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없는 선관위 종교시설투표소 설치
등록일 : 2012-03-19 동영상 
원칙은 ‘불가능’…실제는 ‘오락가락’


종교시설 투표소 설치를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도록 규정했지만 ‘부득이한 경우는 제외한다’는 예외조항을 선거관리위원회가 특별한 기준 없이 편의에 따라 해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 확인 결과 서울 관악구 서원동 제4투표구는 불과 5분 떨어진 거리에 중학교가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같은 종교시설을 투표소로 사용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금천구 독산2동 제5투표구는 공직선거법 개정 이후 초등학교를 투표소로 사용하다 민원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다시 이전에 사용한 교회를 투표소로 옮긴 사례도 있었다.


이에 대해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지난 2008년 ‘종교시설 내 투표소’ 헌법소원을 진행했던 허진민 변호사는 “특정종교시설 출입을 강요받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공권력 행사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5분 거리에 중학교 있어도 수년 째 교회투표소 사용


민원 이유 초등교 투표소 교회로 옮긴 사례도 적발


2007년부터 투표소로 사용된 관악구 천주교서원동성당. 지난 10일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관계자와 함께 한 현장 조사 결과 성당에서 도보로 약 5분 떨어진 거리에 신관중학교가 위치해 있었다. 관악구 선거관리위원회는 가파른 비탈길에 있다는 이유로 투표 장소로 배제해 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투표 장소로 예정된 제5투표구 서원경로당 또한 오르막길에 있었다. 게다가 한 쪽 출입구는 좁은 계단인데다 건물 반대편은 길이 가팔라 휠체어를 끌고가기에 물리적으로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였다.


박혜정 선관위 담당자는 지난 12일 “제5투표구는 취약지역이어서 대체 시설을 찾고 있다”고 밝혔지만 중학교를 투표소로 사용하지 않는 까닭에 대해서는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답으로 일관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공직자들의 부족한 준법정신을 지적하고 투표소 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배병태 사무국장은 “비슷한 조건이지만 담당자들의 개인입장에 따라 장소가 결정되고 있다”며 “주변에 종교시설을 대체할 시설이 분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용하지 않는 등 공직자들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약 300m 떨어진 거리에 문교초등학교가 있지만 교회로 투표 장소를 바꾼 금천구 독산동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투표장소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금천구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 문교초등학교 투표소에 대해 장애인 및 노약자 선거인들로부터 많은 민원이 제기돼 다시 교회 시설을 사용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원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묻는 질문에는 제대로 된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질타 “특정종교시설 출입 강요는


종교자유 침해하는 위헌적 공권력 행사에 불과하다”


이순상 선관위 관리계장은 12일 “별도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며 “정당 참여자 및 지체장애인편의시설 관계자가 지난 2월24일 예정 장소 실태 파악 때 선거인의 접근성이 편리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해온 금천사랑의교회에 대해 선정에 동의해 동 장소를 제19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장소로 사용할 예정”임을 밝혔다.


허진민 변호사는 두 사안 모두 투표구 내 종교시설 이외에 적당한 장소가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부득이한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산동은 투표구 내 이미 기존에 투표소로 활용됐던 초등학교가 있고, 서원동 천주교성당 또한 약 5분 떨어진 거리에 중학교 등 공공시설이 있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허 변호사는 “장애인의 접근성 문제 등은 자원봉사자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나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종자연은 ‘종교시설 안에 투표소 설치 금지’ 조항을 준수해 달라는 요청 공문을 지난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 보냈다. 공문에는 종교시설에 투표소를 설치했을 때 그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며,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법률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향후 종교시설을 투표소로 사용했다면 그 사유를 일일이 문서로 받을 것”이라며 “면밀히 검토한 후 납득할 만한 까닭이 없거나 문제점이 발생하면 행정소송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