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승가 구현해 위기의 불교 구하겠다”
제34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나선 보선 스님(기호 2번)이 ‘청정승가 구현으로 위기의 한국불교를 바로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보선 스님은 24일 오전 1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첫 종책설명회를 통해 현대인들의 고뇌를 보듬지 못하는 한국불교의 위기를 ‘수행종풍의 실종’에서 찾았다.
그는 7대 기조 8개 분야 종책과 세부과제의 첫 번째를 ‘수행종풍을 확립하고 청정교단을 수립하겠다’고 제시했다.
보선 스님 종책의 7대 기조는 △수행종풍 확립 △중앙과 교구의 협치(協治) △공명정대한 종무행정 △교육의 진흥과 인재양성 △사회변화에 부응하는 전법강화 △대승불교의 시대적 구현 △불교문화의 대중화 등이다.
또 종책과제 8개 분야는 △수행종풍 확립과 승가교육의 중흥 △종무행정조직의 체계화·내실화 △화합과 성장의 인사시스템 구축 △투명한 재정 운영과 여법한 재정 확충 △이웃과 사회에 자비 구현하는 전법교화 △종립학교와의 협력발전 강화 △대승불교정신 구현 위한 대사회 역량 강화 △온 국민이 함께 향유하는 민족문화 구현 등이다. 8개분야 종책과제에는 37개의 세부과제와 93개의 소과제를 두었다.
보선 스님은 ‘출가수행자 이미지’를 강조해 유력후보인 기호 1번 자승 스님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출가수행자로서 차별화를 기한 보선 스님이 내건 첫 번째 기조는 ‘수행종풍 확립’이었다. 절체절명에 빠진 종단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청정교단을 확립하고, 국민의 걱정을 사는 불교의 모습을 ‘공업’으로 보고 초발심의 마음으로 실추된 수행종풍을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보선 스님은 “총무원장 당선시 초발심을 잊지 않고 총무원의 숙소에서 머물면서 조계사에서 매일 새벽예불을 모시겠다”면서 “새해에는 제방의 사찰에서 정초 산림 기도를 7일간 드리고 가정과 종단 사회의 행복을 발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9대 총무원장 고산 스님이 취임한 후 불교회관 법당에서 예불을 올리고 종무원들의 수행과 검소한 생활을 주문한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또 중앙과 교구가 역할을 분담하는 ‘협치(協治)’의 제도화로 교구분권을 실현하고, 본말사에 분담금 외에 재정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전략으로 표심을 자극했다. 보선 스님이 밝힌 ‘협치’는 제왕적으로 군림하는 총무원장이 아닌 교구에 봉사하고 지원하는 총무원장이 되겠다는 것으로 자승 스님의 ‘교구중심제’와 인사권 이양이라는 주요메시지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분담금 부담을 줄이겠다는 메시지는 여느 종책보다 현실적인 메시지라는 지적이다. 다수의 교구본사 주지들이 불교광장에 합류한 상황을 타개하고 총무원과 교구본사가 새로운 동반관계를 맺자는 메시지로 읽힌다. 선거인단 선출에 영향력을 미치는 교구본사주지 스님들을 향한 메시지여서 이에 교구본사 주지들이 응답할 지가 관심이다. 하지만 종단의 산적한 주요종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마련 계획을 ‘화주’에 의존하는 인상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3번째 기조인 ‘공명정대한 종무행정’은 33대 집행부에서 비판받은 회전문 인사를 지양하고 이벤트성 행사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행정을 펴겠다는 의미여서 지난 집행부의 과실에 대한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보선 스님은 “종무행정은 일회성에 그치는 전시행정이어서는 안 된다”면서 “산업화·도시화·다문화·양극화·다종교 등 사회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종무행정 기구를 효율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또 “야합과 밀약에 의한 회전문 인사는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도덕성과 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종단을 위해 능력을 발휘하도록 인사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비구니 스님들을 향한 러브콜은 빠질 수 없는 종책이다. 보선 스님은 “비구니 스님의 역할 강화를 위해 포교와 복지 분야를 포함해 종무행정에 문을 열고 종단 내외의 위상이 제고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 비구니 특별교구도 제도권 내에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국장직을 공채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재가 전문종무원 양성하고 중장기 인사행정의 안정성을 위한 교단 인재데이터베이스 구축도 내세웠다. 총무원에 ‘모연전담기구’를 주겠다고 했다.
보선 스님은 이날 총무원장을 ‘종단 대표 화주승’으로 비유하고 공익법인 아름다운동행과는 별도로 종단과 승가의 유지와 보존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기구를 만들어 기업과 개인으로부터 사회공헌비용을 모금하는 일을 점담하고 자신이 대표적인 화주승으로 사찰 주지들의 책임과 부담을 덜겠다고 했다.
보선 스님은 “종단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총무원장이 분담금에 전적으로 의존해 자리만 지켜서는 안 된다”면서 “저는 종단의 화주승임을 자임하여 종단 살림살이가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불교의 대사회적 역할도 강조했다. 사회적 공동선 실현은 자승 스님이 33대 집행부 성과로 강조한 것이지만, 보선 스님은 ‘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아프다’는 유마거사의 말을 빌어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종단내 대사회기구의 내실화를 도모할 통일, 환경, 노동, 평화 등 대사회운동의 구심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혀 당선 시 기구 개편을 예고했다.

보선 스님은 이날 자신의 수계 의혹에 대해서도 질의응답을 통해 입장을 밝혔지만 언론을 통해 설명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보선 스님은 “언론에 밝혔듯이 저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우리 은사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승려로서 지켜야 할 것은 다 지키고, 수행정진을 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보선 스님의 이 같은 답에 종책발표회에 참석한 보선 스님을 지지하는 120여 스님들이 박수로 응답했다.
보선 스님은 이날 종책발표에 앞서 오전 10시 40분께 조계사 대웅전을 찾아 참배하고 불전에 종책자료집을 봉정했다.
이날 보선 스님의 종책발표는 ‘경륜’과 ‘수행’을 강조하면서 ‘안정’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접근했다는 평가다. 또 보선스님 선대위가 마련한 종책과제는 조계종단의 현안을 모두 골라 정리했지만, 보선 스님 자신이 세부 종책에 구체적인 안목을 지녔는 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자승 스님 측이 100쪽에 달하는 종책자료집 설명본을 만들어 종책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한 점과 비교하면 보선 스님 측 종책설명의 구체성은 가시적으로는 좀 떨어진다는 평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 보선스님 선대위가 세운 전략이 민심을 얻을 수는 있지만 실제 표심까지 흔들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유력후보인 자승 스님과 보선 스님 양측이 23일과 24일 종책설명회로 자신들의 이미지와 선거전략을 선보인 가운데, ‘수성(守成)’ 중인 자승 스님을 뒤쫓으면서 ‘탈환(奪還)’의 기치를 올린 보선 스님이 민심과 함께 표심까지 끌어올지 관심이다. 보선스님 선대위는 곧 터닝포인트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 양측은 선거인단 선출과 중앙선관위 주최 종책토론회 개최와 관련해 맞서고 있다.
한편 보선스님 선거대책위원회는 이날 선대위 조직구성을 공개했다. 공동선대위원장에는 영조(전 송광사 주지)·도후(전 신흥사 주지)·현봉(전 송광사 주지)·도일(율원)·법보(종회의원)·원택(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도문(석남사 주지, 비구니) 스님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상임고문단에는 법등·영배·장윤·현근·도진·법산·현진·성웅·성천·현문·현묵·일수·혜인·지준·운성·무상·여연·철웅·상덕(비구니) 스님 등이 포진했다.
공동집행위원장은 무애·혜림·태연·범해스님이, 전략기획실장은 장적 스님, 대변인은 장명·법인 스님, 홍보위원장은 금강·마가 스님이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