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총회법’ 일부 수정 통과…쇄신? 악법?
등록일 : 2012-09-19 동영상 
산중공의 모아 추천위서 선출 가능…기득권 강화

조계종 중앙종회가 격론 끝에 <산중총회법> 개정안을 일부 수정해 통과시켰다.

중앙종회 제191회 임시회는 18일 5시간여의 격론 끝에 선택한 것은 본사주지 후보자 선출을 선거 대신 산중총회에서의 3분의 2 이상 동의나 추천위를 통해 하도록 했다. 선거 폐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다. 또 비구니 스님들의 산중총회 참종권은 확대하는 규정도 담았다. 하지만 추천위원회에서 주지 후보를 선출하면 비구니 스님들의 참종권을 확대해도 실효성이 없어 실질적인 비구니 참종권 확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위가 성안해 상정한 <산중총회법> 개정안은 본사주지 후보자 선출방식을 산중고유의 방식으로 하도록 규정하면서도, △본사주지 후보자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 선출을 위임하는 방식 △출석한 구성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한 스님에게 후보자 선출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각 교구본사의 실정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공의를 모으는 자율성을 부여한 것 같지만, 각 교구마다, 선출 시기에 따라 그때그때 후보자 선출방식이 달라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산중총회의 구성원 2/3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추첨을 통해 하도록 한 것이 ‘제비뽑기’나 마찬가지여서 논란이 됐다.

수정된 <산중총회법> 개정안은 본사주지 후보자 선출 방법을 선거를 지양하고 산중공의를 모아 만장일치를 지향하고 있다. 또 이 같은 목적을 살리면서도 선출 방식에서 후보자가 2인 이상일 경우 3분의 2이상 동의를 얻어야만 선출할 수 있도록 하고, 만약 폐회까지 3분의 2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산중총회 의장이 폐회 직전 추첨하도록 했던 조항을 추첨과 다수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하지만 다수결 결정은 사실상 선거와 같아 산중총회법 전부 개정 취지에도 어긋나 결국 선거제도를 유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어서 법개정 취지가 크게 퇴색될 것으로 보인다. 추천위원회 위원 자격도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11인 이상 21인 이내로 구성하고, 위원 자격은 법계 종덕(비구니 현덕) 이상으로 수정 통과됐다.

종단 쇄신 입법과정에서 법안 성안을 주도한 특위는 범어사 돈선거 의혹 등 각 본사의 주지후보자 선출과정에서의 불미스러운 일이 사회적으로 회자돼 종단권위와 위상을 실추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말해 왔다. 또 교구본사 주지들은 승납과 상관없이 모든 스님이 ‘한 표’로만 인식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선거 과정에서의 불미스러운 일과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는 점을 앞세워 선거제도 보다는 산중공의를 모으는 방식을 선호해 왔다.

산중총회법 개정안이 결국 수정 후 통과됐지만, ‘선거제도 보다 못한 악법’을 채택하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 추문’ 이후 쇄신 요구에 떠밀려 법안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고, 산중공의라는 승가 전통방식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힘 있는 문중이나 세력이 본사 주지후보자 선출을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법적 방어막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94년 종단 개혁이전에는 힘을 수반한 산중공의를 앞세워 특정 후보를 총무원이 임명하는 등 폐해가 커 가장 합리적인 제도로 선거제를 개혁회의가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종단 개혁 20년도 채 안 돼 선거제를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 자격을 강화하고 엄정히 검증하는 절차를 강화하거나 금권 향응 등 선거 과정의 폐해를 막기 위해 선거제도를 더욱 강화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향후 본사내 특정 문중이나 특정 지위를 가진 인물이 세력화하면 산중공의제는 ‘힘 있는 자’를 위한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추천위원회 구성을 해 후보자를 선출한다고 해도 선출과정에서의 폐해를 막을 수 있을 지 장담하기 어렵다. 191회 임시회에서 한 스님은 “추천위를 구성해도 로비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본사주지를 꿈꾸는 인물들이라면 사실상 4년 내내 힘 있는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추천위원회에 추천될 만한 인물들을 대상으로 언제나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선거기간이 4년 내내 진행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조계종은 ‘의회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중앙종회라는 입법기구도 그렇지만 교구의 산중총회 역시 중앙종회법 등을 준용한 운영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어 산중총회는 교구 의회로 분류할 수 있다. 추천위를 구성하면 교구의 의회인 산중총회가 구성원의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산중공의 보다는 ‘특정층’의 의견만 반영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계종 중앙은 의회주의를 채택하면서도 교구에는 의회주의 혼란을 야기시키도록 개정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또 각 교구본사 마다 실정은 차이가 있지만 본사의 주류 문중과 비주류 문중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만장일치나 추천위원회를 통한 선출 방식은 기득권만 강화해주는 꼴이 된다는 의견도 강하다. 이 경우 통과된 <산중총회법>이 본래 선거제도 보다 더 악법이 될 수 있다.

이번 임시회에서 통과된 <산중총회법>은 우선 비구니는 본사 비구 구성원의 5분의 1을 넘지 않는 선에서 참종권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도 말사에 주지로 재직 중인 비구니는 구성원에 포함되어 있는 상태에서 말사주지를 포함해 5분의 1을 넘지 않는 선에서 개정해 새롭게 구성원에 포함되는 비구니의 수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를 선출하면 비구니들의 참여는 확대되지 않는다. 말 뿐인 법인 셈이다.

통과된 <산중총회법> 개정안은 말사 주지로 2년 이상 재직 중인 비구니 수가 비구 구성원의 5분의 1에 미치지 못할 경우 비구니 법계 정덕 이상 비구니 중 법계, 승납, 연령 순으로 정하도록 했다.

선거제도 폐해를 막기 위해 선택한 '산중공의제' 법제화가 향후 교구본사 주지 선출과정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올해는 직지사(12/13) 선거가, 내년에는 신흥사(5/14)·마곡사((8/31)·금산사((9/24)·화엄사(5/8) 등 교구본사 주지선거가 치러진다.

조계종 제191회 임시회는 19일 오전 10시 속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