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방송 이사장 영담 스님 해임했지만…파행 장기화
등록일 : 2013-04-21 동영상 

불교방송 이사회가 이사장직 사임서를 제출한 영담 스님을 해임했다. 하지만 이사 해임 여부에 대해 진흥원 측 이사들과 조계종 이사 스님들 간의 현격한 입장차 속에 격론이 이어졌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폐회했다.

조계종 소속 이사 스님 6명은 영담 스님의 이사장 해임에 대해서는 동의했지만 이사 해임은 무효라고 선언하고 이사회를 폐회하고 퇴장했다.

불교방송 이사회는 19일 오후 2시 서울 마포 서울가든호텔 백합홀에서 81차 이사회를 개회했다.

이사회는 4시간 10분여 동안 이어졌다. 개회 후 임시 의장 선출에 대한 힘겨루기 끝에 종하 스님이 임시의장을 맡아 회의를 진행했다. 임시의장 선출하는 데도 1시간 30분여 동안 설전을 벌였다.

이사회는 영담 스님이 제출한 사임서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해임을 할지에 대한 의견도 갈렸다. 진흥원 측 이사들을 제외한 이사들이 ‘사임’을 받아들이자고 주장했지만 진흥원 측은 끝까지 해임을 요구했다. 결국 이사회는 영담 스님의 사임과 해임 두 가지에 대해 투표한 결과 사임 8표, 해임 10표로 결국 영담 스님을 ‘해임’했다.

하지만 격론은 해임 이후부터 시작됐다. 조계종 소속 이사 스님들은 이사장 해임에 대해 안건을 상정해 투표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진흥원 측 이사들은 ‘이사장 해임 및 이사 해임’을 안건으로 투표한 것이라고 맞섰다.

불교방송 이사회는 분열됐다. 조계종 소속 이사 스님들과 진흥원 측 이사들이 분명히 갈렸다. 이사 해임 여부를 둘러싼 격론은 2시간 40분여 동안 이어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사회는 닫힌 문 밖으로 고성이 오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불교방송 발전과 정상화를 위한 격론이 아니라 영담 스님 몰아내기에 몰두했다.

진흥원 측 이사인 김윤수 이사는 “이런 이사회에서 이사를 할 생각이 없다”면서 이사직 사직서를 전경두 이사에게 전하고 퇴장했다. 이사 해임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은 팽팽히 맞섰고, 결국 임시 의장 종하 스님이 폐회를 선언하자 조계종 이사 스님들도 퇴장하면서 이사회는 파행으로 끝났다.

진흥원 측 구상진 이사는 폐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이사 해임도 가결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구상진 이사는 “투표 끝에 해임안이 가결됐다. 하지만 가결이 선포된 후 조계종 스님들이 이사 해임은 포함되지 않은 표결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런 안을 발의한 사람이 없다. 이사장 해임 및 이사 해임 안건이지 ‘이사장 해임’ 안건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구 이사는 “장시간 토론 끝에 스님들이 불만을 표하고 임시의장이 이사회를 폐회했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불만을 표출했는지는 직접 말씀 드리기 거북하다”고 했다.

또 구 이사는 이사 해임의 법적 효력에 대해 “이사 해임의 법적 효력이 있다고 본다. 향후 분쟁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분쟁은 하는 분들의 마음 아닌가. 법적 용인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구상진 이사의 설명은 영담 스님의 사임과 해임 여부를 묻는 투표를 하는 과정에서 해임에 대한 것은 ‘이사장 해임 및 이사 해임’ 안을 말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조계종 이사 스님들은 ‘이사장 해임만 동의해 투표한 것’ 이라는 주장이어서 향후 법적 분쟁을 포함한 분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사회는 불교방송의 발전과 정상화를 저버렸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사장을 해임하면서도 이사장 직무대행 또는 이사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불교방송의 법적 대표권자인 이사장 부재 상태를 자초한 것이다. 재단법인 불교방송국의 결제권자가 부재 상태가 됐다.

구상진 이사는 “현재는 향후 일정이 없다. 이사장 직무대행도 선출하지 못했다. 재단의 이사장이 없는 상황에서 방송국의 실질업무는 사장이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 이사는 “정관에 사장의 권한이 정해져 있지만 이사장이 없는 만큼 이사회 소집권도 사장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 법인 전체의 업무를 누가 총괄할 지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진흥원 측 이사들과 조계종 이사 스님들 간의 대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 이사는 “사장이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한다. 빠른 시일내 이사회를 소집해야 할 것으로 본다. 현실적으로 대화는 어려울 것 같다. 이사회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구상진 이사는 “종하 스님이 저를 대화상대로 지명하고 조계종 스님도 지명해 협의하라고 한 적이 있지만 조계종 스님이 협의를 맡지 못하겠다고 밝혀 대화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브리핑 자리에 배석한 이채원 사장은 “이사회 소집은 따져봐야 한다. 저를 비롯해 다른 이사들이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이사회 개최는 장기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스님은 이채원 사장을 향해 “이사회를 열지 말라. 더 이상 만날 일이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상진 이사는 “조계종 이사 스님들이 정회하기 전에는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회의에서 표결한 것은 번복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사장 해임 및 이사 해임 안건이 문서로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향적 스님은 “영담 스님의 이사 해임은 동의하지 않았고 정회하기 전에 분명히 이의제기를 했다. 이사 해임 문제는 결론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계종 이사 스님들은 이날 이사 해임 투표는 ‘무효’라고 강조했다.

혜정 정사는 “이사 해임 여부에 대해서는 녹취록을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안건 상정 자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면서 “조계종 스님들은 이사장 해임에만 투표했다고 하고 진흥원은 적법하다고 주장해 결국 이사 해임 여부는 조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계종 이사 스님들은 진흥원의 주장에 강하게 맞섰다.

한 이사 스님은 “긴급 중앙종회를 소집하고 원로회의도 소집해 대응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이사 스님은 “이사장 영담 스님이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제 보니 진흥원 이사들이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방송국을 총무원으로 옮기는 것도 생각해야 겠다”고 강하게 맞섰다.

정회 전에 이의제기가 없었다는 구상진 이사의 설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회의가 정회되기 전에 이미 회의장 밖으로는 이의제기를 하는 이사들의 고성이 흘러 나왔다. 하지만 진흥원 측 이사들이 조계종 이사 스님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회의는 지지부진했고, 결국 정회했다.

이날 이사회의 투표와 관련한 법적 효력 다툼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소집안건은 ‘이사장 해임 및 이사 해임’이었지만 이날 이사회는 격론 끝에 ‘사임’과 ‘해임’ 안건을 놓고 투표를 벌였다. 안건 상정부터 논란의 소지가 분명해 보인다. 또 진흥원 주장이 모두 옳다고 해도 이사장 해임 및 이사 해임 사유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이사 스님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뮤지컬 원효 등 영담 스님과 관련된 비위 의혹이 모두 사실이 아닌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참석 이사들은 8명이 ‘사임’에 표를 던졌고, 10명이  ‘해임’에 투표했다. 사임 표는 조계종 이사 스님들과 재가이사 2명의 표가 모였고, 해임에는 진흥원측 이사와 진각종 총지종 이사들의 표가 모인 것으로 보인다. 진각종과 총지종 이사 3명은 처음에는 사임하도록 길을 열어주자는 의견을 표출했지만 결국 투표가 이루어지면서 해임에 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은 이사 해임 여부 논란 속에서 이사장 해임에 표를 던졌지, 이사해임에 투표한 것은 아니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에 앞서 조계종 이사 스님들은 불교방송 재단사무국에서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영담 스님이 이사장직에서 사임하기로 최종합의했다. 영담 스님은 재단사무국에 ‘일신상의 이유로 이사장직에서 사임한다’는 사임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진흥원 측 이사들은 영담 스님의 자진사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흥원 측이 영담 스님의 사임을 반대하면서 표결은 ‘사임’과 ‘해임’을 두고 이루어졌고, 결국 이사 해임을 둘러싸고 조계종 이사 스님들과 충동하면서 이사회는 파행됐다.

영담 스님의 이사 해임 여부 논란으로 이채원 사장의 거취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이사장 직무대행과 관련해 진흥원측 이사들은 정관에 사장이 하도록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념 스님은 이채원 사장을 향해 “이사장 직무대행을 함부로 맡아서는 안된다. 조계종과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반드시 이채원 사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불교방송 사태는 그동안 이사장 영담 스님과 이채원 사장의 대결구도로 보였다. 하지만 이번 이사회를 통해 불교방송 사태는 조계종과 진흥원의 대결 양상으로 확산됐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진흥원제자리찾기특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이날 이사회에는 종하, 원산, 향적, 종상, 장적, 정념 스님 등 조계종 이사 스님들과 혜정 정사, 무외 정사(이상 진각종), 지성 정사(총지종), 이채원, 이수덕, 이각범, 구상진, 김윤수, 엄상호, 손준석, 구형선, 전경두 등 18명이 참석했다. 영담 스님과 춘광 스님(천태종), 박순곤 이사는 불참했다.

차기 이사회 여부는 불투명하다. 불교방송 이사진 변화도 예상된다. 이미 진각종 차기 통리원장에 회정 정사가 선출돼 5월 1일 임기를 시작한다.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지만 현 불교방송 이사인 혜정 정사(통리원장)을 대신해 불교방송 이사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회정 정사가 무외 정사 대신 다른 이사를 추천할 수도 있다. 또 현재 공석인 중앙승가대학교 총장이 선출되면 조계종 이사 수가 1명 늘어난다. 지금까지는 총장 부재로 불교방송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조계종 측 이사들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날 이사회가 열린 백합홀 입구에는 불교방송 청취자 30여명이 이채원 사장 해임을 요구하는 묵언 시위를 펼쳤다. 이들은 “이사님들…스님을 모독하는 불교방송 사장을 제발 해임시켜 주세요” “이사회는 이채원 사장을 해임하고 불교방송을 정상화 해 주세요”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이사회가 시작할 때까지 시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