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대학 교수 보광 스님이 동국대 제18대 총장으로 선출됐다. 지관 스님 이후 25년만에 스님총장이다.
학교법인 동국대(이사장 일면 스님)는 5월2일 은석초등학교에서 290회 이사회를 열고 신임총장으로 보광 스님을 선임했다. 이날 이사회는 총장후보의 정견 발표 뒤 무기명 비밀투표를 거쳐 찬성 7표 기권 1표로 보광 스님을 총장에 선출했다. 총장 임기는 2019년 2월28일까지 4년이며, 선출 직후 총장 임기가 시작된다.
학교법인, 5월2일 290회 이사회서
무기명 비밀투표 찬성7표 기권1표
지관 스님 이후 25년만에 스님총장
보광 스님 “일심동행 철학으로 운영”
동국대가 보광 스님을 총장으로 선출하면서 1990년 지관 스님 이후 25년만에 두 번째 스님총장을 맞이했다. 보광 스님은 1975년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동국대 대학원에서 불교학 석사학위, 1985년 일본 교토불교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스님은 정토학 등 끊임없는 불교학 연구로 관련 연구분야와 학계에 전문가로 평가 받았다. ‘선의 나침반’으로 평가받는 일본 조동종 개산조 도겐 스님이 700년 전에 쓴 ‘정법안장’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원력을 세워 아직도 진행 중이다. 보광 스님은 1993년 1학기부터 ‘정법안장’을 대학원 석박사 과정 교재로 택한 뒤 번역과 주석을 토대로 강의하며 총 95권으로 된 ‘정법안장’ 완역 중에 있다. 꼭 6년이 걸려 ‘역주 정법안장 강의’ 두 권을 출간했다.
보광 스님 저서로는 ‘용성선사상연구’ ‘정토교개론’ ‘신라정토사상의 연구’ ‘신앙결사연구’ ‘정토삼부경’ ‘역주 정법안장 강의’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연수문하의 고려수학승에 관하여’ ‘래영원본의 유심안락도에 관하여’ ‘염불의 실천방법에 관한 연구’ 등 150여편이 있다.
학자로서 연구는 물론 보광 스님은 동국대에서도 주요 보직을 거치며 두루 행정 경험을 쌓았다. 동국대 정각원장, 대외협력처장, 불교대학장, 불교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1996년부터 90주년 기념사업 본부장, 100주년 기념사업본부장, 대외협력처장 등을 8년간 역임하면서 학교발전기금 610여억원을 조성했다. 현재 동국대 불교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정토사 주지, 대각사상연구원장, 한국정토학회 명예회장,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등의 소임을 맡고 있다.
보광 스님은 이사회 뒤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일심동행(一心同行)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동국대가 ‘대학다운 대학’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며 “109년의 역사와 전통 위에서 다시 새로운 100년의 도약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힘을 모아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스님은 논문표절의혹에 대해서는 절차 보장과 충분한 소명기회가 부여되는 연구윤리규정의 재정비를 약속했다. 스님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편파적이고 졸속적인 판정이 원인”이라며 “하지만 이유여하 막론하고 제 불찰로 빚어진 의혹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이사장 일면 스님을 비롯해 삼보, 심경, 명신, 성타, 미산 스님과 김선근, 안채란 이사 등 재적이사 10명 가운데 8명이 참석했다. 영담 스님과 이연택 이사는 불참했다. 이사회는 정관변경안, 임원 해임안, 총장선임안, 교원징계의결요구안, 임원(감사)선임안, 법인 각종 위원회 위원 해촉 및 위촉안, 2015년도 의료장비 등 시설대여 리스승인안, 정관시행세칙 변경안 등을 논의했다.
이사정수 2/3인 9명의 이사가 참석하지 않아 정관변경은 상정하지 못했고, 임원 해임안도 이월했다. 교원징계도 진행 중인 재심의가 끝난 뒤 논의하기로 하고 차기 이사회로 넘겼다. 정만 스님 사임으로 공석이던 감사에는 함결 스님이 선출됐다. 의료, 교육, 교원징계, 직원징계, 직원재심의 등 각종 위원회에서 이사장 일면 스님을 해촉하고 이사들로 위촉했다. 또 대학 계약직원은 총장이 임면하는 정관 시행세칙을 ‘대학이나 부속병원 계약직 법사는 총장 재청으로 이사장이 임면한다’는 단서조항을 신설해 변경했다.
이사회 분위기는 영담 스님의 이사 해임이라는 관측과 달리 대승적 차원에서 포용하자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소재를 따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또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 규정 보완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의견을 수렴해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동국대 총학생회(회장 최광백)와 교수협의회(회장 한만수) 등 학생과 교수 20여명은 오후 1시30분부터 3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총장 선출 원천 재실시’, ‘대학 자치권 보장’, ‘종단 개입 물러나라’,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 규정 개정’ 등을 요구했다. 이날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는 보광 스님의 총장 선출 뒤 정문에서 정근을 하던 스님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다음은 보광 스님 기자회견문 전문. 
-제18대 동국대 총장 선임에 즈음한 소회-1. 총장 선임이 지연된 것에 대해서는 저 자신도 일말의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과정을 극복해 내고 오늘부로 새롭게 출발해야 합니다.
저는 오늘 제290회 이사회에서 동국대학교 제18대 총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지금까지 여러 번의 이사회 파행이 있었고 이에 따라 총장선임이 늦어지는 바람에 동국대학교를 바라보는 교계 안팎의 여론이 악화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사태가 이렇게 된 배경에는 대학의 발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부 이사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원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는 이런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제 상황이 일단락된 만큼 우리의 지혜를 모아 동국대학교의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야 합니다.
2. 앞으로 동국대학교는 저의 경영철학인 일심동행(一心同行)의 바탕 위에서 ‘대학다운 대학’으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지난 12월 총장후보로 입후보하면서, 일심동행(一心同行)의 경영철학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구성원들의 화합을 이루는 총장, 구성원들을 통합하여 구성원들과 함께 가는 총장, 구성원들의 도덕적인 기대를 저버리는 않는 ‘반듯한’ 총장이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저의 경영철학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만큼 동국가족 여러분과 함께 일심동행(一心同行)의 마음으로 우리 학교를 ‘대학다운 대학’으로 거듭나도록 하겠습니다.
대학은 본질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라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기관입니다. 이에 따라 학교의 행정조직도 그동안 본부장 체제로 운영되던 기업형 조직을 교육기관에 적합한 대학형 조직으로 바꾸어 구성원들의 사기와 업무 능률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동국대학교의 설립취지는 불교적 이념에 바탕을 둔 최고의 지성과 인품을 갖춘 불교인재의 양성입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우리대학 건학이념의 근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21세기의 시대정신과 대학현실에 맞는 세련된 목적가치로 승화시키려고 합니다.
3. 여러 가지 상황으로 비록 출발은 조금 늦었지만 도착 시점에는 괄목할만한 성과로 보탑하겠습니다.
대외협력처장 역임 중 학교발전기금 모금에서 괄목할 성과를 이루어 낸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불교계, 동문, 기업체, 정부 등으로부터의 발전기금 확충을 총장의 최우선 업무로 설정하여 동국대를 재정 걱정이 없는 탄탄한 대학으로 바꾸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제반 주체들과의 협력 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일부의 우려와는 반대로 저는 출가 수행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종단과의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자신이 있습니다. 앞으로 종단 차원의 적극적 지원과 협조를 얻어냄으로써 학교 발전에 큰 도움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4. 논문표절의혹과 관련된 저의 입장과 향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운영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의 논문표절 시비에는 개인적인 부주의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것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편파적이고 졸속적인 판정이 큰 원인이었던 것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실제로 우리대학의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연구윤리부정과 관련된 문제는 향후 관련제도를 재정비하고 수정, 보완하면 논란의 소지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저의 불찰로 빚어진 논문표절의혹에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전합니다. 연구윤리규정 문제는 저 뿐만 아니라 모든 교수 분들에게도 중요한 사안인 만큼 연구윤리전문가들의 신중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손색이 없을 정도의 기준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당사자 모두에게 공정한 절차의 보장과 충분한 소명기회가 부여되는 연구윤리기준을 제정하여 앞으로는 저와 같이 교권이 유린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5. 동국대학교가 109년의 역사와 전통 위에서 다시 새로운 100년의 도약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제반여건을 마련하겠습니다. 함께 힘을 모아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동국호의 커다란 꿈이 더 이상 역풍에 휘둘리지 않고 순풍에 돛을 달 수 있도록 동국 가족의 지혜를 모읍시다. 그래서 미래의 찬란한 동국으로 가꾸어 나갑시다.
끝으로 그동안 관심을 보여주시고 때로는 걱정과 비판을 그리고 때로는 힘내라고 격려해주시던 교계 안팎의 기자 여러분들의 노고에도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앞으로 기자 여러분들과 동국대학의 밝은 앞날을 주제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건승을 부처님전에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5년 5월2일
동국대 제18대 총장 보광 스님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