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불교평론’ 폐간…“현대판 분서갱유”
등록일 : 2012-09-22 동영상 
가을호 전면 수거…학술적 논의도 막는 승가 질타 목소리 높아



불교전문 계간 평론지 <불교평론>이 폐간한다. 계간 <불교평론>은 올 겨울호부터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불교평론> 발행처인 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2012년 가을호에 실린 윤창화 민족사 대표의 ‘경어의 주색과 삼수갑산’이란 글을 문제 삼아 폐간을 결정했다.

계간 <불교평론> 폐간 결정이 알려지면서 승가 집단이 건전한 학문 연구와 학술적 논의 마저 막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이미 발행돼 배포된 <불교평론>가을호를 전면 수거하고 있어 사실상 현대판 분서갱유라는 질타마저 나오고 있다. 서점에 배포된 <불교평론>은 전량 수거조치에 들어갔고, 개인 독자들에게 발송된 책 역시 반송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간 결정 이미 났다…예정된 사업 후속처리 논의”

<불교평론> 홍사성 주간은 <불교닷컴>와의 통화에서 “불교평론은 이미 폐간이 결정됐다. 겨울호부터 발간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경허 스님 100주년을 맞아 의제를 설정해 불교의 깨달음과 수행에 대해 대중 논의가 활성화되길 바라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일이 문제가 돼 만해사상실천선양회와 수덕사 양측에 모두 죄송하다”고 말했다.

계간 <불교평론>은 21일 오후 6시 편집회의를 열어 폐간 결정을 확인하고, 이미 준비한 열린논단 개최와 ‘올해의 논문상’ 선정, 세미나 등 예정된 사업 후속처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또 신흥사와 계간 <불교평론> 측은 지난주 말 수덕사를 방문해 폐간 결정을 통보하고 사과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간 <불교평론>의 폐간은 ‘경허의 주색과 삼수갑산’ 글에 포함된 경허 스님의 술과 여색 문제에 대해 학술적 연구의 성과로 보지 않고, 덕숭문중의 어른에 대해 매도, 왜곡했다는 수덕사 측의 항의에 따른 것으로 승가집단의 비상식적 비난과 몰이해, 폐쇄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어서 학자들의 연구 의지조차 꺾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학술적 연구에 승가 집단이 치졸한 행위를 한 것”

불교평론에 글을 실었던 한 불교학자는 “학술적 연구 발표문에 대해 학술적 의견으로 반론을 하는 것이 더 옳았을 것”이라며 “어느 불교학자가 스님을 왜곡하고 매도하겠나, 학문적 연구에 대해 승가집단이 치졸한 행위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사성 주간은 “지금 제가 드릴 말이 없다. 여러 스님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고, 설악산은 물론 수덕사 스님들께 미안하다”로 말을 아꼈다.

‘경허의 주색과 삼수갑산’를 쓴 윤창화 민족사 대표 역시 말을 아끼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윤창화 대표는 “이 논문은 경허 스님을 폄하하거나 매도하려는 악의를 갖고 쓴 글이 아니다”면서 “경허 스님의 주색 문제는 이미 이능화를 비롯해 수덕사가 발간한 <경허집>에도 등장하는 세간에 잘 알려진 이야기들로 이 논문은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학술적으로 분석 연구해 경허 스님의 주색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폄하·왜곡 의도 없었다…승가의 잘못된 위계 경종 필요”

윤 대표는 “경허 스님은 누구나 인정하듯이 한국근대선불교를 일으킨 분으로 훌륭한 스님이다. 경허 스님이 주색을 한 이유의 한 부분을 한국 근대불교에서 선이 사라지는 데 대한 걱정과 고독이 끼어있다는 점을 통해 나타내려 한 것”이라며 “다만 경허 스님의 주색을 통해 한국불교에서 많은 승려들의 잘못된 위계에 대해 경종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불교학자는 “스님들이 윤 대표의 논문을 제대로 읽어봤는지 의문이다. 윤 대표의 글은 그동안 경허 스님의 주색 문제에 대한 여러 찬반 논란을 정리하고, 비판적 시각만 담지 않고 경허 스님의 주색의 이유를 불자의 입장에서 옹호한 측면도 강하다”고 말했다.

불교사학자 이능화는 <조선불교통사> 하권에서 경허 스님을 이렇게 말한다.

“…경허화상은 변재가 뛰어나고, 그가 설한 바 법은 비록 옛 조사라고 할지라도 이를 뛰어넘는 이가 없다고 한다. 비록 그렇다고 해도 그러나 그것은 제멋대로일 뿐 아무런 구속을 받음이 없어 음행과 투도를 범하는 일조차 꺼리지 않았다. 세상의 납자들(禪流)은 다투어 이를 본받아 심지어는 음주식육(飮酒食肉)이 깨달음과 무관하고, 행음행도(行淫行盜)가 반야에 방해되지 않는다고 창언(倡言)하면서, 이를 대승선(大乘禪)이라고 한다. 또 그 막행막식(無行)의 잘못을 엄폐 가장(假裝)하여 모두가 진흙탕 속으로 들어갔으니, 대개 이러한 폐풍은 실로 그 원형이 경허(鏡虛)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경허 스님의 ‘법’이 뛰어남에도 그의 막행막식이 ‘대승선’으로 오도돼 한국불교의 폐풍의 시작이 경허라고 준엄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 경허를 흠모하고 있는 김태흡(대은 스님) 역시 <인간 경허>(『비판』,1938년, 6월호)에서 이렇게 평하고 있다.

“만근(輓近) 4,5십년간 이래에 있어서 조선불교선종이 일어난 동기를 본다고 할 것 같으면 누구든지 경허화상을 첫머리에 들지 않을 수 없다. 미워도 경허대사요. 고와도 경허대사라. 행리(행위)야 어쨌든 간에 근대 선종의 중흥조 됨은 속일 수 없는 사실이다. 승려가 꽤 많지만, (……) 경허대사처럼 부처님 대접을 받아본 사람도 없고, 경허대사처럼 악마(惡魔)라는 혹평과 마종(魔種)이라는 비방을 들은 이도 없을 것이다.”

윤창화 대표는 ‘경허의 주색과 삼수갑산’을 통해 “경허 입적 100년을 맞아 ‘경허의 삶을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문제는 보다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면서 “그의 직제자 만공은 ‘선(善)은 부처, 악은 호랑이보다 더했다(善惡過虎佛)’고 했고, 법제자 한암은 “법을 따르는 것은 좋으나 행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이능화, 김태흡, 진진응의 말에서도 볼 수 잇듯이, 경허에 대한 공(功)과 과(過)가 극명하다.“고 평가했다.

또 “공(功)은 따라가되 과(過)는 쫒아가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현대의 수행자들은 경허의 삶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지혜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윤창화 대표는 현대 한국불교 승가의 흐트러진 위계를 바로세우기 위한 반면교사로 경허 스님의 주색 문제를 대중공론의 장으로 끌어낸 것이다.

“<불교평론> 폐간 요구나 압박 안 해…신흥사 문제”

수덕사 측은 계간 불교평론 폐간을 요청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폐간 결정은 만해사상실천선양회와 신흥사 스님들의 결정이라는 것이다.

경허 스님 100주년 기념사업회는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할 지 고민은 했지만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면서 “<불교평론> 폐간을 요구하거나 압박했다는 것과 요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사업회 한 스님은 “신흥사 쪽이 13여 년 동안 <불교평론>을 지원하면서 어려운 문제들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윤 대표의 글은 ‘울고 싶은 데 뺨을 때려준 격’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수덕사와 기념사업회 측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계간 <불교평론> 폐간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필화 사건으로 몰아 행해진 현대판 분서갱유”

불교평론에 글을 기고했던 한 불교학자는 “학술적 논문에 대해 문제를 삼으려면 학술적으로 했어야 한다. 페간을 압박하지 않았다고 해도 결국 필화 사건으로 몰아 폐간에 이르게 하고, 이미 배포되고 발표된 책자까지 회수하는 것은 현대판 분서갱유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계간 <불교평론>은 지난 1999년 겨울호를 창간호로 발행하면서 한국불교학계에 영향을 키워왔다.

홍사성 주간은 창간사를 통해 “계간 <불교평론>은 앞에서 지적한 우리 시대 불교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전위적 비판정신으로 극복하고 해결하려는 의욕으로 출발하는 잡지”라며 “우리는 이 잡지를 통해 중생과 세계를 아우르는 참다운 구원의 진리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과거의 교리해석이나 문화적 전통을 무조건 배척할 이유는 없지만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간의 삶을 설명하고,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부적절하다면 거침없이 비판의 칼을 들이댈 생각”이라며 “보다 도전적으로 말한다면 용수나 세친, 원효나 의상이 해석한 불교에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그것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용기를 갖고자 한다.”고 창간 의도를 밝혀 한국불교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은 물론 실천불교를 위한 학술적 토대 마련에도 나서겠다면서 의욕적으로 출범했다.

지난 2011년에는 “불교사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새로운 안목을 제시함으로써 한국불교의 지적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제9회 대원상 재가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