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야구는 스님이 만든 운동
등록일 : 2012-12-31 동영상 
SBS ‘땡큐’서 혜민 스님, 차인표 씨 만나 ㅇ

“야구공의 실밥은 108개로 108번뇌와 같다. 집[홈]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야 점수가 나는 것은 출가와 닮았다. 야구 선수가 9명인 것도 구류중생(九類衆生)과 비슷하다.”

‘은퇴한’ 불자 야구선수 박찬호는 28일 SBS ‘땡큐’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박 선수는 혜민 스님, 탤런트 차인표 씨와 홍천성당에서 만나 인제 살둔마을 펜션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박 선수는 “마운드 위에 서면 온갖 잡념이 든다. 그럴 때 생각을 멈추려 하는데 쉽지 않다. 어떻게 멈추느냐. 호흡을 멈추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야구나 수행이나 자신과의 싸움으로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박 선수는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언급하며 “미국 진출 당시 스님 책을 만났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박 선수는 “(추운 겨울에) 입수해 봤냐?”고 스님과 차인표 씨에게 물었다.

그러면서 “찬 물 속에 들어가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몸이 뜨거워진다”며 “살기위해 내 몸에서 스스로 열을 내는 것을 보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박 선수는 “미국에서 선수생활하며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아 외롭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성적이 좋을 때는 모두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졌다면서.

박 선수는 “많은 힘든 사람을 위로하는 스님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혜민 스님은 “사람들은 행복에 조건을 붙인다. 그래서 불행한 것”이라며 “(내 책ㆍ글은) 영원히 멈추라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마음을 돌아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차인표 씨는 부모가 농사지은 고구마를 가져왔고, 박 선수는 부모가 수확한 밤을 가져와 화롯불에 구웠다.

박 선수는 어릴 적 다락방에서 콩나무 시루처럼 살던 시절을 회고했다. 밤새 손빨래로 자신의 한 벌 뿐인 유니폼을 세탁해준 어머니에게 감사해하며 “야구하느라 못했던 아빠ㆍ아들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스님도 “출가해서 부모에 대한 그리움 억누르며 살았다”며 “얼마 전 마흔 살 생일이었다. 생일에 아침 먹으러왔으면 좋겠다는 부모님 말씀에 찾아가 생일상 받은 것 죄송스러웠다. 출가했어도 부모에게는 영원한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선수가 물었다. “성철 스님도 출가하면 가족과의 관계가 큰 짐이된다고 했는데, 혜민 스님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스님은 “부모가 정말 반대했다면 출가를 주저했을 것”이라며 “어머니가 내게 ‘처음 출가한다고 절로 들어갈 때 너는 뒤도 안돌아보고 가더라’는 말씀에 ‘어머니부터 구제하리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스님은 “외국생활로 외로울 때 SNS를 시작했다”며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노력해도 절망의 터널 끝 보이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을 돕고 싶어 위로의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내 책ㆍ글을 값싼 힐링이라며 ‘바뀌지 않는데 토닥거림 무슨 소용이냐’고 비판하기도 한다”며 “값싼 힐링이라 비난 받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사회개혁, 운동할 용기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던 건 작은 위로뿐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노력하고 있는데 절망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들에게 조언해 달라”고 청했다.

차인표 씨는 “오늘 하루를 사는데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인생 최고의 목표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에 두고 살면 희망이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찬호 선수는 “인생은 어려울 때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남들의 기준과 말에 아파하지 말라. 육체가 힘들 뿐 정신은 성장하고 있다. 이겨내면 자신은 달라져 있다”고 말했다.

박 선수는 “거울 속 울고 있는 자신을 봐라. 의도적으로 웃으면 복잡한 생각이 끊긴다. 웃는 모습을 관찰해야 하니까. 판단을 버리고 그냥 다시 바라보라”고 조언했다.

세 남자의 ‘땡큐’는 1일 밤 11시에서 계속된다.

한편, 박찬호 선수는 지난 2009년 MBC스페셜 ‘박찬호는 당신을 잊지 않았다’에 출연해 “매일 저녁 절을 하고 명상을 한다”고 밝혔다.

이 때 박 선수는 “젊었을 때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만 살았는데 절을 하면서 내려오는 것도 배웠다. 명상을 하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때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