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10.27법난 보상법 전면 개정작업 착수
등록일 : 2012-09-21 동영상 

국가의 법적 책임 명시, 보상의무 배상으로 격상


법의 유효기간 없애 끝까지 진상규명 의지 나타내


 조계종 중앙종회의 지지와 성원을 얻은 종단 집행부가 10.27법난 피해보상 관련법 개정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총무원 기획실장 능도스님은 “국가를 법적 책임의 주체로 명시하고, 배상 규정 신설을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을 만들고 있다”며 “여아 국회의원을 만나 설득에 나서겠다”고 오늘(9월20일) 밝혔다. 국가권력의 불법행위로 인해 한국불교 전체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만큼, 국가가 그에 합당한 죗값을 치르라는 이야기다. 궁극적으로 법의 유효기간을 폐지해 끝까지 추궁하겠다는 의지를 굳혔다.


‘1980년 10월 3만2076명의 군경 합동병력이 전국 5731개의 사찰에 난입해 1776명의 스님을 강제 연행해 이 가운데 150여 명의 스님에게 고문과 가혹행위를 저지른 사건.’ 종교 교단을 상대로 국가권력이 자행한 전대미문의 폭거인 ‘10.27법난’의 개요다. 2008년 ‘10.27법난 피해자의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법난법)’이 제정되면서 늦게나마 아픔을 치유할 길이 열렸다. 그러나 명예회복을 위한 법률이 외려 명예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그간 숱하게 제기돼 왔다. 보상을 해주겠다는 의사표시만 있을 뿐, 정작 보상의 ‘내용’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종단이 준비하는 개정안은 보상의 주체를 구체화하고 보상범위를 한층 엄격하게 매긴 점이 특징이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등 여타 과거사법과 같이 사건발생의 책임이 국가에 있음을 명확히 밝혔다. 10.27법난이 신군부가 사전에 철저히 계획한 ‘군사작전’에 의해 벌어진 만행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바다(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조합보고서). 특히 10.27법난의 경우 국가에 저항의사가 없이 무고한 불교계를 특정해 ‘전국적으로’ ‘동시에’ 종교탄압과 인권유린을 자행했다는 점에서 국가의 잘못이 더욱 막중하다는 시각이다. 곧 대표적인 과거사 사건인 ‘5.18’에 필적하는 비중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국가의 보상의무를 배상으로 격상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법난법의 효력기간을 아예 없애버린 점이 고무적이다. 역시 민주화운동 관련법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조치다. 법난법의 집행기구인 10.27법난 피해자 명예회복 심의위원회(법난위)의 안정적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이번 종회에선 본지의 보도를 인용해 “국방부가 법난위의 활동을 주도하기 위해 현역 군인들을 계획적으로 배치하고, 심지어 법난을 일으킨 주범인 보안사의 후신인 기무사의 영관급 현역 장교까지 특정해 배치했다”는 종책질의가 나왔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심사하는 격이니, 온전한 피해보상과 명예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내년 6월30일 법난법과 함께 법난위의 활동 종료가 예고된 가운데 법난의 진실이 이대로 묻혀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법의 기간을 폐지하면 진상규명의 조건을 확실히 구축하는 장점을 갖는다. 법난위 조직 내 민간인 확대 등 조사의 초점을 피해자 중심으로 전환해 진행할 수 있는 시간도 벌 수 있다.


피해자의 범위를 법난 당시 조계종 소속 스님 전체로 대폭 확대해 법난이 스님 개인이 아니라 한국불교 전체를 대상으로 한 테러임을 못 박았다. 사망과 상이를 넘어 강제연행과 수사, 구금과 지명수배까지 피해로 포함했다. 역사교육관 건립을 위한 국고보조금 1500억 원이 불교계에 대한 특혜라는 비난을 방지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요컨대 중앙종회의 결의문 채택으로 법난의 사흔을 지우는 일에 한층 속도와 깊이가 더해질 전망이다. 법난위원장 영담스님의 치밀한 자료수집과 국방부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 종회의원 스님들의 문제의식과 적절히 맞물린 결과다. 대통령선거를 50일 앞두고 불교계 주요 공약으로 자리 잡을 것도 자명하다. 대선 후보들의 열린 자세, 종단 집행부의 추진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