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연금’, 역시 ‘空約’…승려노후복지 후퇴
등록일 : 2014-10-22 동영상 
국민연금 등 일부 지원…승려노후복지시설 건립은 교구가

조계종 총무원이 승려노후복지의 핵심사업인 ‘수행연금 지급’ 포기를 선언했다. 재정 부담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33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자승 스님이 내세운 대표적 공약(公約)인 ‘노령연금’ 지급이 34대 집행부에서 ‘공약(空約)’이었음을 확인시켜 줘 뒷맛이 씁쓸하다.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13일 홈페이지를 통해 <승려복지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어 21일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서 <승려복지법> 개정안을 보고했다.  총무원은 개정 취지를 “2011년 승려복지법을 제정하여 무소득·무소임의 65세 이상 승려의 수행연금 및 의료비 등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지원대상·방법 등이 복잡하고 종단과 교구의 종무 현실에 부합되지 못하여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또 “종단의 승가공동체 구현 및 승려의 안정적인 수행생활을 위해서는 기초 보건복지 확대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고 “이에 2015년부터 승려복지의 지원대상 및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현실화하기 위하여 기존의 승려복지법을 개정 시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총무원은 결계신고를 마친 65세 이상 무소임·무소득 승려 전원을 대상으로 수행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포기하고 의료비와 국민연금 일부액을 지원하는 쪽으로 승려노후복지 종책의 전환을 예고했다.

예산 부족하다지만 안정된 수행생활 보장 취지 빼서야

승려복지법의 핵심인 ‘수행연금’을 포기한 것은 지원대상과 방법이 복잡하고 종무현실에 부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총무원은 밝히지만 한 마디로 돈이 없어 수행연금을 지급하기 어렵다는 것이어서, 결국 예산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데도 현실성 없는 종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실현 가능성이 없음이 확인 되자 슬그머니 법 개정을 통해 종책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평가된다.

수행연금은 33대 총무원장 선거 당시 자승 스님이 내건 핵심 공약이다. 당시 자승 스님은 “승려노후복지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중차대한 과제이며, 우선 승려노후복지 사업을 노령연금 지급과 의료 지원, 주거시설 확보, 회향시설 마련이라는 4대 과제를 세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33대 총무원장 후보자의 핵심공약을 재임하고 1년이 다되어서야 슬그머니 종책을 바꿔버리는 셈이어서 눈총이 따갑다.

더욱이 총무원은 승려복지법 일부 개정안에서 승려노후복지의 기본 이념인 ‘노후의 안정된 수행 생활 보장’을 삭제했다. 승려복지법의 기본 목적조차 포기한 셈이다. 현행 <승려복지법>은 “조계종 승려가 수행과 포교에 전념할 수 있도록 노후 생활 안정과 복리증진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수행과 포교를 통해 불교와 종단의 발전에 기여해 온 자로서 존경받으며 노후의 안정된 수행 생활을 보장받는다”는 게 기본이념이었지만, 개정안에서는 목적 크게 변경되고 기본이념은 삭제됐다.

또 종단과 종도 모두가 승려복지제도 유지와 발전에 노력하도록 한 현행법을 “종단과 교구, 승려와 신도는 수행 풍토 조성과 승가공동체 확립을 위해 승려복지제도가 유지 발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냈다. 또 승려복지의 책임을 종단과 교구 본·말사에서 ‘종단과 교구’로 변경했고, 수혜대상을 종단 등록사찰에 거주하는 승려를 우선해 시행한다고 바꾸는 안을 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총무원에 설치된 ‘승려복지회’는 더 이상 수행연금과 관련한 사업을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

승려복지 재정 등 종단과 교구 반반 부담

현행 승려복지법은 승려복지의 재정을 총무원과 교구 본말사 부담금 및 목적 분담금, 출연금, 자기부담금, 기부금, 희사금, 차입금 기타수익금으로 충당하도록 했지만, 개정안은 종단과 교구 부담금, 기부금, 수익금으로 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특히 말사에 승려복지 분담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해 앞으로 말사 분담금 상승이 예상된다. 이 같은 개정안은 증세 없이는 복지도 없다는 것을 의미해 승려노후복지를 위한 재정에 대한 말사 부담이 단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또 승려복지비용과 입원진료비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 승려의 노인장기요양 시설급여, 국민건강보험료 등을 일부 지원하고 비용은 종단과 교구가 부담하도록 했다. 지원범위 방법 절차 부담비율은 총무원장이 정하는 종령으로 규정하도록 했다.

또 개정안은 종단이 직접 ‘승려노후복지시설’을 건립하지 않아도 되며, 교구도 강제사항이었던 승려노후복지시설 건립에 대해 선택권을 갖도록 했다. 현행법은 “종단 또는 교구본사는 승려의 노후 거주를 위해 승려노후복지시설을 건립”해야 했지만, 개정안은 “교구는 교구 재적승의 주거안정을 위해 노후복지시설을 건립·운영할 수 있다”로 바꿨다.

개정안은 입원진료비 및 장기요양급여비는 2015년 1월 1일부터, 국민건강보험료는 2015년 4월 1일부터, 국민연급보험료 지원은 2017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부칙을 담았다.

이 개정안 대로면 약 8,100여명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순차적으로 지원받게 된다. 시행 첫해 대상자의 30%에게 매월 3만 6,000원 정도를 지원하면 모두 8,748만 원이 필요하고 연간 필요액은 17억 1,000만 원 정도이다. 이를 연차적으로 확대해 전체 승려에게 지급하게 되면 약 35억 원이 소요된다. 이를 종단과 교구가 반반 씩 부담할 때 필요한 종단 예산은 약 17억 5,000만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매월 3만 6,000원 씩 국민연금보험료를 내면 40년 뒤에 40만 원 정도를 받을 것으로 종단은 예상하고 있다. 물론 국민연금보험료가 오르지 않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국민연금 외에도 입원비와 장기요양비, 건강보험 지원비와 사무국 운영비 등을 따지면 승려복지에 매년 5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종단은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승려복지특별회계는 25억 8,000만원 이었고, 올해는 1억 원 가량을 증액해 26억 8,000만 원 정도를 편성해 21일 교구본사주지회의에 보고했다. 총무원은 승려복지 관련 예산 등 2015년도 중앙종무기관 예산안과 관련해 본사주지회의 의견을 청취하고 종무회의를 거쳐 11월 11일 열릴 16대 중앙종회 개원종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총무원은 승려복지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수행연금지급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재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승보공양 운동까지 의욕적으로 펼쳤지만 호응은 크지 않았다. 결국 승려복지법이 제정된 지 4년 만에 수행연금을 포기하고, 의료비 지원과 국민연금 검강보험료 일부 지원으로 방향을 크게 선회했고, 그나마 비용도 교구와 부담하기로 하면서 종단의 승려복지사업은 크게 후퇴했다는 평가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성 있는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종단 현실을 면밀히 분석하지 않고 법부터 만들어 시행을 연기하다가 빚어진 결과여서 종도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