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반야용선접인도, 태풍 ‘마이삭’에 절반 쓸려가
등록일 : 2020-09-08 동영상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손꼽히는 통도사 극락보전 벽화 반야용선접인도(般若龍船接引圖, 이하 용선접인도)가 태풍 마이삭에 속절없이 훼손당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보존과 관리의 후 순위로 밀려야 했던 옥외 사찰벽화에 대한 문화재 당국과 불교계의 체계적인 관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영축총림 통도사(주지 현문 스님)는 9월3일 새벽 거센 비바람을 쏟아낸 제9호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극락보전 북측 외벽 벽화로 흔히 반야용선도라 불려 온 ‘용선접인도’가 훼손돼 벽화의 절반에 해당하는 아랫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피해가 발생됐다고 밝혔다. 특히 1868년 조성된 이 벽화는 현재 국가지정 문화재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불교에 있어서 반야용선을 표현할 때 가장 대표되는 벽화로 손꼽힐 만큼 열반을 염원하며 극락세계를 향하는 중생 구제의 원력이 세밀하게 표현된 문화재로 평가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통도사 측은 “이미 벽화의 훼손 우려를 인지하고 기록화 사업과 더불어 벽화상태조사 및 보존처리 예산을 신청해 놓은 상태였다”며 “다만 경내 전각이 워낙 많고 그에 따른 벽화 또한 많아서 비용이 많이 들 예정이라 승인이 될 지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통도사는 “비가 포벽 상부까지 들이친 상황이어서 벽화의 박락이 지속될 우려가 크다”며 “지금이라도 관리가 필요한 불교계 사찰벽화의 전수 조사와 향후 보존 계획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벽화 보존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해당 벽화가 국가지정문화재가 아니면 문화재청 관할이 아니다”고 말해 비지정 문화재의 사찰벽화 보존이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도사 극락보전 외벽의 용선접인도는 생동감 있게 용(龍)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지혜가 있는 자는 피안으로 갈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벽화다. 용선 위 남녀 26명은 승선하여 모두 합장하며 극락 가기를 발원하는 모습이다. 인로왕보살이 앞에서 인도하고 뒤에서는 보주와 석장을 든 지장보살이 힘을 보태고 있다. 이 가운데 몇몇 스님들이 염불하는 모습도 보인다. 배 중간에는 불연(佛輦)이 있으며 불연의 지붕 위에는 마치 금강저처럼 보이는 장식도 있다. 닻을 보면 순풍임을 짐작할 수 있으며 차분한 물결, 다섯 봉우리의 백련과 서운(瑞雲)은 곧 극락이 가까워졌음을 나타낸다.



‘사찰에서 만나는 벽화’를 펴낸 김해 정암사 주지 법상 스님은 “한국을 대표하는 벽화가 이번 태풍으로 손실을 입어 매우 안타깝다”며 “하지만 건물 전체를 보호하는 제도만 있고, 벽화를 따로 떼어 보호하는 규정이 없어 이를 지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스님은 “사원의 벽화는 단순한 그림으로 이루어진 장엄이 아니라 또 하나의 부처님 가르침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어려운 문제이지만 무너졌다며 안타까워만 할 것만 아니라 다시 이를 복원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삼아 사찰과 불자는 물론 관계 기관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통도사는 극락보전 용선접인도 벽화 이외에도 같은 극락보전 벽화인 금강역사 역시 훼손이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이밖에도 태풍 마이삭의 폭우로 인해 통도사 일주문 옆 월영교가 한때 물에 잠겼으며 시탑전 뒤 소나무가 넘어져 차고지와 차량도 파손됐다. 승가대학 강사채 마당에는 물이 범람해 긴급 물막이 조치를 했다. 연화대 인근 소나무 군집의 훼손도 상당한 상태다.