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파 종정예하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청주 만남’
등록일 : 2025-09-12 동영상 



청주 문화제조창에 오늘(9월 10일)은 평소보다 특별한 문화의 향기로 가득했다. 청주의 자긍심이 담긴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열린 지 일주일여. 두 명의 ‘특별한 손님’이 나란히 발걸음을 옮겼다.

조계종 종정예하 성파대종사와 문재인 전 대통이 주인공이다. 출세간의 최고 어른과 한 때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전직 대통령이 함께 '공예의 세계'로 들어선 순간이었다.

오전 10시가 넘어서자, 문화제조창에는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다. 성파 종정스님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관람에 청주 시민들이 함께 하며 ‘잔칫집’이 되었다. 경호원, 경찰, 공예비엔날레 실무진이 조용히 동선을 정리하는 가운데, 차담을 나눈 성파대종사와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는 담소를 나누며 전시장으로 향했다.

전시장을 돌아보고 성파스님과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의 발걸음이 오래 머문 곳은 100미터에 달하는 대형 한지 작품 앞이었다. ‘명명백백(明明白白)’이라는 제목의 특별전에서 펼쳐진 한지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깊은 철학이 담겨 있었다.

성파 종정예하는 “색깔이 없는 건 무(無)고, 색깔이 있는 거는 색(色)이고. 색이 무고 그래서 무와 색이…”라면서 “한 점도 없는 가운데, 다 이 속에 다 들어 있다”고 작품에 깃든 불교 가르침을 담백하게 설명했다. 이어 성파 스님은 “일반 그림은 무엇이 나타나야 산이고, 돌이고, 나무”라면서 “(불교의 진리 세계에서 보면) 하나도 없는 것으로, 하나도 없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니고, 전체가 다 포함되어 있다”고 곁들였다.

성파 종정예하의 설명을 들으며 동감을 표시한 문 전 대통령은 “'원래 마음자리가 색도 없고 소리도 없고 아무것도 없지만, 그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큰스님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종정 큰스님이 보여주는 통찰력이 놀랍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번 청주공예비엔날 전시에서 선보이는 성파 종정예하 작품은 100미터 한지 작품 3점과 24미터짜리 6점이다. 종정예하는 “고려장지나 조선장지는 옛날 전통으로, 이러한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이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스님이 고려장지의 전통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것이다. 천년의 전통 기법이 21세기 청주의 공예 공간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는 순간이었다.

성파스님의 한지 작업은 단순히 전통 기법의 재현을 넘어 독창적인 해석이 담겨 있었다. 100미터라는 압도적인 스케일로 펼쳐진 한지 위에는 어떤 형상도 그리지 않았지만, 종이 자체가 갖는 질감과 미묘한 색감의 변화가 깊은 선(禪)적 체험을 선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런 작업을 하시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했을까”라고 감탄했고, 김정숙 여사 역시 한지의 결과 질감을 관찰하며 “직접 만드신 따뜻함이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시에 대해 “(청주공예비엔날레) 강재영 예술감독이 몇 년 전부터 와서 ‘강하게’ 권유하여 선보이게 됐다”고 밝힌 성파 종정예하는 문화제조창 공간에 대해 “연초제총장을 개조한 공간이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강재영 예술감독은 몇 년 전부터 성파스님의 작업실을 찾아가며 이번 전시를 제안했다고 한다. “큰스님 작품이 갖는 현대적 의미와 철학적 깊이를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 강 감독의 생각이었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서 성파스님의 작품은 다른 현대 공예 작품들과 절묘한 대비를 이루며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문화제조창의 높은 천장과 넓은 공간은 100미터에 달하는 한지 작품을 전시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했다. 자연광이 스며드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한지에 미묘한 음영을 만들어내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품의 표정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의 시선이 한 작품에 머물렀다. 도자기와 옻칠이 조화를 이룬 의자에 앉은 문 전 대통령 내외는 “이런 게 진짜 공예의 힘이네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예술이 단순히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성파스님도 곁에서 “형상 없는 걸 볼 줄 알아야 한다. 소리 없는 소리를 들어야”면서 “형상이 있는 것은 누구나 많이 듣는다”며 “소리 없는 소리를 들어야 형상 없는 걸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시장에서는 성파 종정예하와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뿐 아니라 관람객들에게도 귀한 시간이 되었다. 어린이들이 도자기 작품을 만져보며 “따뜻하다”고 말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공예가 갖는 인간적 온기와 생명력을 어린이 관람객들도 자연스럽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공예비엔날레를 보면서 우리나라 장인정신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며 "특히 젊은 작가들의 창의적인 작품들을 보니 미래가 밝다”고 덧붙였다. 성파 종정예하는 “없는 가운데 있는 것을 보여주는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자광스님은 “성파 종정 큰스님의 작품을 이런 훌륭한 공간에서 볼 수 있어 감사하다”며 “불교 정신이 현대 예술과 만나는 소중한 기회”라고 평가했다. 전 동국대 이사장 법산스님도 “종정스님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깨달음을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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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파 종정예하와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단순한 전시 관람을 넘어선 의미를 지닌다. 한국의 정신문화를 대표하는 지도자와 국가 지도자 경험자가 함께 청주공예비엔날레의 가치를 인정했단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청주가 지난해 세계공예협회(WCC)가 선정한 국내 유일의 세계공예도시가 되고, 유네스코 창의도시 후보로도 최종 심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예의 세계적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이번 청주공예비엔날레에는 71개국에서 990점의 작품이 출품되어 역대 최다 참가국을 기록했다.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팔레스타인, 바레인, 모리셔스 등 서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지역까지 참여국이 크게 확대된 것도 청주의 세계적 위상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날 관람에는 성파스님과 문재인 전 대통령 외에도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자광스님, 전 동국대 이사장 법산스님, 영축총림 수좌 명신스님, 통도사 주지 현덕스님, 총무원장 사서실장 남전스님을 비롯한 통도사 대중, 그리고 또한 청주시민과 불교신자들도 함께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11월 2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초대국가 태국의 전시와 대한민국 미술축제, 세계공예협회 아태이사회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기다리고 있다. ‘세상 짓기(Re_Crafting Tomorrow)’라는 주제 아래 17개국 11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3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시메티, 프랑스의 모나 오렌, 영국의 데비 로슨 등 세계 정상급 작가들이 참여해 공예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50여 일간 청주 문화제조창과 시내 곳곳에서는 국제워크숍, 어린이 비엔날레, 공예마켓 등 다양한 연계 행사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10월에는 세계공예협회(WCC) 아태이사회 및 공예도시 시장단 회의도 개최되어 청주가 명실상부한 세계 공예 중심도시로의 위상을 더욱 굳건히 할 전망이다.

성파스님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만남은 청주 문화제조창에서 선보이는 공예가 단순한 기술이나 예술을 넘어 인류의 삶과 정신을 풍요롭게 만드는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