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대장경세계문화축전 개막을 하루 앞둔 25일,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인 해인사 팔만대장경(국보 제32호)가 행사장으로 이운됐다.
합천 해인사(주지 선해)와 대장경축전조직위(위원장 김이수)는 25일 해인사 장경판전에서 대장경판 이운을 고하는 고불식이 봉행됐다.
주지 선해 스님은 세계평화와 국운 융창 등을 기원하는 축원을 겸한 고불문 낭독 후 장경판전에서 <금강경>판을 모시고 나왔다. 장경판전을 나온 대장경판은 가마에 실렸고, 취타대를 선두고 경내를 나와 대장경축전행사장으로 옮겨졌다.
대장경 진품 만날 유일한 기회
무진동차로 이운된 대장경판은 원창 스님(해인사 기획국장), 성안 스님(해인사 보존국장) 손에 들려 대장경축전 주행사장인 대장경천년관 보존실로 옮겨졌다.
이날 대장경축전을 위해 장경판전을 나온 대장경판은 <금강경>판 외에도 <석가여래유적도> <불설염주경> <대방광불화엄경> <대방광불화엄경변상도주본> <대방광불화엄경변상도진본> <불설대부모은중경> 2점 등 8점이다.

대장경천년관 기록문화관에는 <화엄경변상도>를 찍은 80점의 화엄변상도 인경 원본도 함께 전시된다.
<화엄경변상도>는 광대무변한 <화엄경> 가르침을 알기 쉽게 그림으로 표현한 80장의 목판화로 정교하고 화려해 대장경화의 진수로 알려져 있다.

해인사 보존국장 성안 스님은 “일반인이 해인사를 찾아도 장경판전에 모셔진 진품 대장경판을 볼 수 없다. 복제품만 만났던 것을 대장경축전 기간 동안 특별히 진품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복제품과 달리) 진품 대장경판은 선조들이 큰 원력과 신심으로 한 글자 새길 때마다 세 번씩 절한 간절함이 담긴 성물(聖物)이다. 대장경축전에서 우리 민족문화의 우수성을 바로 알아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스님들만 기도 올리던 바로 그 곳
이운법회에 앞서 해인사와 대장경축전위는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던 해인사 중봉 마애불입상(보물 제222호)을 언론에 공개했다.
마애불은 통일신라시대인 9세기 무렵, 해인사에서 2km 떨어진 가야산 중봉(해발 1000m)에 높이 7.5m, 너비 3.1m 크기로 조성됐다. 팔만대장경을 봉안한 장경판전을 비롯해 해인사를 굽어보고 있다.

기획국장 원창 스님은 “해인사가 자리한 모습을 풍수지리에서는 배가 흘러가는 모습(행주형국)이라고 한다. 마애불은 키잡이(선장) 역할을 하는 곳에 자리해 돗대 역할을 하는 돗대바위와 함께 행주형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님들 가운데 정진하다가 막히면 마애불로 찾아와 기도를 올리기도 한다. 그러면 막혔던 일들이 원만히 성취됐다는 말을 여러번 들었다”고 귀띔했다.

한편, 해인사 주지 선해 스님은 “팔만대장경은 한국불교만의 문화재가 아니라 세계적인 인류의 기록문화 유산”이라며 “한 글자 한 글자씩 5200만자를 새긴 원력도 대단하지만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각(장경판전)은 햇빛과 바람의 흐름을 이용해 습도까지 조절하는 조상의 지혜가 오롯이 녹아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팔만대장경은 1000년 전 몽골 침입 등 국난의 어려움을 극복코자 조성됐다. 천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중생의 고(苦)에서 비롯된 혼돈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대장경축전은 이러한 혼돈의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안에서 마련됐다. 대장경축전의 목표는 우리 팔만대장경을 다시 보고 새롭게 연구해 대중에게 모범적인 미래를 제시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해인사 초입부터 경내까지 현대미술로 장엄
한편, 대장경축전은 2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월 10일까지 해인사 일원에서 계속된다.
대장경축전 기간 가야산 홍류동 계곡 6.3km의 소리길과 해인사 일대에 장엄한 현대 예술무대는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통(通)’을 주제로 한 2011년 첫 행사에 이어 ‘마음(心)’을 주제로 열리는 ‘해인아트프로젝트’에는 국내외 작가 30팀이 참여해 평면·입체·미디어·설치 등 현대 미술 70여 점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