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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인사 전경. | 차기 방장 선출을 20일여 앞둔 해인총림이 상대 후보측에 대한 비방과 폭로전으로 산중 갈등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 양상은 방장 선출 후까지 파장이 이어질 수밖에 없어 반목이 심화되고 총림화합이 어려워지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해인사는 각각 서당 대원스님(원로의원)과 유나 원각스님(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을 차기 방장으로 추대하려는 측으로 나뉘어 지지세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포문을 먼저 연 것은 원각스님측 본명, 효담, 혜광, 제정, 도현, 본오, 법연스님이다. 차기 방장직에 대한 사전 약속으로 야합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대해 의혹의 중심에 있는 선각스님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는 글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여법하게 산중의 최고 어른을 모셔야할 산중총회를 앞두고 해인총림에서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방장 놓고 사전 약속…선각스님이 방장노릇"
본명, 효담스님 등 7명의 스님들은 16일 '선각스님은 해인사를 어디까지, 언제까지 파괴하려는가?'라는 글을 소속 말사와 스님들에게 긴급 발송했다. 문제를 제기한 스님 중에는 해인사 중앙종회의원 2명도 포함돼 있다.
전 주지 선각스님(선원장)의 주도로 방장후보자로 거론됐던 대원스님, 세민스님, 원각스님 등 3명의 스님이 차례로 방장을 맡자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 발표문에 따르면, 전 주지 선각스님(선원장)이 3명의 스님을 순서대로 각각 6년, 7년, 10년 임기의 차기 방장으로 한다는 내용의 문건을 들고 서명을 받았다.
본명스님 등은 "대중들의 뜻과는 무관하게 차기 해인사 방장은 이미 선각스님의 뜻에 의해 조정 되어버린 형국이 되었다. 차기 뿐만 아니라 차차기, 차차차기 방장까지 선각스님이 이미 순서를 정해 지명해 놓았다. 임기까지 아주 적당히 조정해 놓았다"며 분개했다.
화살은 선각스님을 향했다. "선각스님은 입적하신 방장스님 재임 18년 동안(1996 ~ 2014년) 방장비서실장으로서 연로하신 방장스님을 앞세우고 사실상 많은 권한을 행사했다. 그 과정에서 해인사는 납골사업 본산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고, 해인사 진입로의 대규모 토지가 불필요하게 매각되고 해인사의 수행가풍은 빛을 잃었다. 해인사는 원융살림은 깨어지고 소위 ‘독살이’ 사찰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선각스님은 지난 18년의 권한행사에 그치지 않고, 또 다시 차기 방장들을 자신의 의지대로 사전 조정한 문서를 품에 넣고 종신토록 사실상 방장 노릇을 하려고 하고 있다"며 "선각스님의 어처구니 없는 착각과 만용에 대해 엄중히 꾸짖으면서 규탄한다"고 밝혔다.
선각스님 "혜암-법전스님도 양보·중재로 방장 정했다"
7명의 스님의 '사전 약속' 주장에 대해 선각스님은 사실상 시인했다. 그러나 과거에도 총림내 어른들간 양보와 중재가 있었다는 점을 들어 가풍이라고 언급하고, 오히려 부당한 선동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선각스님은 17일 발표한 글을 통해 "해인총림의 역사에 이러한 사례는 많았다. 93년에도 어른스님들의 과감한 양보와 중재로 해인사는 내홍을 겪지 않고 방장을 추대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당시 성철스님 열반 후 일타스님의 "연장자가 먼저 방장을 하도록 하자"는 제안에 따라 승납이 많았던 법전스님이 세납이 많은 스님에게 양보해 먼저 혜암 대종사가 방장에 올랐다는 것이다.
선각스님은 "이러한 선례와 동당 세민스님의 양보와 중재 요청에 따라 일을 진행하고 스님들과 약속한 비밀을 엄수 하였을 뿐"이라며 "저를 비난하는 스님들은 이러한 전후의 사정은 무시하고 말허리를 잘라 오로지 저에 대한 부당한 선동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7명의 스님에 대해 "해인사정상화추진위원으로 활동하며 끊임없이 비난해 온 스님들"이라고 제기했다.
납골사업과 관련해서도 선각스님은 "이미 오래전 여러 어른스님들께서 구상 하셨던 것이며, 2005년 당시 주지스님과 협의 하고 임회등의 승인을 얻어 시행한 사업임을 저들 역시 이미 잘 알고 있던 일"이라며 "그들은 수년간 계속 종단 및 검찰 그리고 각종 언론에 저에 대한 여러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고발 고소하였으나 모두 2013년에 이르러 무혐의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양측의 입장문은 방장선출을 20일여 앞둔 시점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해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산중총회가 다가오면 이보다 강한 인신공격성 폭로가 이어질 것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이로 인해 산중어른을 모시기 위한 산중총회가 산중 화합을 깨고 대중간 반목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한편, <산중총회법>은 산중총회와 관련해 이익을 제공하거나 약속한 행위에 대해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본사주지 선출과정으로 명시하고 있다. 방장 선출과정에 대한 행위제한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