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1월부터 적용방침
과세 범위 넓고 기독교 특혜
원천징수 안 되면 개별 신고
상당 스님 ‘탈세자’ 내몰릴판정부가 내년 1월부터 종교인의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시행 내용에 대한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면서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데 이어 기독교 특혜 정책으로 일관해 그동안 종교인과세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했던 조계종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종교인과세를 위해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2015년 1월부터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소득’의 사례금으로 분류해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타소득이란 통상적으로 근로자가 정기적으로 받는 급여와 달리 복권당첨금 등 비정기적으로 받는 금품을 말한다. 그러나 기타소득은 과세최저점이 근로소득(3인 가족의 경우 171만원, 독신근로자는 111만 5000원)에 비해 현저히 낮아 매 건당 25만 원이 넘으면 과세 대상이 된다.
이럴 경우 동안거와 하안거 결제 이후 수행비 형식으로 수좌 스님들에게 제공되는 해제비와 법문비, 기도비 등도 모두 과세대상이 된다. 무소유를 지향하는 스님들에게 재가불자 혹은 사찰에서 스님들의 최소 생계비로 지급되는 불교전통의 대중공양마저 과세대상이 되는 셈이다.
기타소득 사례금에 대한 범위도 광범위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발표한 시행령에 따르면 종교인 과세에 해당하는 기타소득 사례금은 ‘종교관련 종사자가 종교예식이나 종교의식을 집행하거나 관장하는 등 종교관련 종사자로서의 활동과 관련해 그가 소속된 종교단체 등으로부터 받는 금품’을 포함한다.
그러나 종교관련 종사자에 대한 규정이 애매해 스님 뿐 아니라 사찰에서 활동하는 일반 포교사도 25만 원 이상의 경비를 받게 되면 기타소득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또 사찰에서 수탁 받아 운영하는 복지관의 경우에도 혼선이 불가피하다. 불교계가 수탁 운영하는 복지관에도 많은 스님들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복지관에 근무하는 스님들은 직원들과 동등하게 급여를 ‘근로소득’으로 분류해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들 스님들의 급여는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별도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과세 신고에도 큰 혼선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스님의 기타소득에 대한 신고를 소속사찰이나 개인이 직접 하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했다. 즉 스님이 종교행위를 통해 보시금을 받을 경우 해당 사찰이 원천징수를 통해 세금을 납부하거나, 사찰이 이를 못하면 스님 개인이 직접 세금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사찰이 1~2명의 종무원에게 사찰행정을 맡기고 있는 상황에서 스님들의 보시금을 일일이 원천징수해 세무신고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세무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럴 경우 스님들이 직접 자신의 세금에 대해 신고해야 할 의무를 질 수밖에 없다.
조계종에서 세무회계 자문을 맡고 있는 A 세무사는 “세무관계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사찰종무원이 스님들의 보시금을 알아서 원천징수하기는 어려울뿐더러 스님들에게 개별적으로 신고의무를 갖게 한다는 것은 더욱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며 “자칫 세금신고가 누락될 경우 상당수 스님들이 탈세자로 내몰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A 세무사에 따르면 일반 직장인들의 경우 근로소득에 대해 세금을 소속 근무지에서 매월 원천징수를 하고 연말에 정산하는 예납적 원천징수와 일회성으로 발생하는 금품에 대해서는 미리 세금을 징수하는 완납적 원천징수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돈을 받은 사람이 직접 세금을 신고하는 의무를 갖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유독 스님들에게 개별적으로 세금신고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게 이 세무사의 설명이다.
정부의 과세 정책은 종교간 형평성에도 크게 어긋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는 종교인 과세에서 소득공제 혜택을 4인 가족의 기준으로 기본공제를 하고 자녀장려금, 근로장려금도 소득공제에 포함토록 했다. 그러나 이는 가족을 구성하고 있는 개신교 목사들에게만 혜택이 부여될 뿐 독신출가를 기본으로 하는 스님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조계종 총무원은 “정부의 종교인 과세 방침은 불교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데다 종교간 형평성을 배제한 것”이라며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종교인 과세 방침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중앙종무기관을 비롯해 복지시설, 교육시설 등에 종사하는 스님들에 대해서는 근로소득을 납부할 계획이다.
한편 종교인 과세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국회기획재정위 산하 조세소위원회는 2월26일 종교인들을 초청해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져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기독교를 우선에 두고 있어 조계종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획실 관계자는 “조세소위가 밝힌 간담회 참석자를 보면 개신교 목사가 8명인 반면 스님은 단 1명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논의를 진행하면 개신교 배려를 위한 조세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조계종은 이날 간담회 자체를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보신문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