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갈등 화쟁으로 풀 100일 순례 떠난다.

조계종(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사회 갈등을 화쟁 정신으로 풀 100일 순례를 떠난다. 전국 곳곳에서 지역ㆍ진영ㆍ계층을 아우르는 야단법석을 펼쳐 남남갈등, 남북갈등 해소의 밑거름을 만들어 가겠다는 뜻에서다.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본부장 도법스님)와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 추진위원회’는 오는 20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선언식을 열고 100일 순례를 선포한다. 이어 3월 2일 제주 한라산 백록담에서 천고제를 열어 순례의 시작을 알린 후 전국을 거쳐 오는 6월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회향할 예정이다.
앞서 결사본부와 순례추진위는 1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종회분과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순례의 의의와 일정을 발표했다. 화쟁순례 공동추진위원장 도법스님은 “불교계가 내부 문제가 아닌 사회의 아픔을 내 것으로 보듬고 치유해보자고 나선 일은 거의 처음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얼핏 보면 한국사회를 위한 일 같지만, 정직하게는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화쟁순례는 그간 종단이 진행해 온 자성과쇄신결사의 사회적 실천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정전 60주년이었는데, 정전 상태에서 평화 상태로 나아가는데 불교인들이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며 “이제라도 불교인들이 구체적인 몸짓을 해보자는 뜻에서 화쟁순례를 기획하게 됐다”고 순례 의의를 밝혔다.
순례의 핵심 키워드로 ‘3.1정신’을 내세운 이유에 대해선 “3.1정신은 남북 지역 진영의 논리 넘어 온 민족이 함께할 수 있는 정신”이라며 “이 정신에 맞게 지혜와 뜻을 모아낸다면. 화쟁과 회통의 길을 열고 진실과 화해의 길을 열어가는데 가장 도움이 될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화쟁순례단은 3월 2일 천고제 이후 3월 3일 제주에서 첫 발을 내딛어 9일까지 약천사와 알뜨르비행장, 보우스님 순교지 등을 걷는다. 3월 10일부터 23일까지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고리원전, UN묘지, 한진중공업, 거제포로수용소, 천성산 원효터널, 진주의료원 등 갈등과 대립의 생채기가 남은 곳을 찾을 예정이다.
순례단은 매일 오전 6시30분 기상해 오전 9시 화엄생명평화 절 명상과 일정 공유로 일과를 시작한다. 이어 오전과 오후 걷기순례를 진행한 후 오후 5시 절 명상과 소감 나누기를 하고 대화모임 등의 프로그램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숙소는 지역에 따라 사찰과 교회, 성당, 주민회관 등을 이용할 예정이다.
주말에는 지역 주민들과 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생명평화행진 및 국민통합 문화제’도 연다. 주말 행사는 오후 2시부터 3~4km의 묵언 행진, 오후 4시 화해성찰의 메시지를 전할 위령제 봉행, 축하공연 및 주민참여 공연으로 꾸려진 국민통합문화제 등으로 진행된다.
누구나 순례에 직접 참여할 수 있고, 가정에서 순례단 플래카드를 내걸고 기원문을 봉독하거나 100일간 하루 1천원의 기금을 모금하는 방식으로도 동참할 수 있다.
이번 화쟁순례에는 종단 보조금 7천만 원을 포함해 총 1억3천여 만 원의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순례추진위 정웅기 집행위원장은 “지역 주말 문화제에는 각 500만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데, 이는 각 지역에서 확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지역별로 본사를 비롯한 사찰과 시민사회단체가 결합해 지역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쟁순례로 지역 현안에 대한 해법 제시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도법스님은 “100일간의 순례로 현장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순례는 불교인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각성하고, 세상의 문제를 화쟁과 회통의 방식으로 풀어가자는 화두를 던지는 일”이라며 불자들의 관심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