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민영교도소, ‘선교의 장’ 전락
등록일 : 2011-11-29 동영상 

소망교도소, 일방적 성서 교육 등 ‘기독교 교화’로 물의
전체 운영비의 90% 정부에서 지원…올 한 해만 43억원



미국서는 ‘종교프로그램에 정부 예산 지원’ 위헌 판결
재소자 종교 자유 침해…인권위, “진정 들어오면 조사"

정부가 수용자 처우 향상과 예산 절감을 위해 도입한 국내 첫 민영교도소가 선교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민영교도소의 운영비 90%가 국가예산으로 지원되고 있어 사실상 정부가 국민혈세로 선교활동을 돕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본지가 지난해 12월 개소한 국내 첫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를 확인한 결과 재소자들을 위한 교화프로그램이 기독교 일색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화프로그램 중 ‘하나님과의 화해’라는 취지로 예배와 찬양, 성서교육, 성서인물연구, 성서연구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소망교도소의 설립주체인 아가페 재단은 정관에서 “기독교 복음에 입각해 교도소를 운영함으로써 수용자와 출소자, 그 가족들이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는 삶을 영위하고 나아가 사회전체를 성화(聖化)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혀 민영교도소 설립이 재소자 선교에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소망교도소가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사실상 선교활동을 진행하면서 교계에서는 민영교도소가 특정종교에 편향된 프로그램으로 재소자들의 종교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민영교도소가 정부 예산을 지원 받고 범죄자에 대한 형벌집행을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공공기관이라는 점에서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소망교도소의 운영비로 지원된 정부 예산은 43억여 원이었으며, 내년 예산도 5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국회입법조사처)됐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소망교도소 측은 “종교 프로그램을 강요하는 행위는 없다”며 “또한 재소자들의 종교자유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송 대상자를 결정하기 전 소망교도소의 프로그램을 수용자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재소자 본인의 사전 동의에 따라 입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민영교도소가 국영교도소에 비해 쾌적하고 활동이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져, 재소자들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무관하게 민영교도소를 선호한다는 게 교정위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실제 소망교도소에 따르면 수용자들의 입소시 종교분포는 개신교가 50% 수준이며, 나머지가 불교와 천주교, 무교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소자들이 비록 종교적 신념이 다를지라도 민영교도소를 선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설명을 뒷받침하는 수치다.
이에 대해 한 교정위원은 “소망교도소가 재소자들에게 종교 프로그램을 강요하지않는다고 해명하고는 있지만, 교도소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사실상 재소자가 이를 거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민영교도소를 관리 감독해야 할 정부는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법무부는 소망교도소 개소 이전부터 종교편향 논란이 불거지자 ‘민영교도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수용자에게 특정종교나 사상을 강요하지 못한다”는 조항으로 조치를 취했다고 공언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같은 법률에 “수용자의 교육·교화프로그램은 교정법인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개신교 재단이 설립한 민영교도소의 기독교식 교화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특별한 제재를 가할 수 없도록 스스로 발목을 잡고있는 셈이다.

법무부 교정분과 관계자는 “국영교도소와 달리 민영교도소는 그 특성상 프로그램에 대한 재량권을 일정부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종교편향이나 종교자유 침해 논란이 제기될 우려가 있어 강요는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 예산 지원으로 특정종교에 기반한 교화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사례는, 소망교도소가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신앙기반 프로그램(IFI)에서도 용인되지 않고 있다.


이혁승 고려대 한국학연구원이 200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일하게 정부 예산이 지원된 아이오와주 IFI 프로그램의 경우, 주정부로부터 150만 달러를 지원받은 것에 대해 위헌 판결을 받고 2008년 중단된 이후 모든 IFI 프로그램은 전적으로 민간 재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기독교 성향이 강한 미국에서조차 용인되지 않은 사례가, 다종교 사회인 한국에서 버젓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의정부·수원교도소 교정위원 의선 스님은 “법무부와 교정당국은 민영교도소라는 이유로 그 프로그램이 종교차별임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다”며 “그러나 민영교도소라고 해도 국가 형벌을 집행하는 곳인 만큼, 재소자 입소 및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 종교적 신념이 특별히 우선돼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한 기준 정립과 단속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소망교도소의 재소자 종교자유 침해와 관련해 “필요하다면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 침해조사과 이성택 사무관은 “소망교도소에 대한 구체적인 진정이 제기되지 않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지만 재소자나 외부단체에서 진정이 제기되면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