 당시 국가보위위원장이며 발생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 씨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으며 몰랐다”는 식으로 여러 차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그러나 “사전에 세심한 주의를 환기시키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면서도 “무리가 있기는 했지만 많은 비리를 척결한 점에 대해서는 잘한 일이었다고 자위(自慰)하기도 한다”고 밝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이는 합수부가 발표한 불교계 비리가 당시 수사 책임자들조차 후일 잘못되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고문으로 조작되거나 부풀려진 사실과는 동떨어진 인식이다.

“불교계 정화 차원에서 판단한 것”


잘못 시인하면서도 반성은 안 해

노 전 대통령은 10.27 법난을 일으킨 이유에 대해 불교계 정화(淨化)를 위해서라고 강변(强辯)했다. 그는 “나는 개인적으로 불교신자인데다가 어머니가 지성(至誠)으로 불교를 믿는 분이셨다. 불교에 대한 각종 보고를 받고 보니 이만저만 썩어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려 말기에 불교가 부패해서 망한 상황을 방불케 하는 부패와 비리가 전국적으로 횡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불교계의 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1980년 10월27일 전국의 불교계 지도자를 합수부가 강제 연행, 고문 폭행한데 이어 3일 뒤인 10월30일 3만여 명의 병력을 동원해 계엄군이 전국의 사찰에 강제 난입해 스님들을 무차별 폭행하고 연행해 불교를 부정부패 집단으로 낙인찍고 수많은 스님들을 평생 고통 속에 빠트린 것이 10.27 법난의 실체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도 판단착오와 무리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노 전 대통령은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 종교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불교계 지도자들의 협조를 얻어 원만히 처리했더라면 칭찬받을 일을, 의욕이 앞서다 보니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협조를 얻는 과정에서 정보가 새 나가면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실무자들의 판단에 따라 너무 서둔 것”이라고 잘못을 시인했다.
그는 또 “10월27일 새벽 계엄군이 ‘범법자 색출’과 ‘불교계 정화’를 명분으로 조계종 총무원과 전국 주요 사찰에 들어가 스님들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불상사가 빚어졌다”고 덧붙였다.


10.27법난 진상과 책임 소재 규명은 1980년대 불교계의 주된 요구사항이었다. 불교계는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 씨와 보안사령관과 합동수사본부장이던 노태우 씨를 최고 책임자로 지목해 진상 규명과 사과를 요구해왔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 재임시 5공비리 청산 차원에서 이 문제가 불교계와 야당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되자 당시 강영훈 총리가 정부차원에서 공식 사과했으며 2005년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 사업으로 선정돼 2007년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종 지시자는 밝혀졌지만 기획자 및 입안자 그리고 불교계 인사들의 역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역할과 책임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불교신문 2746호/ 8월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