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0여 비구니 대중들이 전국비구니회 집행부를 불신임하기로 결의했다.
열린비구니모임은 3월16일 서울 일원동 전국비구니회관(법룡사) 입구에서 ‘전국비구니회 정상화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전국비구니회장 불신임과 운영위원회 및 운영위원장 불인정, 비구니 종회의원 선출 무효 등을 결의했다. 비구니 대중들이 결의대회를 열어 현직 전국비구니회장 등을 불신임한 것은 현대불교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전 전국비구니회장 명성 스님(운문사 회주)과 전국비구니회 전신인 ‘우담바라회’의 창립을 주도했던 보문종 종정 대인 스님을 비롯해 재희‧자광‧법일‧일법‧상화‧재운 스님 등 비구니계 원로 스님들과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비구니 스님 600여명이 동참했다.
학인에서부터 원로 스님에 이르기까지 600여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결의대회에 동참했다는 점은 비구니 스님들의 여론이 열린비구니모임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후 2시 20분 삼귀의와 반야심경봉독을 시작으로 열린 결의대회는 시종일관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 결의대회는 전국비구니회 집행부 측이 대법당 사용을 불허하면서 물리적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열린비구니모임 측이 대회장소를 전국비구니회관 입구 주차장으로 변경하고, 결의대회 내내 전국비구니회 집행부 측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행사장 주변에는 전국비구니회 집행부 측의 요청으로 경찰 1개 중대가 대기했다.
결의대회에서는 전국비구니회 집행부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날 결의대회 대회장으로 추대된 장수 팔성사 주지 법륜 스님은 “제10대 전국비구니회 집행부가 출범한지 4년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과연 한 일이 무엇이냐”며 “그들이 한 일이라고는 적법치 못하게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제16대 비구니종회의원을 비합법적으로 선출한 것이 전부”라고 비판했다.
스님은 이어 “우리는 이제 전국비구니회를 정상화시키고 청정성을 회복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자리에 모였다”며 “반드시 결의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전국비구니회를 바로 세우고, 청정승가의 위상을 회복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전국비구니회장 명성 스님은 집행부가 대회장소를 불허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명성 스님은 “전국비구니회관은 많은 비구니 스님들의 십시일반으로 건립한 법당”이라며 “그럼에도 집행부가 법당 사용을 막은 것은 몹시 화가 나고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어 “그렇지만 ‘용서를 나의 수행으로 삼고, 칭찬을 나의 기도로 삼으라’는 말이 있듯 저들의 잘못도 우리가 포용해야 한다”며 “이번 결의대회를 통해 전국비구니회가 대중들과 소통하는 등 새롭게 변화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비구니계의 최고 어른으로 존경 받는 명성 스님의 지지 발언으로 결의대회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참석 대중들은 결의대회 준비위원회가 사전 논의를 통해 상정한 5개 결의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참석대중들은 △전국비구니회장 불신임의 건 △운영위원회 불인정의 건 △운영위원장 불인정의 건 △비구니 종회의원 추천 무효의 건 △전국비구니회 회칙 개정의 건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특히 참석대중들은 회칙개정과 관련해 비구니 종회의원의 연령 및 재임 제한 규정을 삭제했다. 또 운영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당연직 위원과 각 지회 운영위원으로 구성하기로 해 운영위원 선출 규정을 명확히 했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5개 결의내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참석대중들은 ‘비상대책위원회 및 위원 선출의 건’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비상대책위원장으로는 열린비구니모임 공동대표로 활동했던 임대 스님을 추대했으며, 위원에는 전국 14개 지역 결의대회 준비위원장과 추진위원장을 선출했다. 6개 안건을 만장일치로 가결한 참석 대중은 오후 3시40분경 사홍서원을 끝으로 결의대회를 마무리 지었다.
한편 비대위는 결의대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결의대회는 600여명의 스님들이 동참했다는 점에서 임시총회에 준하는 성격을 갖는다”며 “따라서 결의 내용은 그대로 법적 효력을 갖는다. 다만 결의내용을 바로 실행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추후 비대위 차원에서 충분히 논의한 뒤 결의내용을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