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비구·비구니의 차별 없이 승랍 20년 이상인 스님에게 모두 총무원장 선거권을 부여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5월21일 종단 홈페이지를 통해 총무원장 선거인단 구성을 대폭 확대하는 ‘종헌 및 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이를 입법예고했다. 총무원은 입법예고를 통해 종도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6월25일 열리는 제198차 임시중앙종회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무원이 입법예고한 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총무원장 선거인단을 중앙종회의원과 법계 대덕․혜덕(승랍 20년 이상의 비구․비구니) 이상의 스님으로 확대했다. 이는 중앙종회의원 81명과 24개 교구에서 각각 10명씩 선출하는 선거인단 등 총 321명이 선거인단으로 구성되던 기존 방식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이다.
총무원에 따르면 2014년 5월 현재 조계종 스님 가운데 대덕 이상의 비구 스님은 3052명, 혜덕 이상의 비구니 스님은 3117명으로 총 6169명이 선거권을 가질 수 있다. 이는 1만여 명의 조계종 스님 가운데 60% 이상이 총무원장 선거권을 갖는 것으로 종도들의 참종권 확대와 금권선거 등 선거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또 논란이 됐던 말사 주지의 선거운동에 대해 가능토록 했다. 선거법 개정안 따르면 제41조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에서 말사 주지는 교역직 종무원에서 배제했다. 총무원장 선거에 나설 수 있는 피선거권도 확대했다. 당초 피선거권은 중앙종회의장과 호계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을 역임하거나 교구본사 주지 4년 이상, 중앙종무기관 부실장급 2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자에서 법규위원장과 중앙선관위장, 소청심사위원장을 역임한 자도 가능케 했다.
무엇보다 이번 개정안은 비구․비구니 스님 모두 동등하게 선거권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그동안 비구니 스님들에게 부여되는 총무원장 선거권은 극히 미미했다. 비구니 중앙종회의원 10명과 각 교구에서 선발되는 선거인단 1~2명이 고작이었다. 이런 까닭에 비구니 스님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총무원은 이 같은 반발을 고려해 지난 4월16일 선거법개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제시했던 준직선제 방안을 대폭 수정했다. 이날 총무부장 종훈 스님은 “대덕 이상의 비구 스님과 비구 스님의 25%에 해당되는 비구니를 총무원장 선거인단으로 구성하는 준직선제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자 비구니 중앙종회의원 일운 스님은 “현재 총무원에서 제시한 준직선제 방안은 비구니 차별을 부추긴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선거법개정안이 중앙종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비구니 스님의 호계위원 참여를 가능케 하는 종헌개정안을 부결시켰던 중앙종회가 이를 수용할 지가 변수다. 뿐만 아니라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중앙종회의원들이 선거인단을 확대하는 방안에 찬성할 지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 총무원 관계자는 “종단의 지속적인 발전과 종도들의 참여 확대를 위해 총무원장 선거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며 “지난 4월 공청회에서도 중앙종회 최대 종책모임인 불교광장과 삼화도량도 개정안에 동의의사를 밝혔던 만큼 중앙종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실제 총무원은 5월26일 법주사에서 예정된 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 참석해 선거법개정안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6월 임시종회에 앞서 원로의원과 중앙종회의장단, 비구니 스님 등을 초청해 간담회를 마련하고 선거법개정안에 대한 취지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총무원은 5월21일부터 6월9일까지 종헌 및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종도들의 의견을 우편과 이메일을 통해 수렴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개정안을 보완, 6월25일 중앙종회에 발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