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회의 “법계일원화 위계 혼란 우려”…총무원 주도 쇄신 반발?
조계종 원로회의(의장 종산 스님)가 도박추문 후 마련된 종단 쇄신입법에 제동을 걸었다. 원로회의는 20일 제40회 원로회의에서 중앙종회가 제190회 임시회에서 가결해 상정한 ‘종헌’개정안을 부결시켰다. 94년 종단개혁 이후 4차례 종헌 개정 중 처음 있는 일이다.
원로회의가 ‘종헌 개정안’을 부결한 것은 쇄신입법으로 평가된 <선거법>이 종회의원 출마 자격을 법납 15년에서 20년으로 개정하고, 총무원장과 호계원장 등 종단 주요 소임의 자격을 법계로 일원화한 것이 ‘종단 위계와 질서에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조계종의 종헌종법은 종정과 원로의원의 법랍을 45년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계 일원화를 담은 종헌 개정안은 종정의 자격을 대종사로 표기해 종정의 승랍 자격이 40세로 하향돼 원로의원의 자격과도 격이 맞지 않는다는 게 원로회의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법’ 역시 종회의원 출마 자격을 법납 15년에서 20년으로 개정하면서 법계의 변동이 생겼다.
종헌 개정안을 원로회의가 부결하면서 <선거법> 역시 공포가 불가능해졌다.
사실 원로회의의 ‘종헌 개정안’ 부결은 예상됐다. 20일 오전 <불교닷컴> 등에는 원로회의 가 종헌 개정안을 부결될 수 있다면서 일부 중앙종회의원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종회의원 A 스님은 “오늘 원로회의에서 종헌개정안이 부결될 거라는 데 결과가 나왔느냐”면서 “원로의원 스님들이 종단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표현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총무원 한 관계자는 “원로회의에서 종헌 개정안이 부결될 것을 예상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총무원장 스님이 원로회의가 끝나기 전에 자리를 뜬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종헌 인준 부결은 도박 추문 이후 쇄신입법으로 종단개혁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던 총무원 집행부에 대한 불신을 원로회의가 실력행사로 표출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도박 추문 이후 ‘승가공동체쇄신위원회’ 구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범계쇄신위원회(가칭)’의 출범을 공론화하자 일부 원로회의 스님들은 긴급회동과 원로회의 의장 종산 스님을 예방해 이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일부 원로회의 스님들은 중앙종회를 해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쇄신입법을 통과 시킨 중앙종회 역시 일부 종회의원 스님들은 중앙종회가 스스로 종단 개혁입법에 나서야 함에도 도박 추문으로 빚어진 사회의 지탄에 떠밀려 종단 집행부가 서둘러 개혁입법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종회의원 B 스님은 “종단의 개혁입법은 당연히 해야 하고, 종회가 앞장서야 할 일이지만, 중앙종회가 주도해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쳐 개혁입법이 마련되지 않고 종단 집행부가 국민들의 원성을 무마하기 위해 급하게 서두르는 모습에 일부 종회의원 스님들은 적극적인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원로회의의 종헌개정안 부결로 쇄신을 통해 국민과 종도의 열망에 부응하겠다고 선언한 총무원 집행부의 정치력이 타격받게 됐다. 또 종단 최고의결기구인 원로회의의 실력행사로 입법기구인 중앙종회 역시 쇄신 입법 추진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하지만 원로회의 역시 종도들과 국민들의 비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도막 추문 이후 쇄신 논의가 집행부 주도록 급하게 이루어졌지만 동 선거 방지 등 개혁을 염원하는 국민들과 종도들의 열망의 뜻이 담긴 <선거법>이 종헌 인준 부결로 공포할 수 없게 되면서 종단의 최고 어른들이 쇄신과정에 제동을 걸고 개혁의지에 찬 물을 끼얹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번 종헌 개정안 부결이 중앙종회의원 보궐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로 제정된 선거법을 공포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결국 이전 중앙종회의원 선거법을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중앙종회는 <선거법>을 제정하면서 기존의 중앙종회의원 선거법은 폐기했다. 이에 대한 법리적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날 원로회의에는 재적의원 24명 중 의장 종산 스님과 지선 초우 고산 스님을 제외한 원로의원 20명이 참석했다. 종산스님은 회의 직전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향했고, 부의장 밀운스님이 임시 의장을 맡아 회의를 주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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