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승가청규 입법화엔 ‘이견’
등록일 : 2013-06-01 동영상 

도박.호화스포츠 금지’ 등 5개 분야 6월 발표 예정

조계종이 지난해 승풍실추 사태 이후 제정을 추진해 온 승가청규가 발표를 앞두고 있다. ‘1차 쇄신계획’을 발표한 지 1년 만이다.


종단쇄신위원회(위원장 밀운스님)는 소위원회 산하에 청규제정위원회를 두고 청규를 성안해 왔으며, 이를 6월 4일 열리는 회의에서 의결해 6월 중 발표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부 청규제정위원들은 청규의 내용과 위상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4일 전체회의에서의 논의가 주목된다.


조계종은 지난해 6월 7일 1차 쇄신계획을 통해 ‘현대사회에 맞는 수행자 청규’를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청정승가 구현을 생활화ㆍ제도화하기 위해 청규를 제정ㆍ입법화 해 현대사회에 맞는 바람직한 출가상 확립과 승단의 청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청규제정위원회 내부에서는 최근 청규를 입법화하기보다 ‘보편적인 규율’로 두고 종도들이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규라는 특성상 입법화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처벌조항까지 마련할 경우 종도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28일 열린 쇄신소위와 청규제정위 연석회의에 앞서 만난 한 위원스님은 “처벌조항이 없는 규정을 누가 지키겠느냐”며 “종헌ㆍ종법에 버금가는 구속력과 강제력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내용 역시 의식주 전반에 걸쳐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위원스님은 “청규는 선언적인 의미”라며 “시대변화를 감안한다면 세세한 부분까지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급변하는 시대상을 일일이 청규에 반영하기보다 계율의식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쇄신위원회측은 “연석회의에서는 청규의 내용에 대해 큰 이견이 없었고, 일부 조항의 표현에 대한 건의만 이뤄졌다”며 “쇄신위 전체회의에서도 큰 무리 없이 공감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성안된 청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청규안은 청규 제정의 이유를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규율로 승가와 사회의 거리를 좁혀 보다 많은 이들이 청정한 삶에 동참하고, 보다 많은 이들이 붓다의 행복을 누리도록 길을 안내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어 수행 생명 평화 나눔 문화의 장으로 나눠 각 장 마다 ‘수행은 연기와 무아의 정신에 바탕하여 일상에서 팔정도, 육바라밀, 사무량심을 실천하는 일임을 명심한다’ ‘꼭 필요한 것들만 알맞게 갖고 쓰는 소욕지족의 삶을 생활화한다’ 등의 실천 지침을 제시했다.


특히 ‘문화의 장’에서는 의식주를 비롯해 의례의식 문화, 자동차와 통장 등 다양한 소비문화에 대한 규정이 담겨 있다. 의복은 절기에 맞춰 꼭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길 권하고, 고가의 사치스러운 옷이나 고가의 제품은 삼갈 것을 권하는 방식이다.


또한 승복 모자 가방 등은 승가의 품위에 맞는 것을 택하고, 운동과 울력 등 피치 못할 사정을 제외하고는 속복 착용을 금하도록 했다. 대중처소에 거주할 것을 권하고 토굴이나 크고 화려한 주거공간 마련을 삼가도록 했으며, 금융거래 역시 개인계좌보다 사찰이나 법인 명의로 개설할 것을 권하고 있다.


법계에 따라 자동차에 대한 규정도 제시했다. 중덕(승랍 10년 이상)은 배기량 2000cc 이하의 소형차, 대덕(승랍 20년 이상)은 3000cc 이하의 중형차 사용을 권장하는 식이다. 도박이나 호화스포츠를 금지하는 조항도 담겼다.


쇄신위는 이 같은 청규를 6월 4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검토해 조만간 발표한다는 방침이지만, 청규위 내부에서도 이론이 있는 내용에 대해 전체 쇄신위원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의를 불과 5일 앞둔 시점까지도 일부 쇄신위원에게는 청규 초안이 전달되지 않았다.


청규제정위가 성안 마련이라는 과제를 맡았다면, 쇄신위는 청규에 종도들의 의견을 두루 반영하고 공감을 이끌어내야 할 역할이 주어져 있다. 활동기한을 1개월 남짓 남겨둔 쇄신위가 청규를 어떻게 세상에 내 놓을지에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