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회] "슬픔 나눠 깨달음의 등불 올립니다"
등록일 : 2014-04-27 동영상 
26일 연등회 연등법회…1만여 명 세월호 애도 “나무석가모니불”



“우리는 지금 너무나도 큰 아픔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한없이 여리고 애꿎은 생명들이 어둠에 갇혀 온 국민의 가슴과 나라를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아픔과 두려움 앞에서 하나하나의 소중한 생명이 밝은 광명으로 나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불기2558(2014)년 부처님오신날 연등회 연등법회가 26일 오후 5시 서울 동국대학교 운동장에서 봉행됐다. 올해 연등법회는 국민의 슬픔을 나누고 희망을 함께 모으는 연등회로 세월호 희생자의 왕생극락과 실종자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봉축위원장 자승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세월호 참사에 불자들도 지혜의 등불을 켜고 자비를 베풀어 국민과 아픔을 나누겠다고 했다.




자승 스님 “지혜 등불 밝혀 앞으로 나가는 슬기 필요”


자승 스님은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지혜의 등불을 함께 밝혀 모두가 화합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슬기로움이 필요하다.”며 “행복을 나누면 배가 되고 아픔을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고 했다.

이어 “이 길은 자비를 베풀고 고통을 나누는 길이다. 조금 더디더라도 같이 나아가는 길이며, 함께 나누는 길이며, 생명이 소중한 정토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함께 나누는 이 길은 감춰져 있던 것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 앞에 열려 있던 길이다.”며 “누군가 마음을 내어 걷기 시작하기만 한다면 금세 수많은 손길과 발길로 가득 차는 길이다. 연등 불빛 밝게 비추는 그 길을 향해 다 같이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자”고 했다.



도산 스님(태고종 총무원장)은 기원문에서 “우리들은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으로 인하여 너와 나, 좋다 싫다, 남과 북으로 나누며 대립과 갈등으로 스스로를 고통 속에 밀어 넣고 있다.”며 “다함께 어우러지는 연기와 상생의 도리를 알지 못하고 갈등하고 편 가르며, 시기 질투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 어리석고 미혹한 중생심에 슬픔이 가슴깊이 매여 온다.”고 말했다.

이어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큰 뜻을 되새겨 만 중생들이 본래 행복하고 평화로운 자리를 찾기를, 스스로를 옥죄는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기를, 내 안의 모든 갈등과 번뇌가 잠들어 평화롭기를, 너와 나의 벽을 허물고 하나 되는 아름다움을 누리기를, 이념과 종족, 지역과 남녀의 차별을 넘어 함께 어우러지기를 서원한다”고 말했다. 

춘광 스님 “세월호 침몰 부끄러운 마음 돌이키게 해”


춘광 스님(천태종 총무원장)도 기원문에서 “세월호 여객선 침몰은 슬픔과 비통함, 분노를 넘어 저희들의 부끄러운 마음을 돌이켜 눈물짓게 한다.”며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세상, 경쟁과 이기심으로 이웃을 아프게 하는 세상 나만 잘살면 된다는 무지함 때문에 고통의 세상을 만든 죄 참회한다.”고 했다.

이어 “저 차가운 바다 속에서 어린 생명들이 엄마를 부르며 불쌍하게 죽게 만든 어른들의 이기심과 무관심을 간절히 간절히 참회한다.“면서 ”중생이 행복해야 내가 성불할 수 있다는 보살과 같이 고통 받는 지옥중생을 한 사람도 남김없이 구제하겠다는 보살과 같이 오늘 동체대비의 마음으로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했다. 

회정 정사 “지혜·자비 등불로 서로 위로 격려하자”


회정 정사(진각종 통리원장)는 “나와 더불어 존재하는 만물 만생명의 은혜를 생각하며 살고, 속도와 경쟁의 숨 가쁜 삶속에서 나를 성찰하는 시간을 항상 갖겠다.”며 “이웃의 아픔, 우리사회 고착화된 갈등, 남과 북의 다툼이 해소될 수 있는 작은 밑거름이 되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발원했다.

또 “여객선 세월호 사건으로 모두가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가득한 이때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의 등불을 밝혀 서로가 위로하고 격려하며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도록 저희 불자들이 앞장서겠다.”며 “나누고 봉사하는 불자가 되어 모든 이들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쉼 없이 정진해 나갈 것”을 서원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 연등법회는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천수경> 독경과 실종자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축원의식, ‘석가모니불 정근’으로 시작했다. 봉축위원회 대표자들과 해외에서 방문한 외국인 스님들이 잇따라 관불의식에 동참했다.

동국대운동장 주 출입구에는 세월호 피해지원 모금함을 설치했다. ‘아무것도 못하는 우리가 미안해’라고 쓰인 투명 모금함에 자승 스님을 비롯한 종단협 대표 스님과 불자들의 보시가 잇따랐다.

진도 해상에서 11일째 실종자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연등법회에 참석하는 불자들은 발걸음은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



해마다 화려한 장엄물과 연희단을 구성해 연등회를 빛낸 한마음선원 불자들과 선학원은 단체로 불참했다. 영화사, 성심사, 석불사, 약사사, 법안정사 부부불자회, 도봉구사원연합회 등도 불참하거나 참가 인원을 줄였다.



 


‘어울림마당 연등법회’ 참가 인원 크게 줄어


봉축위는 연등법회에 2만 여명, 제등행렬에는 5만 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연등법회에는 예상의 절반 가량 모였다.

연등법회 특설법단에 배치된 의자도 군데군데 비었고 내빈석은 3분의 2만 채웠다. 봉축위는 동국대운동장 스탠드에 자리했던 참가 사찰의 인원을 단상 아래 의자에 재배치하기도 했다.

예년이면 부처님오신날을 찬탄하며 불자들의 웃음소리로 메워졌던 연등법회는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천수경>독경과 정근 소리만 조용히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