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등스님, 멸빈 이사 특별 재심의 통해 복권가능
총무원장·종회의장·호계원장 만나 논의 후 '결정'
선학원 측 “법인관리법 자체 반대” 대화 무 의미
(재)선학원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천명해 온 조계종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가 6개 항의 합의를 제안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선학원정상화추진위(위원장 법등스님)는 11일 법인관리및지원에관한법을 두고 선학원과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방안으로 특별교구 지정과 중앙종회의원 2석을 배정하는 등 6개 항의 합의사항을 제안했다. 

중앙종회의원 2석은 선학원 구성원의 60% 가까이가 비구니인 점을 들어 비구니 1명과 비구 1명을 지정해 달라는 요구다. 또 법인 정관에 삭제한 ‘대한불교조계종 선학원’ 명칭 복원과 논란이 된 이사 4/1을 총무원장이 복수추천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안은 앞서 대각회가 법인법에 따른 종단 등록에서 거론 된 5개항 중 특별교구 지정과 중앙종회의원 2석 배정 등은 동일한 제안이다. 이런 제안이 거론된 저변에는 이날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장 법등스님이 기자 간담회를 통해 지난달 28일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중앙종회의장 성문스님, 호계원장 자광스님을 만나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임을 밝혔다.
조계종에서 선학원과 2002년 합의한 주요골자는 ‘선학원이 기존에 등록받은 사암의 문제는 종단이 거론하지 않고, 향후 더 이상 사암을 등록받지 않는 것을 전제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전제로 선학원에 대한 각종 제재를 푸는 것이었지만, 선학원은 2002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암을 등록 받았다는 게 조계종의 주장이다. 
특히 조계종 스님이 설립한 사암뿐만 아니라 무 승적자와 무속인, 일반인들이 설립한 사암까지도 등록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풍진작을 주 목적사업으로 했던 선학원의 설립취지와 정신을 저버리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조계종은 선학원 이사장과 이사에 대한 멸빈징계를 원상회복 하겠다는 것이다. 호계원 법에 따른 ‘특별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복권이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종헌종법의 근간을 뒤 흔들 수 있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법등스님은 “문제될 것이 없다. 멸빈된 이사장과 이사들은 분종과 탈종모의 등을 획책하지도 분원장들을 선동하지도 않았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선의의 목적으로 제적원을 제출했기 때문에 복권이 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호법부가 이사장 법진스님과 이사 3명에 대해 멸빈을 청구했고, 초심호계원은 호법부의 청구를 인용해 전원 멸빈을 판결했다. 그리고 판결문이 당사자에게 송달됐고, 판결문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 재심호계원에 심판 불복의 이의신청을 내지 않아 초심 판결(멸빈)이 확정된 바 있다. 
법등스님에 이에 대해 “종회의원 2석과 원로의원 1석을 (재)선학원에 배정하고 분원장의 선거권·피선거권 제한 조치도 풀겠다”며 “선학원에 중앙종회의원과 원로의원을 배려함으로서 소통의 통로가 생기고 갈등이 재발되지 않게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인관리및지원에관한법에 명시된 정관 변경을 할 때에는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절차와 현황보고 의무는 삭제한다는 방침이다.
법등스님은 “10일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에게 6개항의 합의 안을 제안하고자 했으나, 3시간 넘게 기다리다 만나지 못하고 왔다. 전화통화도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2002년 조계종·선학원 합의가 깨진 것은 양측에 다 문제가 있었다. 이번에 조계종에서 ‘통 큰’ 제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학원은 그동안 ‘법인관리및지원에관한법’을 놓고 대화를 전면거부 해 왔다. 이사장 법진스님도 종헌 9조 3항과 4항의 권리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조계종과의 대화는 무의미 하다고 선언한 마당에 법등스님의 ‘통 큰’ 제안이 얼마만큼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다만, 대화의 물꼬를 터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2002년 합의 정신으로 돌아 갈 수 있다는 전제 조건을 단 것이 ‘통 큰’ 제안이라면 종도들로부터 환영받을 일이다.
법등스님은 6개항의 합의 안을 공문과 직접 방문 등으로 (재)선학원에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학원 측의 답변 시점에 대해 따로 정하지 않은 것은 내부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결정을 해달라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법등스님은 여기에 걸림돌이 있다는 것에 애써 부인하지 않았다. 현재 ‘법인관리및지원에관한법’의 부칙에서 미등록 법인에 대한 권리제한과 징계조치를 오는 7월 30일까지 한시적 유예조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유예조치이다. 
5월 부처님오신날 이후 협상을 가진다고 해도 6~7월 두 달 동안의 2002년 합의 정신을 이끌어 내기에는 시간적으로 촉박하다. 
선학원이 조계종의 6개 항의 합의 안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이사회를 열어야 하고 전국시도 분원장 회의를 거쳐야 한다. 자체 가사제작과 문장을 발표했고, 교구 중심제와 교육도량 지정 등 사실상 독립된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마당에 선뜻 합의 안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멀리 간것도 한 요인이다. 
조계종도 마찬가지이다. 원로회의에서 부결 시킨 종헌에 대해 내달 원포인트 임시 종회 소집(22일 예정)을 의장단에서 만지작거리고 있다. 선학원과의 합의 안을 내달 임시 종회 이전까지 이끌어 내지 못하면, 법등스님은 중앙종회에 미등록 법인에 대한 권리제한과 징계조치를 또 다시 연기해 달라는 안을 제출해야 한다. 
선학원과의 협상을 위해 7월 임시 종회를 소집하기에는 하안거 결제 기간이라 다소 무리가 따른다. 설사, 종회가 소집돼도 선학원 특별교구 지정과 종회 의석 배정 등은 종헌·종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합의에 서명해도 끝난 사안이 아니다. 중앙종회에서 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합의 자체가 무산된다. 
법등스님은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 하겠다”며 “도저히 협상을 이끌어 낼 수 없을 때에는 선학원 설립 취지에 따라 조계종 중앙선원을 선학원 내에 개설 하겠다”고 했다.
들리는 취지에 따라서는 (재)선학원과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공산이 크다. 또 다시 ‘사찰 뺏기’에 나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얘기도 나온다. 
법등스님은 “법을 다 개정하고 합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원로의원 70% 이상이 ‘조계종과 선학원은 한 뿌리’라며 협상을 잘 하라고 했다. 또 총무원장·종회의장·호계원장이 협상 안에 대해 공감했기 때문에 책임 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학원 관계자는 법인관리및지원에관한법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것에 변함이 없다면서 종헌 9조 3항과 4항의 개정 없이는 대화 자체가 무의미 하다고 못 박았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앞서 선학원정상화추진위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공개했고, 선학원정상화추진위 상임위원장 지현스님(총무부장)과 추진위원 현진스님(서울 여의도 포교원)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