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헌, 교육내용 담지 못해…사상혼란 제거해야”
등록일 : 2012-04-26 동영상 
25일, 무관심 속 통합종단 출범 50주년 세미나 열려
영담스님 “지방분권 대세…중앙권한 교구에 이양해야

“종헌 제1조 조계종의 종명과 도의국사를 종조로 하는 현 조계종 종헌으로는 종단 개편교과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모두 담아낼 수 없다.”

조계종 불학연구소장 허정 스님은 25일 통합종단 출범 50주년 기념세미나에서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의 ‘대한불교조계종의 역사와 통합종단 출범의 의의’ 발제에 대한 토론에 참석해 현행 <종헌>으로는 종단 교육체계변화에 따른 승려교육의 내용을 담아낼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조계종 종명의 적합성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영 교수는 이날 발제문을 통해 통합종단 출범의 의의를 △조계종 종명을 채택해 한국불교 1700년 역사를 대표함 △한국불교의 인적 물적 사상적 역사를 계승한 종단 △한국불교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종단 △청정 비구승단 으로 요약했다.

이와 관련 허정 스님은 토론문 ‘전통의 무게’를 통해 “조계종 종명을 채택해 1700년 한국불교를 대표한다면 도의 스님 이전의 불교도 조계종 이름으로 포섭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축적된 힘 모아 사상의 혼란 제거해야”

허정 스님은 지난해 12월 한국불교중흥을 위한 대토론회 마지막 토론에서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조계종 종명의 적합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한 부분을 언급하며, “조계종이 한국불교 1700년을 대표한다는 결론이 김상영 교수와 현응 스님이 모두 같지만 종명 재검토에 대한 의견이 다른 이유”를 물었다.

허정 스님은 이어 “조계종은 2011년부터 기존의 전통강원교과를 학년제로 바꾸고 초기불교와 부파불교, 대승불교, 선불교 등 다양한 교과목을 소화하도록 하고 있지만, 조계종의 종명과 도의국사를 종조로 하는 현행 종헌으로는 개편교과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담아낼 수 없다”고 현 종헌의 한계성을 꼬집었다.

허정 스님은 또 “지금은 1700년 전통을 계승하는 게 아니라 2600년 동안 나타났던 초기불교, 부파불교, 대승불교, 선불교 등을 우리의 전통으로 삼아서 공부해야 하는 시대”라고 지적하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지만 6세기 중국에서 천태 지의대사가 오시팔교로 시대를 달리하는 경전을 정리하려 했다는 것은 혼란스런 상황에서 사상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허정 스님은 “현재 조계종 스님들이 회통불교라는 이름으로 혹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경정과 율장을 모두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는 심각성이 있다”면서 “조계종이라 불리는 한국불교 통합종단은 인적, 물적, 사상적 역사를 잘 계승했고 불교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이룬만큼 이제는 축적된 힘을 모아 사상의 혼란을 제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안 스님 “종명·종지 등 검토해 종헌 개정해야”

중앙종회의원 법안 스님도 ‘종헌의 형성과 변천, 그리고 과제’ 발제를 통해 조계종 종명 적합성과 종지 보완의 문제를 검토해야할 적절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법안 스님은 “우리 종헌은 회통불교적 성격을 띠고 있다. 한국불교 역사와 전통을 반영하면서 다양한 불교 가르침에 기반해 형성된 불교자산을 포괄하면서 한국불교교단을 대표하는 성격과 역할에 부합하는 종명인지 검토해야 하고, 종단적 차원의 폭넓은 검토를 통해 종헌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안 스님은 이밖에도 ▷종단운영에 있어 사부대중 참여 확대 ▷종도 참종권 확대 ▷정치 중심의 종단 운영 폐해 극복 ▷종단 사회적 역할 ▷종헌기관의 역할에 맞는 구성원의 전문성 명기 ▷개혁회의 종헌 개정 과정에서 절출안 채택 한계 극복 ▷본사주지 선출 대중 참여 폭 확대, 대중공의 선출방식 채택 ▷사찰과 본사, 교구의 기능과 역할 등을 종헌 개정을 통해 담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담 스님 “지방화·분권화 대세…종단도 자유로울 수 없다”

총무부장 영담 스님은 통합종단 50주년을 맞아 종단 교구제도와 사찰관리체계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담 스님은 ‘조계종 교구제도와 사찰관리체계의 개선방안’ 발제를 통해 “현재 종단의 교구제도와 사찰관리체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별로 없다”면서 “양보와 타협으로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영담 스님은 지방화와 분권화를 ‘양보와 타협’ 안으로 제시했다.

스님은 “시대의 흐름은 지방화와 분권화가 대세”라며 “재산처분권을 포함한 중앙종무기관의 권한과 기능을 교구본사에 대폭 위임 또는 이양하는 것을 통해 교구제도와 사찰관리체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영담 스님은 “중앙종무기관의 권한과 기능의 위임 또는 이양은 교구본사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기득권을 양보하는데 매력적인 조건이자 명분이 아닐 수 없다”며 권한 위임과 이양을 양보와 타협의 조건으로 삼을 경우 사찰관리체계 변화의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영담 스님은 “총무원의 예산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종무행정 효율성 제고와 종단 안정을 위해 미비한 종법 체계를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본사주지와 공찰 주지 스님들은 권한 보다 책임이 많아 ‘자리보전’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영담 스님은 “중앙종무기관의 권한과 기능의 위임 또는 이양과 사찰관리체계의 개선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면서 “교구제도와 사찰관리체계를 말하면서 종무기관 권한 이양을 얘기하지 않으면 시간낭비”라고 꼬집었다.

“권한·기능 이양해도 총무원·종회 힘 약화되지 않는다”

영담 스님은 중앙종무기관의 권한과 기능 이양이 총무원과 종회의 ‘힘’의 약화를 가져온다는 우려에 대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못 박았다.

영담 스님은 “정부와 기업이 강해지는 비결은 선택과 집중이다. 총무원은 대정부분야와 국제·통일, 사회 핵심이슈인 복지분야 등 굵직한 업무만 상시적으로 할 경우 총무원장 관심 분야에 행정력을 집중할 여유가 생기고 교구제도와 사찰관리체계 개선에 따른 효과를 활용해 종단 전체를 아우르는 사업 분야를 확대해 나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영담 스님은 ‘직할교구 활성화 방안’과 관련, “천주교 대리구에 답이 있다. 직할교구를 분구해 자율성을 주자”는 안을 제시했다.

토론자 심익섭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도 “사찰령 이전까지 큰절과 부속암자들이 ‘지역연합형’ 수준으로 존재하다가 교구제 도입 이후 ‘행정관리형’으로 이어온 조계종이 불교적 사고방식에 입각한 ‘완전독립형’으로 다가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시점”이라며 “교구제도 등을 개선하려면 포교활성화와 종무행정 효율성을 넘어 한국불교 전체 미래 경쟁력을 염두에 둔 하드웨어를 새롭게 디자인 한다는 ‘혁신적’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통합종단 출범 50주년을 맞은 조계종이 지난 50년의 성찰과 시대적 과제를 모색하는 자리로 기념세미나를 마련됐지만 종도들의 무관심 속에 진행됐다. 세미나에는 직지사 주지 성웅스님, 불교신문 주간 장적스님, 포교부장 송묵 스님, 교육부장 법인 스님 등을 비롯해 중앙종무기관 교역직·일반직 종무원 50여명만이 참석했다. 통합 종단 50주년을 보는 조계종의 현재적 시각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 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격려사를 통해 “종단은 다방면에서 발전이 있었으나 여전히 많은 과제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종단은 사회와 역사가 자리이타 동체대비의 본분사를 다해야 하며, 이를 위해 자성과 쇄신, 그리고 생명과 평화를 위한 1000일 정진이 원만히 성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승 스님은 이어 “봉암사 결사의 ‘부처님 법대로’를 계승해 수행, 문화, 생명, 나눔, 평화로 세분된 5대 분야의 결사실천을 통해서 뭇 생명의 행복과 안락을 이루는데 역할을 다 해야 한다”면서 “이 자리가 종단의 과거와 현재를 딛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에 큰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자승 스님의 격려사는 총무부장 영담 스님이 대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