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대 이사장 정련 스님이 제18대 총장 선거와 관련한 안건 상정 여부를 놓고 이사들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자 돌연 폐회를 선언했다. 이와 함께 법인 사무국에 이날 논쟁의 대상이 된 총장 단독후보 적법성 여부에 대해 교과부에 질의를 지시했다.
동국대 이사회(이사장 정련 스님)는 12월16일 동국대 로터스홀에서 제287회 이사회를 열고, 제18대 총장 선출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13명 재적 이사 가운데 총장 김희옥 이사를 제외한 12명이 참석했다.
오전 10시 개회된 이사회는 ‘제18대 총장 선출의 건’ 상정 여부를 놓고 “상정을 보류해야 한다”는 측과 “이번 이사회에서 신임총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이날 회의는 이사들간의 치열한 공방으로 오전 12시 점심공양을 이유로 잠시 정회의 시간을 갖기도 했지만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폐회됐다.
이사 영담 스님은 “총장 선출의 건 보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스님은 “동국대 총장 선출과 관련한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느냐”며 “현 총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종단 수뇌부가 면전에서 그동안 수고하셨다고 하는데 어떤 재가자가 뜻을 굽히지 않을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모두 확인해 어떤 분이 새 총장이 되더라도 임기를 시작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며 “오늘 이사회에는 총장 후보 세분이 나와 정견을 발표하고 이사회에서 가장 훌륭한 분을 추대해야 한다. 하지만 총무원이 무리하게 학교경영에까지 개입해 원칙을 무너뜨렸고, 이사회 권한마저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사 성타 스님은 “총장 선출은 이사회 고유권한”이라며 상정을 촉구했다. 스님은 “이미 총추위를 통해 3명의 후보가 추천됐고, 이사회를 앞두고 후보들이 자발적으로 사퇴한 만큼 신임 총장 선출을 미룰 이유가 없다”며 “논의에 논의를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만큼 다수결을 통해 상정 여부를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이사 호성 스님도 “다수의 의견이 투표를 통해 상정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라며 “2명의 후보자가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번 이사회에서 신임 총장을 선출하지 않는다면 사퇴를 결심한 두 부분에 대한 결례”라면서 의안 상정을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명신, 삼보, 심경 스님을 비롯한 안채란 이사 등도 의안 상정에 동의했다.
그러나 최대식 감사는 후보자 사퇴 등의 과정에서 이뤄진 외압 등을 지적하며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 감사는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동국대 구성원 모두가 새 총장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후보사퇴 과정 등 절차상 정당성에는 이의가 제기될 수 있고 관리감독관청인 교과부에서 어떻게 판단할지도 의문”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연택 이사도 “사립학교법과 정관에 따르면 신임총장은 총추위에서 추천된 후보들 가운데 이사회가 선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총장후보 2명의 사퇴로 사실상 안건이 상정되면 보광 스님의 선출 여부의 가부를 묻는 것”이라며 “교과부가 이를 문제 삼아 승인을 거부하면 신임총장에 대한 결례일 뿐 아니라 동국대의 명예도 추락된다. 교과부에 관련 내용을 질의해 문제가 없다면 이후 진행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이사장 정련 스님은 “위법성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안건을 상정해 다루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교과부에 관련 내용을 질의해 12월26일 또는 27일 이사회를 개최해 관련 내용을 다루겠다”고 말한 후 폐회를 결정했다.
한편 정련 스님은 이날 회의에서 12월11일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한 종회의장 성문, 교육원장 현응 스님 등과 만났을 당시를 설명하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스님은 “이사회를 불과 며칠 앞둔 상황에서 총무원장 스님과의 오찬이라 김희옥 총장의 재임을 축하하는 자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반대의 상황으로 진행돼 적잖이 당황했다”며 “총무원과 많은 부분에서 대소사를 공유해 왔고, 김 총장의 재임에 대해서도 이미 교감이 있던 상태였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다른 분이 내정된 상태라면 이미 연락을 했어야 했다. 많은 곳의 부름을 받았지만 모교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분”이라며 “이런 내용들이 언론에 보도되고 이로 인해 그 분의 명예에 상처를 주었다는 게 황망하고 죄송하다. 결론적으로 절차가 매끄럽지 못한 것은 모두 내가 부덕하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